[파리(프랑스)=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눈이 따갑고 코끝이 매캐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8시 프랑스 파리 도심의 한 호텔 복도에는 뿌연 연기와 함께 자극적인 냄새가 퍼져 있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냄새는 더욱 짙어졌고 호텔 1층에는 일부 시위대가 진입해 로비를 점거하고 있었다.
건물 밖에서 벌어진 시위로 최루가스가 내부까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호텔 측은 출입문을 굳게 잠그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투숙객들은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객실에 발이 묶여 상황이 진정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시알 파리(SIAL Paris 2026)'가 막을 올린 파리의 풍경이다. 전 세계 식품기업과 바이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행사가 시작됐지만 파리 도심은 거센 시위로 혼란에 휩싸였다. 시위 여파로 일부 도로가 통제되고 교통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시위가 일단락된 밤 10시께 거리로 나서자 곳곳에는 최루탄 잔해와 유리조각이 널브러져 있었고, 자전거들이 산처럼 쌓인 채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인근 상점들의 유리창은 산산조각 나 있었으며 일부 시위대가 파손된 상점 안에서 물건을 챙기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 같은 혼란 속에 시알 파리 방문객들도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개막 첫날인 17일 오후에는 시위에 따른 도심 교통 통제와 박람회 종료 후 쏟아져 나온 귀가 인파가 맞물리면서 전시장 인근 광역급행철도(RER)역에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여기에 일부 구간의 운행 감축과 열차 지연까지 겹치면서 방문객들이 장시간 발이 묶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시알 파리에 참가한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오후 6시쯤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 했지만 열차가 역에 정차하지 않고 지나가는 등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수백명의 방문객이 역 입구에서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며 "기다리다 못한 일부 방문객들은 주차장으로 빠져나가거나 담을 넘어 이동하기도 했다. 개막 첫날부터 상당히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18일 오전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으로 향하는 광역급행철도(RER)에서 만난 튀르키예 식품기업 관계자는 "어제는 전쟁이 난 줄 알았다"며 "시위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에도 승객이 너무 많아 열차 5대를 보내고 나서야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어 미팅이 예정돼 있는데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시알 파리의 열기는 뜨거웠다. 전시장 밖에서는 시위와 교통 차질로 혼란이 이어졌지만 내부에서는 글로벌 식품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한창이었다. 지난 17일 개막한 시알 파리에는 전 세계 약 8000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주최 측은 행사 기간 약 30만명의 식품산업 관계자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직전 행사인 2024년과 비교해 참가 기업은 약 500개, 예상 방문객은 약 1만명 늘어난 규모다.
특히 올해는 K푸드 기업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시알 파리 주최 측은 이번 박람회에서 주목해야 할 3개국으로 인도와 이탈리아와 함께 한국을 선정했다.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영향력 확대에 힘입어 K푸드가 새로운 경제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주최 측은 한국 제품 17개가 혁신제품을 선정하는 '시알 이노베이션(SIAL Innovation)'에 이름을 올린 점을 강조하며 "한국은 K푸드의 세계적인 인기를 실질적인 사업 기회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알 파리에 참가한 또 다른 국내 기업 관계자는 "2024년과 비교하면 올해는 박람회 분위기부터 확연히 달라졌다. 어제는 하루 종일 바이어 상담이 이어질 정도로 관심이 뜨거워 감회가 새롭다"며 "시위로 이동에 불편을 겪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어렵게 마련한 글로벌 바이어들과의 만남을 놓칠 수는 없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한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