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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난 더현대
노연경 기자
2026-10-15 08:25:00
국내 백화점 업계, K-콘텐츠 열풍에 세계로 무대 넓히기 기회
이 기사는 2026-10-14 08:39: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어? 저거 더현대 아니야?”


프랑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중 디지털 광고판의 익숙한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다. 더현대 팝업을 알리는 광고였다. 13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프랑스 대표 백화점에서 한국 백화점의 이름을 마주하니 반가움과 낯섦이 동시에 밀려왔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돔과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에펠탑으로 유명한 이곳은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더현대는 백화점 안을 넘어 외벽에도 이름을 올렸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 외벽에 광고를 내건 것은 처음이다. 그간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허용됐던 자리에 한국 백화점의 이름이 걸린 셈이다. 본점 3층에서는 김해김·리이·라이·프리터·더일마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더현대 글로벌 팝업이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느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파리 시내 드럭스토어에는 ‘한국 뷰티 신상’이라고 큼지막하게 한글로 쓰인 홍보물이 붙어 있었다. 남부 시골 마을에서 만난 점원은 지난해 한국 여행이 무척 좋았다며 다시 가고 싶다고 말했다. 15년 전 배낭여행 때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묻는 질문을 자주 받았던 기억과는 사뭇 달랐다.


백화점은 이런 관심을 소비로 연결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 패션·뷰티 브랜드와 식음료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어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일 올해 외국인 누적 매출이 1조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연내 외국인 매출 1조원 달성이 기대된다.

이제 백화점은 해외 고객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글로벌을 통해 국내 브랜드를 해외 유통망에 소개하고 있다. 신세계는 하이퍼그라운드를, 롯데는 넥스트랩을 앞세워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어떤 해외 명품을 국내에 유치했느냐를 두고 벌이던 백화점의 경쟁이 어떤 국내 브랜드를 해외에서 성공시키느냐로 확장되고 있다.


이들이 해외에 가져가는 것은 상품만이 아니다. 유망 브랜드를 고르는 MD의 안목, 공간을 구성하고 고객을 모으는 기획력, 유통사와 협상하고 판매를 관리하는 운영 능력도 함께 나간다. 국내 점포에서 쌓은 역량을 국내 브랜드와 해외 소비자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백화점은 입지와 상권에 크게 좌우되는 업태다. 해외에 점포를 직접 열려면 부동산과 시설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고 현지 고객의 취향도 새로 익혀야 한다. 반면 기존 해외 유통사의 공간과 고객 기반을 활용하는 방식은 다른 확장 경로를 제시한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이를 선별해 소개하는 한국 백화점에도 문을 열어준 것이다.


명품의 중요성이 줄었다는 뜻은 아니다. 명품은 여전히 백화점 실적을 떠받치는 주력이다. 다만 명품 경쟁력을 지키는 것과 그다음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국내 소비와 신규 출점에 기대는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국내 브랜드를 해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전략은 그 한계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백화점의 성장성을 국내 소비와 점포 수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해외에서 브랜드 선별과 운영 역량으로 반복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면 평가의 근거도 넓어질 수 있다. 국내 상권에 기반을 둔 유통기업이 해외에서도 통하는 사업 모델을 갖출 수 있는지 살펴볼 때다.


물론 해외에 이름을 알리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다르다. 팝업 판매액 전체가 백화점의 매출이나 이익으로 잡히는 것도 아니다. 현지 운영비와 물류비를 부담하고도 수익이 남는지, 일회성 행사가 재주문과 상설 입점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글로벌이라는 수식어의 무게는 결국 실적이 결정한다.


파리에서 만난 더현대는 한국 백화점의 성장 무대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국을 향한 관심은 이미 커졌다. 이제 백화점이 보여줘야 할 것은 그 관심을 지속적인 이익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파리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더현대 광고를 봤다는데, 어떤 내용이야?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에서 더현대 팝업을 알리는 광고가 진행 중이에요.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 외벽에 광고를 내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더현대 글로벌 팝업에서는 어떤 브랜드들을 만나볼 수 있어?
김해김, 리이, 라이, 프리터, 더일마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요즘 백화점들의 외국인 매출 현황은 어때?
외국인 고객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주요 백화점들의 매출이 크게 늘고 있어요. 롯데백화점은 지난 6일 올해 외국인 누적 매출이 1조원을 달성했다고 밝혔어요.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연내에 외국인 매출 1조원 달성이 기대되는 상황이에요.
백화점들이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위해 어떤 전략을 쓰고 있어?
국내 브랜드가 해외 유통망에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어요.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글로벌'을, 신세계는 '하이퍼그라운드'를, 롯데는 '넥스트랩'을 앞세워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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