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KG모빌리티(KGM)가 내년 정부 자율주행 실증사업의 차량 공급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올해 200대였던 실증 차량이 내년 3000대로 15배 늘면서 관련 예산만 7000억원대로 불어난다. 올해 차량 공급사 공모에 단독 응모한 현대자동차가 초기 안정화와 인도 일정 문제를 겪고 있는 데다 물량까지 급증하는 만큼, 공급사가 늘어날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GM은 국토교통부가 내년 확대하는 자율주행 실증사업에 차량 공급사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늘어난 차량 대수를 한 업체가 모두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정부 측에 참여 의사를 적극적으로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자율주행 실증 차량을 올해 200대에서 3000대로 늘린다. 실증 도시도 광주를 포함해 5~6곳으로 넓힌다. 무인 수요응답형 교통(DRT)과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포함한 자율주행차 예산은 올해 731억원에서 내년 8801억원으로 12배 늘려 편성했다. 올해 차량 구매·개조에 대당 2억4000만원을 책정한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단순 계산으로 7000억원대가 차량에 투입될 전망이다.
KGM으로선 놓치기 아까운 사업이다. 정부 예산으로 대규모 구매가 보장되는 데다, 공급 실적을 쌓으면 향후 자율주행 관련 추가 사업 기회를 확보할 발판도 된다. 쌍용자동차 시절의 한계를 벗어날 기회이기도 하다.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자동차, 인도 마힌드라 등 외국 기업이 잇따라 대주주를 맡으면서 정부 국책과제 참여에 제약을 받았다. 2022년 KG그룹에 인수된 뒤로는 정부 사업 참여에 공을 들이고 있다.
KGM 관계자는 "외국 지분이 많은 기업은 국책 과제를 따기 상당히 어려웠다"며 "지금은 연구개발(R&D)을 늘리고 여러 기관과 협약을 맺으며 활로를 넓혀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2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광주 실증사업 차량 공급사 공모에는 현대차만 응모했다. 현대차는 통합제어기를 처음 적용한 개발용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공급하고 있는데, 초기 안정화 과정에서 참여 업체들과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6월부터 순차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첫 인도는 이달 초 이뤄졌고, 현재까지 공급량은 20여대다. 현대차는 본격 실증 전까지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SW 업데이트 등을 지원해 품질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내년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다음 달 본격화하는 국회 예산 심사에서 단독 공급 방식과 차량 단가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GM은 자율주행 업체들과 손잡고 경험을 쌓아왔다. 2022년 에스더블유엠(SWM)과 레벨4 자율주행 기술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은 데 이어, 2024년 9월부터는 SWM이 운행 중인 서울 강남 심야 자율주행 택시에 코란도 EV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는 토레스 EVX도 추가했다. 라이드플럭스와는 경기 화성시에서 토레스 EVX 10대로 자율주행 카셰어링을 시험하고 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와는 2023년부터 자율주행 셔틀 '로이' 개발 등에서 협력해왔고, 자회사 KGM커머셜의 전기버스 기반 자율주행 버스도 올해 3월부터 서울 일부 구간에서 심야 운행 중이다.
자율주행 업체들이 KGM을 찾는 이유는 차량 제어 데이터(CAN)에 있다. CAN은 조향과 가속, 제동 신호가 오가는 통로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차를 직접 움직이려면 꼭 필요하다. 대부분 완성차 업체는 보안과 안전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지만 KGM은 협력 업체에 CAN을 열어준다. 자율주행 업계 한 관계자는 “CAN은 차량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어 대부분 제조사가 극비 데이터로 여기고 쉽게 열어주지 않는다”며 “KGM의 개방적인 행보는 업계에서 보기에 다소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공모 참가 자격에 완전히 새로운 SDV를 개발해 공급해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제작사는 기준만 충족하면 참여할 수 있다"며 "조건에 차량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단이 내건 기준은 ‘E2E 기반 AI 개발에 적합한 승용차를 연내 200대 이상 제작·공급 및 A/S 지원이 가능한 자', ‘1회 충전 주행거리 400km 및 최고속도 80kph 이상', '전·후·측방 360도 카메라 및 레이더 제공' 등이었다. 이 요건이 내년 공모에서도 유지된다면 KGM은 토레스 EVX 같은 기존 차량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KGM 관계자는 "자율주행팀 외에도 전동화나 전장, 제어 등 연관 부서가 수십개에 이른다"며 “R&D 인력만 놓고 보면 수백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사 대비 관련 인력이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자율주행 관련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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