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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부실 책임심의 3년8개월 '늑장'…퇴직·출자전환에 책임 공백
구예림 기자
2026-10-20 15:10:36
감사원 감사서 부책심의 허점 확인…황기연 "관련 규정 개정"
이 기사는 2026-10-20 15:10:36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2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출처=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부실여신 발생 이후 책임 소재를 따지는 심의에 착수하기까지 평균 3년8개월을 허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국책은행인 중소기업은행보다 7배, 산업은행보다 14배 긴 기간이다. 심의가 지연되는 사이 관련자들이 퇴직하는가 하면, 부실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심의에서 제외한 사례도 확인됐다. 부실여신에 대한 책임 규명 절차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춘석 의원은 수은의 부실여신 관리 실태를 거론하며 부실 발생 이후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내부통제 절차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지난 10년간 수은이 상각 처리한 채권이 3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책금융기관의 특성상 부실채권 발생이 불가피하더라도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지난 8월 감사원이 발표한 '한국수출입은행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 6월까지 발생한 수은의 부실여신은 33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부실 발생 과정에서 담당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따지는 부책심의가 완료된 건은 132건으로 전체의 39.5%에 그쳤다.


문제는 심의에 착수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감사원이 심의 완료 건을 분석한 결과 부도 발생 이후 부책심의 착수까지 평균 1333일이 소요됐다. 약 3년8개월에 해당하는 기간으로, 기업은행의 평균 192일과 비교하면 약 7배에 달한다. 산업은행의 평균 98일과 비교해서는 약 14배 길었다.

책임심의가 늦어지면서 실제 책임을 물을 기회마저 놓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부책심의가 완료된 사례 중 60건에서는 관련자 36명이 심의에 앞서 이미 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실 발생 당시 의사결정에 관여했던 직원들이 책임 여부를 판단받기도 전에 은행을 떠난 셈이다. 퇴직 이후에는 내부 징계 등 인사상 책임을 묻는 데 제약이 따르는 만큼 심의 지연이 책임 추궁의 실효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한 경우 아예 책임심의 대상에서 제외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수은은 부실채권을 출자전환하면 채무가 변제된 것으로 간주해 부책심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부실여신 334건 가운데 64건이 이 같은 이유로 심의 대상에서 빠졌다.


출자전환은 대출금을 현금으로 회수하는 대신 채권을 기업의 주식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채권이 주식으로 대체됐다고 해서 투입한 자금이 실제 회수됐거나 손실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수은은 출자전환을 채무 변제로 취급해 부실 발생 과정의 책임 여부를 따지는 절차에서 제외해 왔다.


이 의원은 "못 받은 대출금을 돈 대신 회사 주식으로 받고 수은은 빚을 갚은 것으로 간주해 털어버린다"며 "64건 중 61건의 주식이 무상소각·병합되면서 깡통주식이 됐지만 외형상 돈을 받은 것으로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같은 심의 공백이 수은의 자체 규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수은 부책 규정 제2조에서 고의·중과실 여신을 책임심의 대상으로 규정하면서도 제7조의 사전 통보 절차에서는 출자전환 여신을 제외한 점을 지적했다. 부실 발생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책임심의 절차에서 빠질 수 있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은 정책금융기관의 업무 특성상 부실여신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황 행장은 "수은은 정책금융 특성상 대규모 여신도 있고 해외에서 많이 이뤄지며 다수의 채권단에 해외 채권단까지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해외 금융과 대규모 공동여신이 많아 채권단 간 조율 및 협상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감사원 지적을 수용해 부책심의 착수 기준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대손상각 시점을 기준으로 심의를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추정손실 시점부터 책임 소재를 검토하도록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대손상각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을 회계상 손실로 정리하는 절차인 만큼, 이를 기다리지 않고 손실이 예상되는 단계에서부터 책임심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출자전환 여신 역시 부책심의 대상에 포함하도록 규정을 손질했다고 답했다. 황 행장은 "출자전환 여신을 제외했던 부분들도 포함시켜서 앞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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