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수출입은행이 발주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미래 전략 컨설팅 용역의 수행사가 BCG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굳이 수은이 국내가 아닌 외국계 대형 컨설팅사를 선정한 것을 두고 방산업계에서는 중립성과 보안 우려가 나오고 있다.
KAI 인수를 진행 중인 한화에 BCG 출신 인사들이 포진돼 있고 국가 핵심 무기체계를 외국계 컨설팅사가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보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KAI의 실적을 바탕으로 한 독자 성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이번 용역 결과가 향후 KAI의 향방을 가를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8월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다. 3개월간 약 18억원 규모다. 한화그룹이 KAI 지분 15.89%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른 시점에 26.41%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이 진단을 맡기면서, 그 결과가 KAI 지분 매각 여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초에 18억원 규모의 발주를 맡긴 것은 외국계 대형 컨설팅사를 염두해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맥커리 등 외국계 대형 컨설팅사들을 검토했고 그중 BCG로 방향이 잡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진단의 중립성과 보안 등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KAI는 KF-21과 우주발사체 등 국가 핵심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미래 전략을 진단하려면 재무와 기술 로드맵, 원가, 수출 계약, 공급망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이런 민감 정보를 외국계 컨설팅사가 다루는 것 자체가 보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해충돌 우려는 인수 당사자인 한화로도 이어진다. 한화 방산 부문에는 BCG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BCG가 용역을 맡을 경우 진단의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회계법인이나 컨설팅사가 아닌 외국계로 방향이 잡히면서 보안 적격을 갖춘 국내 업체가 배제됐다는 점과 18억원에 이르는 용역 규모가 과다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발주 주체인 수출입은행은 이런 우려에 반박했다. 이번 용역은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업계 전반과 산업 생태계를 분석하기 위한 것이며, KAI 민영화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외국계 컨설팅사 선정을 두고도 중립성과 글로벌 기준의 비교를 위한 선택이며, 방산 용역에는 보안서약과 자료 접근 통제가 적용돼 정보 유출 우려는 과도하다는 반론이다.
반면 진단 대상인 KAI는 아직 인수나 매각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KF-21 양산기 납품이 시작되고, 2023년 계약한 말레이시아 수출 물량 인도도 본격화되면서 역대 최대 매출 달성이 예상되는 만큼, 자력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KAI는 2011년부터 인도네시아·이라크·필리핀·태국·폴란드·말레이시아 등 6개국에 완제기 150대 이상을 수출한 국내 유일의 완제기 수출 기업이다. 2022년 K-방산 수출이 급증하기 전부터 완제기 수출을 이어왔다. 절대 규모에서는 보잉·록히드마틴 등에 못 미친다. 그러나 KAI는 완제기 수출 확대로 올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고, 세계 최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은 대형 프로그램 손실로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0% 안팎까지 낮아졌다.
한화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대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국 방산은 아직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규모와 통합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단계"라며 "K-방산의 대형화는 국내 경쟁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산업 생태계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주체가 반드시 한화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한화 이외에 현대로템을 보유한 현대차그룹 등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용역 결과가 KAI의 독자생존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낼 경우 인수 추진을 접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용역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정을 전제로 답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아직 용역이 초기 단계라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제안 접수만 마감됐을 뿐 수행사는 10월에 선정돼 진단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진단 대상인 KAI도 현재까지 인터뷰나 자료 제출 요청을 받지 않은 상태다. KAI 관계자는 "컨설팅 용역 본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인터뷰나 자료 제출 요청이 올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인수 여부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와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하는 사안으로 용역 결과가 곧바로 매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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