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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수직계열화 '그림자'…'벤더 락인'으로 협력사 줄도산
조은비 기자
2026-09-10 10:00:00
②"성능보다 계열사 우선"… KAI 부품 선택권, 한화로 넘어가나
이 기사는 2026-09-09 17:39:45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김민영 기자)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인수할 경우 부품을 공급하던 기업이 완제기 개발사까지 확보하게 돼, 미국이 지적한 '벤더 락인(Vendor-lock)' 폐해가 국내 방산업계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미 국방부는 '방위산업 경쟁 실태 보고서(2022)'를 통해 방산 통폐합의 대표적 폐해로 벤더 락인을 지목했다. 이는 특정 기업이 부품 공급을 독점하면, 이후 경쟁사가 유지보수·성능개량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그 회사에 묶이는 현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우주 방산은 완제기 개발사 KAI를 정점으로 한화·LIG 등이 부품을 공급하는 구조다. 이 보고서는 부품 공급사가 완제기 개발사를 인수하는 '수직결합'이 경쟁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급하는 쪽과 부품을 채택하는 쪽이 한 몸이 되면, 계열사에 유리하게 구도를 만들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실제로 미국의 방산 통폐합 과정에서 경쟁사가 완제품에 필요한 부품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경쟁사의 비용을 끌어올리고, 경쟁사의 민감한 정보를 들여다본 사례를 기록했다. 특히 방산은 정부가 유일한 고객인 경우가 많아, 다른 산업보다 이런 봉쇄에 더 취약하다고 봤다.


이 진단을 국내에 대입하면 우려는 더 커진다. 조선업과 달리 완제기를 개발하는 곳은 KAI 한 곳뿐이고, 한화·LIG 등은 여기에 부품을 공급한다. 개발사가 하나뿐인 만큼, 완제기에 어떤 부품이 실리느냐가 관련 기업 전체의 판도를 가른다.


한화가 KAI를 인수하면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과 그 부품을 채택하는 기업이 하나로 묶인다. 한화는 그동안 KAI에 부품을 납품해 왔으나, 인수 이후에는 어떤 부품을 쓸지 결정하는 권한까지 갖게 되는 셈이다.


한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성능이 더 나은 경쟁사 제품이 있어도 계열사 부품이 먼저 채택될 수 있고, 30여 년간 KAI와 함께 성장해 온 협력사들이 배제될 수 있다"며 "특히 KAI가 직접 발주하는 항공전자 분야에서 경쟁사 대신 한화 계열 제품이 들어갈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일은 조선에서 이미 벌어졌다. 함정용 전자장비를 만드는 한 방산업체는 대우조선해양에 부품을 납품해왔지만, 이 조선사가 한화오션으로 편입된 뒤 거래가 사실상 끊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이 업체의 대우조선해양향 매출은 2023년까지 잡히다가 2024년부터 주요 거래처 명단에서 사라졌다.


공시는 매출 비중 2.5% 이상인 거래처만 기재해 단정하긴 어렵지만, 한 방산업계 내부 관계자는 "편입 뒤 최근 2년간 신규 계약이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인수 주체의 계열사가 물량을 흡수하면서 경쟁사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밀려난 경쟁사가 되돌아오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를 키운다. 방산 부품은 개발비를 부담한 주체에 따라 데이터 사용 권한이 결정된다. 개발사가 이 권한을 보유한 경우, 정부가 정비나 성능 개량을 다른 업체에 맡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처음 부품을 납품한 회사가 무기 수명 내내 독점을 이어가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고착이 쌓인 결과는 미국에서도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사일 추진체인 고체로켓모터(SRM)는 통폐합을 거치며 미국 내 공급사가 2곳만 남았다.

이런 고착은 국산 전투기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계열사 부품만 쓰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성능이 앞선 경쟁사 제품이 있어도 배제돼, 완제기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국내 조달 구조상 미국식 벤더 락인이 그대로 재현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국내 완제기 분야는 처음부터 KAI 단독체계여서, 누가 인수하든 없던 경쟁이 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은 모든 방산 계약에 국가의 원가 검증을 의무화하고 있어, 공급사가 한 곳으로 줄어도 방위사업청이 이윤율과 가격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의 초점은 가격이 아니라는 반론이 나온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완제기가 하나뿐이어도 그 아래 부품 단계에는 경쟁이 있었고, 문제는 그 경쟁이 닫히는 것"이라며 "원가는 정부가 통제해도, 어떤 부품을 쓰고 누구와 손잡을지를 정하는 권한까지 들여다보진 못한다"고 말했다.

한화가 KAI를 인수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야?
'벤더 락인(Vendor-lock)'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요. 한화가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인 동시에 완제기 개발사인 KAI를 인수하게 되면, 어떤 부품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권한까지 갖게 되기 때문이에요. 이로 인해 특정 기업이 부품 공급을 독점하면, 경쟁사가 유지보수나 성능개량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해당 기업에 묶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요.
벤더 락인이 방위산업에서 왜 특히 위험한 건데?
경쟁사의 진입을 막아 독점을 심화시키고 국산 전투기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방산 부품은 개발비를 부담한 주체가 데이터 사용 권한을 갖는 경우가 많아요. 만약 개발사가 이 권한을 보유하면, 정부가 정비나 성능 개량을 다른 업체에 맡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져요. 실제로 미국의 미사일 추진체인 고체로켓모터(SRM)는 통폐합을 거치며 미국 내 공급사가 2곳만 남은 사례가 있어요.
이미 이런 사례가 나타난 적도 있어?
조선업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어요. 함정용 전자장비를 만드는 한 방산업체는 대우조선해양에 부품을 납품해왔지만,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으로 편입된 뒤 거래가 사실상 끊겼어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이 업체의 대우조선해양향 매출은 2023년까지 잡히다가 2024년부터 주요 거래처 명단에서 사라졌어요. 한 방산업계 내부 관계자는 "편입 뒤 최근 2년간 신규 계약이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어요.
한화 측의 입장과 이에 대한 반론은 뭐야?
한화는 국내 조달 구조상 미국식 벤더 락인이 재현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업계에서는 결정 권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요. 한화그룹 관계자는 "국내 완제기 분야는 처음부터 KAI 단독체계여서, 누가 인수하든 없던 경쟁이 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은 모든 방산 계약에 국가의 원가 검증을 의무화하고 있어, 공급사가 한 곳으로 줄어도 방위사업청이 이윤율과 가격을 통제한다"고 밝혔어요. 하지만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완제기가 하나뿐이어도 그 아래 부품 단계에는 경쟁이 있었고, 문제는 그 경쟁이 닫히는 것"이라며 "원가는 정부가 통제해도, 어떤 부품을 쓰고 누구와 손잡을지를 정하는 권한까지 들여다보진 못한다"고 지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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