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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인수와 김동관의 방산 밸류체인
김민기 산업1부 부장
2026-08-28 08:25:00
한화그룹 KAI 인수, '신의 한 수' 아닌 '악수(惡手)' 가능성 경계해야
이 기사는 2026-08-27 08:35:52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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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김민기 산업1부 부장]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다. 명분은 충분하다. 육·해·공을 넘어 우주까지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한화는 지난 6월 KAI 지분 9.04%를 확보하며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고 이후에도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명시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한화가 내세우는 논리는 '시너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과 우주발사체, 한화시스템의 레이더·항공전자·위성에 KAI의 전투기·헬기 등 완제기 개발 역량을 결합하면 세계적인 항공우주·방산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럴듯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왜 하필 지금 KAI인가. KAI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매물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 대기업이 눈독을 들였다. 2012년 정부가 KAI 지분 41.75% 매각에 나섰을 당시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대한항공은 KAI를 품어 항공기 제작부터 운항까지 아우르는 종합 항공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현대중공업 역시 사업 다각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명분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한화 역시 과거부터 잠재적인 인수 후보였다. 2015년 삼성과의 '빅딜'로 삼성테크윈 등을 인수하면서 삼성테크윈이 보유하고 있던 KAI 지분 10%까지 확보해 자연스럽게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KAI는 팔리지 않았다. 가장 현실적인 벽은 '돈'이었다. 대한항공은 실사까지 진행했지만 높은 가격을 이유로 본입찰을 포기했다. 당시 한화 역시 삼성의 방산·화학 계열사를 약 2조원에 인수한 데 이어 두산DST까지 품으면서 KAI까지 동시에 인수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컸다.

무엇보다 KAI는 인수 가격만 비싼 회사가 아니다. 인수한 뒤에도 끊임없이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회사다. 그런 한화를 다시 KAI 앞으로 불러낸 사람을 꼽으라면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을 빼놓기 어렵다. KAI는 김 수석부회장의 '회장 대관식'에 더없이 어울리는 마지막 퍼즐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삼성으로부터 방산 계열사를 인수했고 대우조선해양을 품어 한화오션을 출범시켰다. 방산 계열사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지상에서는 K9 자주포와 천무, 해상에서는 잠수함과 수상함, 우주에서는 발사체와 위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제 한화에 남은 마지막 빈칸은 '공중'이다. 한화는 항공엔진을 만들고 레이더와 항공전자 장비도 만든다. 위성과 발사체까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전투기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완제기 업체는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이 마지막 퍼즐을 채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회사가 KAI다.


KAI까지 품으면 그림은 완성된다. 지상의 K9·천무, 해상의 한화오션, 공중의 KAI, 우주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이 하나의 그룹 안에 들어온다. 항공엔진부터 레이더와 항공전자, 위성, 발사체, 전투기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완성되는 셈이다. 그 중심에는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있다.


삼성 방산사업 인수에서 시작된 한화의 방산 확장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주사업 확대에 이어 KAI까지 품는다면 김 수석부회장은 '육·해·공·우주를 완성한 경영자'라는 상징성을 얻게 된다. 경영권 승계의 마지막 관문인 '회장'이라는 자리에 오르기에도 이만한 성과는 찾기 어렵다.


그래서 한화의 KAI 인수는 단순한 인수합병(M&A)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동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적인 거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KAI를 품는 순간 한화가 장밋빛 미래만을 맞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KAI 인수가 한화에 '신의 한 수'가 아니라 '악수(惡手)'가 될 가능성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항공산업의 시간은 일반 제조업과 다르게 흐른다. 전투기 한 대를 개발하는 데 10년, 20년이 걸린다. 양산과 수출을 앞둔 KF-21도 실제 돈을 벌려면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도 언제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국가 안보와 직결돼 있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접을 수도 없다.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고 연구개발(R&D)을 중단할 수 없고 적자가 난다고 국가 전략사업을 하루아침에 정리할 수도 없다. 여기에 한화의 수익성 중심 경영과 KAI의 개발 중심 문화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장기간 기술 축적과 개발 완수를 최우선으로 해온 KAI가 민간 대기업의 실적 논리에 편입될 경우 당장의 수익성과 장기적인 기술 경쟁력 사이에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 KAI 내부에서도 이런 우려가 나온다. 항공산업은 국내 대기업들이 익숙한 단기 실적 중심의 산업과 "생태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당장 돈이 나오는 사업보다 앞으로 돈이 들어갈 사업이 훨씬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한화에도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한화는 이미 방산과 조선, 우주 등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KAI까지 품는다면 앞으로 감당해야 할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진다. 더욱이 항공산업은 투자했다고 바로 성과가 돌아오는 사업이 아니다.


결국 KAI 인수의 성패는 '얼마에 사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한화는 KAI 인수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KAI 인수가 단순히 김동관의 '대관식'을 완성하기 위한 M&A라면 위험하다. '육·해·공·우주를 완성한 김동관'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한 거래라면 그 대가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반대로 김 수석부회장이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전투기와 우주항공 기술에 돈을 쏟아부을 각오가 돼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단기 실적이 나빠져도 연구개발을 멈추지 않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라도 국가 항공우주산업에 필요하다면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KAI를 인수하는 것은 돈으로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KAI를 제대로 경영하는 것은 돈만으로 되지 않는다. 김동관의 진짜 대관식은 KAI를 사들이는 날 열리는 것이 아니다. 10년, 20년 뒤 KAI를 세계적인 항공우주기업으로 만들어냈을 때 비로소 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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