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1조9000억 원 규모의 KF-21 국산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에서 최종 경쟁을 벌이는 두 후보가 나란히 입찰참가자격 제한 리스크를 안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전사업장 폭발사고, LIG D&A(현대로템 연합)는 방사청 뇌물 사건에 연루된 상태다. 아직 제재 처분이 내려지지는 않았으나, 향후 혐의가 확정되면 최대 2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사유는 중대재해와 방산비리로 다르지만 적용되는 제재는 같다. 다음 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둔 가운데, 계약 체결 전 제재 확정 여부가 수주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 양사 모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상태는 아니다. 방위사업청은 검찰의 공소장 등 수사자료를 검토한 뒤 계약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선정 단계에서는 제재 대신 평가 항목 가운데 참여 업체의 청렴도와 중대재해 관련 리스크가 감점 요소로 반영된다. 다만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계약 체결 전 제한 처분이 내려지면 계약을 맺을 수 없어, 협상과 계약이 진행되는 10월 19일부터 연말 사이가 실질적 고비로 남는다.
이 사업은 KF-21에 실릴 국산 무장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대형 과제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 9월 7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고, 10월 6~8일 평가를 거쳐 12일 우선협상대상업체를 선정한 뒤 19일부터 연말까지 협상과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체계개발에 2026년부터 2033년까지 7535억원, 후속 양산에 1조1471억원이 투입돼 전체 규모는 약 1조9000억원에 이른다.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은 KF-21이 가시거리 밖(BVR)에서 적기를 요격하는 핵심 무장으로, 현재 탑재된 유럽 MBDA의 '미티어(Meteor)'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최대 승부처는 기체구조·추진기관의 핵심인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이다. 덕티드 램제트는 비행 중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연료를 태우는 방식으로, 산화제를 함께 실어야 하는 일반 고체로켓 추진기관보다 연료를 많이 실을 수 있어 사거리와 속도, 표적 접근 이후 기동성에서 유리하다. ADD는 2005년부터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 핵심 기술을 연구해왔으며, 이 추진기관을 어느 진영이 확보했느냐가 수주를 가를 전망이다.
이 기술을 놓고 수주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LIG D&A 연합의 2파전으로 짜였다. 세 회사가 사업에 참여했으나 현대로템과 LIG D&A가 컨소시엄을 이뤄 사실상 두 진영이 맞서는 형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여 년간 ADD와 함께 고체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을 연구하고 원료 합성부터 주요 부품 제조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운다.
현대로템은 2000년대부터 램제트 엔진을 개발해온 추진기관 기술을, LIG D&A는 탐색기와 유도조종, 체계종합 등 유도무기 분야 역량을 결합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지난 9월 7일 제안서 제출 당시 "원료 합성부터 핵심 부품 제조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업체"라며 기술 자립도를 강조했다.
LIG D&A의 리스크는 이미 재판 단계로 넘어가 있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지난 8월 87.720일 방위사업청 5급 공무원 A씨를 뇌물수수, LIG D&A 임원 B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 A씨는 앞서 7월 28일 관련 혐의로 먼저 구속기소된 상태였다. 뇌물 전달에 관여한 LIG D&A 임원과 하청업체 대표 등 4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2021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총 915억원 규모의 방위사업 6건에서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LIG D&A에 유리한 점수를 준 대가로 4억6000만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부정 평가가 이뤄졌다고 본 6개 과제 가운데 3개가, 이번 유도탄 사업과는 별개인 약 1조7000억원 규모 한국형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의 핵심 또는 관련 기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12월 계약됐다. LIG D&A는 지난 8월 21일 입장문을 내고 "전자전기 사업은 공정한 평가를 거쳐 큰 점수 차이로 선정됐다"며 문제된 공무원이 전자전기 사업 평가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해당 과제도 전자전기 핵심기술요소(CTE)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LIG D&A가 재판대에 오른 것과 달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건은 아직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 6월 대전사업장에서 폭발사고로 근로자 5명이 숨진 뒤 손재일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기소 여부조차 아직 불투명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논의는 LIG D&A보다 한발 늦지만, 혐의가 확정되면 국가계약법상 최대 2년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두 회사가 동시에 제재를 받을 경우 유도무기 등 일부 무기체계 사업에 공백이 생길 수 있어, 방위사업청도 이를 함께 살피고 있다.
관건은 제재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되느냐다. 방위사업청은 부정당업자 제재를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94조와 방위사업청 계약심의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라 계약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현행 계약예규는 입찰참가자격 판단을 입찰참가 서류 접수 마감일을 기준으로 하고, 입찰참가자는 입찰서 제출 마감일까지 자격을 유지하도록 규정한다. 이 기준을 따르면 제안서 마감일인 9월 7일 시점에 제재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이미 접수된 제안의 효력은 유지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두 곳 다 입찰 제한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지만, 동시에 제한하면 무기체계를 개발할 업체가 남지 않는다"며 "결국 사안별 경중을 따져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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