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를 두고, 오랜 기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항공기 개발의 특성과 인수 주체의 수익 중심 경영이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가 KAI 지분 15.89%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향후 방산 생태계 재편과 인수합병(M&A) 가능성을 둘러싼 목소리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KF-21(보라매)의 개발 궤적에서 드러난다. KF-21은 2015년 체계개발에 착수해 지난 6월 개발을 공식 완료했고, 이달 말 양산 1호기를 공군에 인도한다. 첫 결실을 보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린 셈이다. 40대 규모의 1차 전력화가 끝나는 시점은 2028년, 공대지·공대함 무장을 갖춘 후속 양산은 2032년까지 이어진다. 개발비 투입을 수출 성과로 환원하기까지는 긴 호흡이 요구된다. 당장의 실적보다는 미래 기술 자산을 바탕으로 적자 국면을 버텨내야 하는 사업의 속성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에는 한화가 태양광 사업에서 보여온 행보가 자리 잡고 있다. 한화솔루션 사업보고서를 보면 태양광(신재생에너지) 부문 영업손익은 2023년 1843억원 흑자에서 2024년 1258억원 손실로 돌아섰고, 2025년에는 손실이 1489억원으로 늘었다.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2024년, 한화솔루션은 중국 치둥공장을 접었다. 그해 4월 이사회에서 치둥공장(한화큐셀 치둥)의 영업 정지를 결정했고, 해당 법인은 회계상 중단영업으로 분류됐다.
앞서 2023년 12월에는 충북 음성공장 가동을 멈추고 국내 셀 생산을 진천공장으로 통합했다. 태양광은 한화가 2010년 중국 솔라펀, 2012년 독일 큐셀을 인수해 15년 넘게 키워온 주력 사업이다. 오래 공들인 사업이라도 수익성이 흔들리면 라인을 정리하고 되는 시장에 집중한다는 판단이 작동한 셈이다.
태양광에서 보여준 이런 대응 방식은 완제기 개발 사업에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실적이 악화되면 생산 거점을 줄이고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는 태양광 사업과 달리, 항공기 개발은 10년 넘는 기간 동안 적자를 온전히 견뎌야만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KF-21이 개발 착수 10년 만에야 첫 양산기를 마주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완제기 개발은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적자를 견디며 기술을 쌓는 사업"이라며 "단기 수익성으로 평가하면 개발이 중간에 흔들리거나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KAI라도 대주주의 경영 기조에 따라,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국책 개발사업을 끝까지 끌고 갈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이러한 우려에 인수 뒤 사업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키워왔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삼성테크윈과 두산DST를 인수한 뒤 5년 내 구조조정 사례가 없었고 오히려 고용이 늘었다"며 "2040년까지 경남을 중심으로 5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투자가 KAI의 본거지로 향하는지에는 이견이 있다. KAI 노조는 55조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우주발사체와 저궤도위성에 배정돼, KAI가 자리 잡은 사천의 항공우주 기반에 돌아가는 몫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한화는 이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KF-21은 첫 양산기 인도로 10년 개발의 첫 결실을 냈다. 후속 양산과 성능 개량, 수출까지는 더 긴 시간이 걸린다. 한화가 이 기간을 수익과 무관하게 끌고 갈 수 있느냐가 KAI 인수의 관건으로 꼽히는 이유다.
한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형화가 K-방산의 유일한 길처럼 여겨지지만, 규모를 키우는 것과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더라도 그 주체가 반드시 한화여야 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