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시계는 다시 돌렸지만, 금융기관의 운명은 또다시 안갯속에 남았다. 올해 4분기 이전 대상 기관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이전에 착수한다는 일정만 제시했을 뿐 최대 관심사였던 기관별 명단은 공개하지 않으면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의 지방 이전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기관 이전에 반대해온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총파업을 앞세워 저지선을 치고 나섰다.
정부는 3일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약 350곳을 대상으로 지방 이전 여부를 검토해 올해 4분기 중 구체적인 이전계획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인 이전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도권 잔류 기준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수도권에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기관은 지방 이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날 기관별 이전 대상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을 비롯해 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의 지방 이전 여부 역시 당분간 결론을 내기 어렵게 됐다. 특히 산업은행은 부산 이전이 별도 정책과제로 장기간 논의돼온 만큼 향후 정부가 마련할 구체적인 이전계획에 금융기관을 어떤 방식으로 담을지가 금융권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 발표와 맞물려 금융노조의 반발도 본격화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9·4 1차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기관 지방 이전 중단을 촉구했다. 금융노조는 금융기관 지방 이전 저지를 주 4.5일제 도입과 실질임금 인상 등과 함께 이번 총파업의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산별교섭에서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금융노조는 오는 4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금융노조는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속도를 내기에 앞서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와 부작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뿐 아니라 이전기관의 인력 이탈과 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본 뒤 2차 이전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광욱 신용보증기금 노조위원장은 "2차 이전을 논하기에 앞서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떤 효과를 냈는지, 인력 이탈과 정주 여건 문제는 어떻게 남아 있는지부터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1차 이전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단순히 기관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전기관과 지역 전략산업 간 연계를 강화해 지역 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2차 이전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향후 이전 대상 선정 과정에서는 지역균형발전 효과와 함께 기관별 업무 특성 및 이전에 따른 파급효과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노조는 특히 금융기관의 경우 일반 공공기관과 다른 산업적 특성을 이전 여부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 정책·감독기관과 금융회사, 전문인력이 수도권에 집적돼 형성되는 협업 구조가 금융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국책금융기관을 분산 배치할 경우 발생할 영향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논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 정책·감독기관의 거취도 별도의 쟁점이다. 금융위 등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서로 다른 논의 구조지만, 금융권에서는 정책·감독기관의 추가 이전 가능성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금융 정책·감독기관까지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금융회사들이 업무 협의를 위해 서울과 지방을 오가야 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경우 이전 과정에서 추가 운영비용이 발생하면 금융회사들이 부담하는 감독분담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정부는 이날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전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만큼 실제 이전 여부는 향후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
금융기관 지방 이전 문제는 임금과 근로시간 문제 등과 함께 4일 예정된 금융노조 총파업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로 부각될 전망이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사전 집계된 총파업 참여 예상 인원은 2만명 이상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8월1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기준 96.0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충분한 검증과 당사자 협의 없는 금융기관 지방 이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금융산업의 특성을 무시하는 2차 지방 이전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지방 이전 저지 외에도 주 4.5일제 도입과 실질임금 인상을 이번 총파업의 주요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AI(인공지능) 도입 등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업무량 확대로 연결하기보다 노동시간 단축과 청년 채용 확대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사측이 제시한 2.5% 임금인상안으로는 실질임금 개선이 어렵다며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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