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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로 밀린 관가 '운명의 날'…시중은행도 '눈치보기'
한진리 기자
2026-09-01 09:00:00
금감원 '세종 이전' 가능성에 복잡한 셈법…수시 대응 줄어도 비용 전가는 부담
이 기사는 2026-08-31 17:49:36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서울을 떠나면 시중은행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을까. 정부의 2차 행정기관·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피감독기관인 은행권에서도 금감원의 거취를 놓고 복잡한 셈법이 시작됐다. 감독당국과 물리적으로 멀어지면 수시 대면 협의나 현안 대응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늘어나는 출장·대관 비용과 이전 비용의 감독분담금 전가 가능성은 새로운 부담이다.

31일 금융권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의 2차 행정기관·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 발표 시점은 당초 거론되던 이달 하순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발표 시점과 관련해 공론화 절차 등을 거쳐 "10~11월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사회 현안이 겹친 상황에서 기관 이전이 지역과 이해관계자 사이의 민감한 문제인 만큼 정부가 여론을 추가로 살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2차 이전을 위해 검토하는 기관은 약 350곳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전 대상과 지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예보), 금융위원회는 물론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 등의 거취도 관심사로 거론되고 있다. 기관마다 법적 성격과 이전 근거가 다른 만큼 향후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대상을 추릴지가 관건이다.


이전 가능성이 제기된 기관 내부에서는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금감원과 예보 노조는 지난 24일 청와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이전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 금융민원의 81.4%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점을 들어 감독기관이 서울을 떠날 경우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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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금융감독기관 지방이전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뉴스1)

반면 감독 대상인 금융사들은 이전 대상 기관과는 다소 다른 셈법을 보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청라 이전을 앞둔 하나금융을 제외하면 주요 금융지주·은행 본점 상당수가 서울 여의도와 중구 일대에 집중된 상황에서 금감원이 서울을 떠나면 금융사와 감독당국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검사와 현안 협의, 각종 보고 등을 위해 금감원과 금융사 가운데 어느 한쪽은 서울과 이전 지역을 오가야 하는 구조가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물리적 거리 확대가 감독 강도 자체와는 별개로 수시 대면 협의와 즉각적인 현안 대응 등 일상적인 감독 대응 부담을 일부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는 여의도에 위치한 금감원과 주요 금융사들의 거리가 가까워 현안 발생 시 대면 협의나 자료 제출, 검사 대응 등이 빠르게 이뤄지는 구조다. 금감원의 세종 이전이 현실화하면 일상적인 소통 가운데 일부가 비대면이나 사전에 예정된 정례 협의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기관이 바로 옆에 있는 것과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것은 피감독기관 입장에서 체감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며 "공식적으로 이전을 반길 상황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시로 이뤄지는 대면 협의나 현안 대응 부담이 일부 줄어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물리적 거리 확대가 금융사에 일방적인 이익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인허가나 주요 현안 협의 등을 위해 금융사 임직원이 감독당국을 직접 찾아가야 할 경우 출장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금융사 대관·준법·리스크 담당 조직 입장에서는 오히려 대응 동선이 길어지는 셈이다.


금융사들이 경계하는 또 다른 변수는 이전 비용이다. 금감원은 운영 재원의 상당 부분을 금융사들이 내는 감독분담금으로 충당한다.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검사 대상 금융사들이 일정 기준에 따라 분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아직 이전 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은 만큼 청사 마련이나 인프라 구축 등에 필요한 비용과 조달 방식 역시 정해진 것은 없다. 금융권에서는 이전이 현실화해 금감원의 운영비가 늘어날 경우 중장기적으로 감독분담금 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 역시 지방 이전에 따른 감독비용 증가가 금융사의 감독분담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사 부담이 커질 경우 대출금리나 수수료 등을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간접적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감독분담금에 미칠 영향을 볼 수밖에 없다"며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금융권 부담으로 돌아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이전 여부 못지않게 금융위와 금감원이 향후 어디에 배치될지도 주목하고 있다.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와 감독을 담당하는 금감원이 서로 다른 지역으로 흩어질 경우 금융사 입장에서는 대응해야 할 동선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어서다.


어느 기관이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금융사들의 대관·검사 대응 체계까지 다시 짜야 하는 만큼 금융권은 10~11월께 윤곽을 드러낼 정부의 이전 계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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