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금융당국이 민간 중금리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전액 제외하며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는 규제 완화가 실제 대출 확대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기업대출 등에서 발생한 부실을 정리하며 건전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대출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혔지만 상호금융권은 신용위험을 관리하면서 서민금융 공급까지 늘려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이후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새로 취급하는 민간 중금리대출 순증액을 금융회사별 가계대출 총량 관리 실적에서 전액 제외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중금리대출 순증액 가운데 저축은행은 80%, 상호금융은 70%, 여전사는 20%를 총량 관리에서 제외했지만 이를 모두 100%로 확대했다.
중금리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50%에 해당하는 중·저신용자에게 업권별 금리 상한 이내에서 공급하는 신용대출이다. 금융당국은 중금리대출을 늘려도 가계대출 한도를 소진하지 않도록 해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총량 규제라는 '외부 제약'을 풀어주는 것과 금융회사가 실제 대출을 늘릴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개별 조합과 금고가 대출 취급 여부를 결정하고 이에 따른 손익과 건전성 부담도 개별 단위에서 우선 떠안는 구조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대출 특성상 조합별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 역량, 손실흡수 여력이 실제 공급 규모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공급 확대 유인책과 달리 최근 상호금융권의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은 줄고 있다. 올해 2분기 신협의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461억34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6% 감소했다. 새마을금고 역시 410억1800만원으로 같은 기간 26.6% 줄었다.
배경에는 상호금융권이 떠안고 있는 기존 부실 부담이 자리한다.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PF와 부동산·기업 관련 대출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충당금을 쌓으며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신규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보다 기존 부실을 털어내고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를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인 상황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부실채권 매각과 자산관리회사를 통한 부실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3조5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이에 6월 말 연체율은 6.34%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7%보다 2.03%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말 5.08%와 비교하면 1.2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7.77%에서 올해 6월 말 10.17%로 뛰었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7.03%에서 7.73%로 상승했다.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에도 건전성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부실 여신에 따른 충당금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대손충당금 적립 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676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기존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재무제표에 반영되고 있는 만큼 신규 신용대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여건이다.
신협도 상황은 비슷하다. PF와 토지담보대출 등에서 발생한 부실채권 정리를 주요 과제로 두고 있다. 대부업 자회사인 KCU NPL대부와 NPL 펀드 등을 활용해 지난해까지 약 4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기존 부실을 털어내며 건전성을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서는 개별 조합의 건전성과 손실흡수 여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가계대출 총량이라는 규제상 제약을 풀어준 것이지 중·저신용자 대출에 수반되는 신용위험이나 충당금 부담까지 낮춰준 것은 아니다”라며 “조합마다 건전성과 손실흡수 여력이 다른 만큼 총량 제외만으로 현장의 취급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의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은 상호금융권에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28일 주요 카드사 등을 불러 중금리 정책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해달라고 당부했다. 상호금융권을 직접 겨냥한 요구는 아니지만 지역 조합원과 서민·중저신용자를 주요 고객 기반으로 하는 업권 특성상 정책적인 자금 공급 확대 기조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상호금융권으로서는 총량 규제 완화로 대출을 늘릴 수 있는 여지는 커졌지만 실제 공급을 결정하는 건 건전성과 손실흡수 여력이다. 기존 PF·기업대출 부실을 정리하며 신용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까지 확대해야 하는 만큼 당국의 규제 완화가 실제 중금리대출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조합별 여건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총량 제외 방침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세부 내용이 정해지면 조합별 건전성과 대출 여력을 고려해 취급 방향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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