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은서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가 연내 프라이빗에쿼티협회(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설립 허가를 협의하는 한편 금융감독원과 자율규제 모범규준도 상당 부분 마련한 상태다. PEF협회는 자율규제 체계를 구축하고 정부·국회와의 공식 소통 창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현승윤 스톤브릿지캐피탈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딜사이트 2026 M&A 포럼 'Capital Shift : 자본의 대전환, 새로운 질서'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현재 PEF운용사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현 대표는 이날 'PEF 20년, 협회 설립 추진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PEF업계는 올해 초부터 협회 설립을 준비해 왔다. 지난 9월 금융위와 설립 허가 협의를 시작했다. 올해 4분기 기존 PEF운용사협의회 총회 의결을 거쳐 대부분의 회원사를 승계하고 연내 협회를 출범시키는 것이 목표다. 협회는 민법 제32조에 따라 금융위 허가를 받는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로 설립을 추진한다.
새 협회의 핵심 역할은 자율규제 제도화다. 현 대표는 "외부에서 규제가 강화되기를 기다린다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업계가 먼저 기준을 세워서 자율규제를 제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업계 공통의 윤리기준과 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기준, 이해상충 관리, 투자자 보호 가이드라인 등을 담은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회원사의 이행 여부를 감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불공정행위를 한 회원사에 대해서는 자체 제재를 부과해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 대표는 "이미 금감원과의 협의를 통해 상당 부분 마련을 해 있고 여기에 대한 제도적이고 실질적인 체계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 설립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PEF 태동 20년 동안 이뤄진 외형 성장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PEF 출자약정액은 약 167조5000억원, 운용 중인 PEF는 1195개에 달한다. 여기에 PEF마다 투자 구조와 위험관리 방식이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인 규제가 정상적인 투자와 회수 기능까지 위축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기업 구조조정에서 PEF의 역할이 확대된 만큼 업계 차원의 책임 있는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 대표는 "PEF는 부실기업을 정상화하는 구조조정의 주체이자 중소·중견기업에 성장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벤처·신산업을 육성하고 해외자본을 국내로 연결하는 통로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PEF협회를 추진하면서 기존 PEF운용사협의회의 한계도 극복할 계획이다. 현재 PEF운용사협의회는 2014년 설립된 비법인 임의 협의체다. 회원사는 96개사이며 회원사 운용자산(AUM)은 약 113조원이다. 분기별 총회와 매월 집행위원회를 통해 업계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상근조직과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없어 지속적인 정책 대응과 자율규제에 한계가 있다.
PEF협회를 통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업계 의견도 전달할 예정이다.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등의 정책 협의체에 참여하고 법령 개정이나 규제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현 대표는 "업계를 대표하는 기구가 생겼을 때 업계와 협의할 수 있는 단일하고 책임 있는 창구가 생긴다"며 "정책기관과 출자자(LP) 입장에서도 업무를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로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에도 업계 차원의 대응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현 대표는 "구조조정이나 M&A 과정에서 근로자, 지역사회, 소비자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 이슈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개별 운용사 차원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책임 있게 설명하고 재발 방지책과 모범 사례를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PEF 업계도 그 무게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할 때"라며 "외부 규제를 기다리는 대신 업계가 먼저 기준을 세우고 이를 지키겠다는 노력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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