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로 기대하는 자산운용 시너지가 정작 KDB생명의 취약한 자본력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해지위험 증가로 요구자본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자체 이익 창출력도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대규모 자본확충이 이뤄지더라도 추가 출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수 가격뿐 아니라 정상화 비용까지 거래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현재 KDB생명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투지주는 인수 이후 자본확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은에 1조원대 사전 자본확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산은이 요구받은 규모의 자본확충을 지원하더라도 한투지주가 KDB생명의 경과조치 전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는 데 1800억원 이상을 추가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은의 사전 출자 규모와 실제 기본자본 인정액, 요구자본 변동에 따라 추가 부담은 달라질 수 있지만, 한투지주로서는 인수대금 외에도 상당한 정상화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부담의 배경에는 빠르게 불어나는 요구자본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KDB생명의 경과조치 전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은 1조552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879억원) 대비 20.6% 증가했다. 경과조치 후 요구자본도 1조904억원으로 1년 전(8124억원)보다 34.2% 늘었다.
요구자본 확대는 해지위험액과 금리위험액이 주도했다. 올 상반기 말 경과조치 전 해지위험액은 8299억원으로 전년 동기(5385억원) 대비 54.1% 증가했다. 경과조치를 적용한 수치(4580억원)는 1년 전(1134억원)보다 303.8% 급증했다. 경과조치 전후 차이가 없는 금리위험액은 2885억원으로 전년 동기(1545억원)와 비교하면 86.7% 증가해 건전성 부담을 더했다.
특히 해지위험 부담에는 연금·저축성보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 말 KDB생명의 보험계약(변액보험 제외) 최선추정부채(BEL)에서 연금·저축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54.8%에 달했다. BEL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에서 앞으로 받을 보험료와 지급할 보험금·사업비 등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보험부채를 뜻한다.
연금·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보다 납입보험료 대비 해약환급금 부담이 큰 경우가 많다. 금리가 상승하면 보험부채의 현재가치는 감소하지만 해약환급금은 같은 폭으로 줄어들지 않아 대량해지 발생 시 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KDB생명의 상품 구조가 금리 환경 변화에 따른 해지위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은의 자본 수혈에도 건전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인 모습이다. KDB생명은 지난해 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지만, 올 상반기 말 경과조치 전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마이너스(-)26.1%로 전분기(-25.2%)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경과조치 후 기본자본비율은 33.2%로 직전 분기(41.9%) 대비 8.7%포인트 하락했다. 대규모 증자 이후에도 기본자본비율이 취약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추가 자본확충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재무구조가 한투지주의 인수 목적과도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투지주는 KDB생명을 인수해 보험과 자산운용 계열사 간 자본 배분 효율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KDB생명의 보유 자산을 자산운용 계열사에 위탁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운용자산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메리츠금융그룹처럼 증권사가 대형 딜(Deal)을 발굴하면 보험 등 계열사들이 공동투자에 참여해 그룹 차원의 투자 여력과 수익 창출 기회를 확대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보험사의 장기 운용자금과 증권사의 투자 역량을 결합해 기존 사업에서 확보하기 어려웠던 수익원을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KDB생명의 자본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대체투자 등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면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반면 투자자산의 위험 특성에 따라 요구자본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감당하기에도 자본 부담이 큰 KDB생명으로서는 공격적인 자산운용에 나설 여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투지주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 확대가 오히려 추가 자본확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산은의 사전 자본확충을 통해 정상화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는 한투지주의 협상 전략도 이 같은 구조적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KDB생명의 이익 창출력도 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KDB생명이 올해 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매각에 긍정적인 여건을 마련했지만, 일회성 손익 개선 요인을 제외하고도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올 상반기 KDB생명은 129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했다. 보험이익은 287억원으로 1년 전(131억원)보다 119.1% 증가했다. 손실부담계약 관련 비용 환입이 보험손익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영업외손익도 190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하며 실적 회복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현재의 흑자가 향후에도 반복적으로 창출될 수 있는 이익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미래 보험이익의 기반이 되는 보험계약마진(CSM)의 상품별 구성 변화가 눈에 띈다.
올 상반기 KDB생명의 총 CSM은 9673억원으로 전년 동기(9154억원)보다 5.7% 증가했다. 반면 일반모형을 적용한 CSM은 6379억원으로 1년 전(7914억원) 대비 19.4% 감소했다. 특히 일반모형 CSM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배당사망보험 CSM은 3496억원으로 전년 동기(4843억원)보다 27.8% 줄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 높은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미래 이익 기반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변액보험 CSM은 연금·저축성보험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변액연금·저축보험 CSM은 2889억원으로 전년 동기(1164억원) 대비 148.2% 증가했다. 변액사망보험 CSM도 76억원에서 405억원으로 432.9% 급증했지만 절대 규모에서는 변액연금·저축보험에 크게 못 미쳤다.
총 CSM은 늘었지만 일반모형 사망보험 CSM이 줄어든 반면 변액연금·저축보험 CSM이 증가하면서 미래 이익의 상품별 구성에도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 변액보험 CSM은 시장변수와 계리적 가정 변화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CSM 증가가 실제 신계약 확대와 안정적인 보험이익 창출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수익성을 가늠할 관건으로 꼽힌다.
KDB생명 관계자는 "당사는 ALM 체계 고도화와 주요 지표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 변화 대응 역량을 지속적으로 제고해나갈 계획"이라며 "CSM은 상품 구성과 계리적 가정 변경, 신계약 유입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동하는데, 현재는 변액보험을 비롯한 전반적인 상품 경쟁력 증대룰 목표로 신계약 확대 및 미래 이익 기반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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