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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은 품고 정상화 비용은 산은에…한투 '1조' 요구
강울 기자
2026-09-21 07:30:00
킥스비율 130% 맞추려면 9666억 필요…국책은행 추가 지원 논란
이 기사는 2026-09-18 17:28:08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생명 사옥 (제공=KDB생명)

[딜사이트 강울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한투지주)가 KDB생명을 품기 전 산업은행에 '1조원짜리 안전판'을 요구하고 나섰다. KDB생명의 취약한 지급여력을 정상화하는 데 들어갈 비용을 인수 이후 직접 떠안기보다 매각 전 산은이 상당 부분 부담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자본구조를 단순 대입하면 1조원은 KDB생명의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을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규모다. 보험사 편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정상화 비용까지 산은이 상당 부분 먼저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한투지주의 셈법이 본계약 체결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투지주와 세부 거래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양측이 매매가격과 자본확충 방안 등에 합의하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거래를 마무리하게 된다.


협상의 핵심은 KDB생명의 가격보다 '정상화 비용'이다. 한투지주는 인수 이후 그룹 차원의 추가 출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은에 매각 전 약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KDB생명의 자본적정성을 상당 수준 회복시킨 뒤 회사를 넘겨받겠다는 구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실무진에 KDB생명 인수 이후 그룹에서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지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안다”며 “인수 뒤 대규모 자금이 계속 들어가는 거래 구조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 강하다”고 말했다.

한투지주가 요구한 1조원은 KDB생명의 현재 자본상태에 대입하면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올해 6월 말 KDB생명의 경과조치 적용 전 요구자본은 1조5529억원이다. 같은 기준 킥스비율은 78.7%로 이를 역산하면 가용자본은 약 1조2222억원이다.


산은이 보통주 유상증자 방식으로 1조원을 투입하고 요구자본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가용자본은 약 2조2222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경우 킥스비율은 약 143%까지 상승한다. 현재 78.7%에서 64%포인트 이상 뛰면서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현재 요구자본을 기준으로 130%를 맞추는 데 필요한 가용자본 부족액도 약 9666억원이다. 한투지주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1조원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산은이 한투지주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이면 한투지주는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도 킥스비율이 당국 권고 수준을 넘어선 KDB생명을 넘겨받게 되는 셈이다. 인수 이후 매수자가 부담할 수 있었던 초기 정상화 비용의 상당 부분을 매도자인 산은이 먼저 부담하는 구조가 된다


1조원으로 KDB생명의 자본 문제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자본의 '질'이다. KDB생명의 6월 말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마이너스(-)26.1%다. 요구자본 1조5529억원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기본자본은 약 마이너스(-)4050억원이다. 산은의 1조원 증자가 전액 기본자본으로 인정되고 요구자본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약 38%에 그친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를 도입하며 최종 기준은 50%다. 모든 보험사가 내년부터 즉시 50%를 충족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2035년 말까지 경과조치가 적용된다. 현재 요구자본을 그대로 놓으면 최종 기준인 50%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기본자본 확충액은 약 1조1820억원이다. 산은이 1조원을 넣더라도 단순 계산상 최종 규제 수준까지는 약 1800억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한투지주가 산은의 사전 자본확충 규모에 민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매매가격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거래 부담을 충분히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KDB생명의 자본구조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를 넘겨받으면 인수대금과 별도로 상당한 규모의 추가 자본을 투입해야 할 수 있다. 보험사 편입을 통해 증권 중심의 사업구조를 다변화하는 과실과 함께 취약한 자본구조를 정상화하는 비용도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한투지주는 이 부담을 인수 전에 최대한 덜어내려는 모습이다. 지원 조건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도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반면 산은은 이번에도 매각이 무산되면 KDB생명을 계속 보유하면서 정상화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2014년 이후 매각을 거듭 추진해 온 산은으로서는 매수자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 어려운 구조다.


산은으로서도 한투지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어디까지 자금을 추가로 투입할지가 고민거리다. 한투지주가 요구한 1조원은 시장에서 예상했던 산은의 추가 지원 규모를 크게 웃돈다. 금융권에서는 당초 산은이 지난해 말 약 5000억원을 출자한 데 이어 올해 3000억~5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산은이 한투지주의 요구대로 1조원을 추가 투입할 경우 국책은행이 민간 금융회사의 인수 부담을 과도하게 덜어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산은이 2010년 금호생명을 인수한 이후 인수대금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이 이미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조 단위 자금을 넣는 데 대한 적정성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청산 역시 산은이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보험계약 이전과 계약자 보호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데다 오랜 기간 자금을 투입한 국책은행 자회사를 결국 정리한다는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한투지주가 정상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산은에 요구할 수 있는 협상 구도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이번 거래의 성패는 결국 'KDB생명을 어느 수준까지 고쳐서 넘길 것인가'에 달렸다. 한투지주는 보험사를 편입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도 취약한 자본구조를 개선하는 비용은 산은이 최대한 먼저 부담하기를 원하고 있다. 산은은 매각을 성사시키려면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지원 규모가 커질수록 민간 인수자의 부담을 국책은행이 대신 떠안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투지주가 요구한 1조원과 산은이 수용할 수 있는 지원 규모 사이에 차이가 있는 만큼 요구액이 그대로 확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산은의 매각 전 자본확충 규모와 한투지주의 인수 후 추가 출자 계획을 함께 조정하는 과정에서 최종 거래 조건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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