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사회 독립성과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의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연말 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차기 수장을 결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독립성과 검증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임추위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 기구인지, 사실상 정해진 후보를 추인하는 형식적 절차에 머무는지가 핵심이다. 딜사이트는 주요 은행별 임추위 구성과 운영 방식, 위원들의 면면과 인적 관계를 분석해 은행장 선임 과정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검증·견제 장치의 실효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하나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현직 은행장은 빠졌지만 지주 재무 담당 임원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외이사 3명과 지주 임원 1명이 차기 행장 후보를 심사하는 구조다. 지주 임원이 후보군 승인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이유로 불참한 전례도 있어, 은행 임추위의 인선 권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독립성과 이해상충 관리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임추위는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최상태 전 삼일회계법인 회계감사부문 총괄파트너, 전진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등 사외이사 3명과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그룹재무부문 부사장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가 압축한 최종 후보군을 공유받고, 은행 임추위원장은 최종 행장 후보 선정을 위한 지주 평가 과정에 직접 참석해 의견을 전달한다.
하나금융 그룹임추위는 지난달 30일 하나은행을 포함한 6개 계열사의 CEO 인선 절차를 개시했다. 이달 말까지 계열사별로 3명 이내의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고, 12월 초 최종 후보자 1인을 각사 임추위에 추천할 예정이다.
임추위원장을 맡은 김도진 이사는 은행 경영 경험을 갖춘 인물이다. 2024년부터 하나은행 임추위원으로 활동하다 올해 6월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기업은행 제25대 은행장(2016~2019년)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세종 고문을 맡고 있다. 은행장 재임 경험을 바탕으로 후보자의 경영 역량과 조직 운영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진규 이사는 2022년부터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해 왔다.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로 한국증권학회 회장을 지낸 금융학자다. 최상태 이사는 삼일회계법인 회계감사부문 총괄파트너를 지낸 회계 전문가로, 현재 하나은행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전 이사는 금융시장과 경영전략, 최 이사는 회계·재무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후보 심의에 참여한다. 김도진·최상태 이사는 2024년 이호성 현 행장이 은행장 후보로 선정될 당시에도 임추위원으로 활동했다.
임추위원장의 전문 분야도 회계·기업경영·소비자금융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왔다. 2019~2021년 위원장을 맡은 고영일 전 이사는 회계법인 대표 출신이며, 2022~2023년 김태영 전 이사는 필립스전자 대표이사 등을 지낸 기업 경영 전문가다. 2024~2025년에는 소비자금융 분야 학자인 최현자 전 이사가 위원회를 이끌었고, 올해는 전직 은행장인 김도진 이사가 뒤를 이었다.
현재 임추위 구성은 2021년 현직 은행장이 위원에서 제외되면서 만들어졌다. 하나은행은 2016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이사회 내 임추위를 설치했다. 2020년까지는 사외이사 3명과 사내이사 1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5명으로 운영됐다. 지성규 당시 은행장이 사내이사 자격으로 참여했으며,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는 지주 재무 담당 임원이 포함됐다. 지 전 행장 전임인 함영주 현 하나금융 회장 역시 은행장 재임 시절 임추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현직 은행장이 자신의 연임 여부와 연결될 수 있는 후보 추천 과정에 참여하는 구조는 '셀프 연임' 논란을 불러왔다. 2021년부터 현직 은행장이 임추위원 명단에서 빠지면서 사외이사 3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의 4인 체제로 바뀌었다. 사외이사 비중은 60%에서 75%로 높아졌지만, 지주 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기타비상무이사인 지주 재무 담당 임원의 참여는 일시적인 사례가 아니라 지속돼 온 운영 방식이다. 2019년 이승열 당시 부사장, 2020~2022년 이후승 당시 부사장에 이어 2023년부터는 박종무 현 그룹재무부문장이 임추위원을 맡고 있다. 그룹 전반의 자본과 실적을 살피는 지주 임원이 은행장 후보의 경영 역량을 심사하는 만큼, 은행 임추위에 그룹 차원의 재무·경영전략이 반영될 통로가 유지되는 셈이다.
실제 후보 심의 과정에서는 지주 임원의 이해관계가 회의 참여 여부에 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다. 박 부사장은 2024년 10월9일과 23일 열린 임추위에 안건과 관련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불참했다. 두 회의에는 사외이사 3명만 참여했다. 9일에는 CEO 후보군 승인 안건이 보류됐으며, 23일에는 은행장 경영승계계획 변경안과 CEO 후보군 승인 안건이 가결됐다.
박 부사장이 당시 어떤 이해관계로 회의에 불참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나은행 지배구조 내부규범은 본인이 후보로 추천되는 등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해당 회의에서 의결권만 행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회의 자체에 불참했다. 내부규범상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은 회의 성립정족수에는 포함되지만 의결정족수 계산에서는 출석위원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5월 열린 임추위에서는 박 부사장이 CEO 경영승계계획 변경안과 CEO 후보군 승인안에 모두 찬성했다. 지주 임원의 후보 심의 참여가 일률적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개별 안건의 이해관계에 따라 참여 여부가 달라지는 가운데, 지주 임원 역시 후보군 심의와 의결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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