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매매가격을 낮춰 새 주인을 찾은 가운데 KDB생명 매각은 산업은행의 1조원 자본확충 부담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인수 전 대규모 자본 보강을 요구하고 있지만 산은으로서는 이를 전부 수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1조원을 투입하더라도 KDB생명의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최종 규제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롯데손보가 매도자의 가격 눈높이를 낮춰 거래를 성사시켰다면 KDB생명은 매도자가 얼마나 더 돈을 넣어야 팔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 셈이다.
14일 신한금융은 JKL파트너스와 롯데손보 지분 77.04%를 6933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전체 지분가치로 환산하면 약 9000억원이다. 신한금융은 금융당국 승인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잔여 지분도 확보하고 신한EZ손해보험과의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거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매매가격이다. JKL파트너스가 2년 전 2조~3조원 수준의 몸값을 기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77% 낮아졌다. 신한금융은 인수가격을 낮추면서 향후 롯데손보의 자본확충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할 여지를 넓혔다. 기존 고객과 영업망을 갖춘 롯데손보를 인수해 손해보험 사업을 확대하는 선택에 힘이 실린 배경으로 풀이된다.
예별손해보험에 이어 롯데손보까지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선은 KDB생명으로 향하고 있다. 롯데손보가 매도자의 가격 조정으로 접점을 찾았다면 KDB생명은 매도자인 산은의 사전 자본확충이 핵심 협상 조건이다. 매수자의 인수 부담을 줄인다는 점은 같지만 KDB생명은 매각대금 조정에 더해 매도자의 추가 출자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차이가 있다.
산은은 지난 8월13일 한투지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당초 9월 말로 예상됐던 SPA 체결이 미뤄진 가운데 양측은 인수대금과 자본확충 등 세부 거래조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한투지주가 요구한 약 1조원 규모의 사전 자본확충이다. 한투지주는 인수 이후 추가 출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은에 매각 전 자본 보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협 선정 단계부터 거론됐던 자본지원 조건이 본계약 협상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한투지주가 1조원에 달하는 지원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KDB생명의 취약한 자본상태가 있다. 올해 6월 말 KDB생명의 경과조치 적용 전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78.7%로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130%를 크게 밑돌았다. 당시 요구자본 약 1조5529억원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보통주 유상증자로 1조원을 확충하면 킥스비율은 약 143%로 높아진다.
문제는 기본자본이다. 같은 가정에서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마이너스(-)26.1%에서 약 38%로 개선되는 데 그친다. 경과기간 이후 적용될 최종 규제 기준인 50%를 충족하려면 약 1800억원의 추가 자본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산은이 한투지주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더라도 현재 자본상태를 기준으로 추가 자본확충 과제가 남는다는 의미다.
한투지주가 실제로 부담할 금액은 주식 인수대금뿐 아니라 인수 이후 추가 출자액까지 포함한다. 산은이 매각 전 자본을 얼마나 보강하느냐에 따라 인수가격이 같더라도 한투지주의 총 투자 부담은 달라진다. 한투지주로서는 사전 지원 규모를 최대한 확보해 인수 이후 정상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산은으로서는 1조원이라는 지원 규모 자체가 부담이다. 산은은 지난해 말 KDB생명에 5150억원을 출자했다. 올해도 3000억~5000억원가량을 추가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한투지주의 요구액은 이를 크게 웃돈다. 이미 상당한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매각을 위해 다시 대규모 자본을 공급해야 하는 셈이다.
추가 출자액을 매각대금으로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산은이 1조원을 투입해 KDB생명의 자본상태를 개선하더라도 매매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사실상 민간 인수자의 부담을 국책은행이 떠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공적 성격의 자금을 얼마나 더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하다.
이 같은 이해관계 속에서 협상력은 한투지주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은은 수차례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을 계속 보유할 경우 추가 정상화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반면 한투지주는 보험업 진출이라는 전략적 목표가 있지만 인수 이후 자본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면 거래조건을 재검토할 수 있다. 산은이 매각을 서두를 유인이 상대적으로 큰 구조다.
이에 따라 양측이 사전 자본확충 규모와 인수대금을 함께 조정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산은이 지원 규모를 늘리는 대신 매매가격에 이를 일부 반영하거나 한투지주가 인수 이후 추가 출자 부담을 일정 부분 떠안는 방식이다. 롯데손보가 가격 조정으로 합의에 이른 것처럼 KDB생명도 양측이 정상화 비용을 어떻게 나눌지가 본계약 체결을 좌우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투지주는 인수 후 추가 출자를 우려하고 산은은 매각 전 지원을 늘리기 부담스러워 비용 분담을 둘러싼 조율이 길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손보는 매매가격을 낮춰 거래를 성사시켰지만 KDB생명은 산은의 추가 자본 투입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지원 규모와 인수대금을 둘러싼 양측의 눈높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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