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약 9000억원을 베팅하며 KB금융그룹과의 '리딩금융' 경쟁에 승부수를 던졌다. 그동안 취약했던 손해보험 사업을 보강해 비은행 이익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인수에 따른 외형 확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롯데손보가 적자를 내고 있는 데다 기본자본마저 부족해 인수대금 외 추가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이 KB금융과의 이익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롯데손보의 경영 정상화와 자본효율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JKL파트너스 산하 특수목적법인(SPC)이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 77.04%를 6933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2900원으로 전일 종가(2350원)보다 23.4% 높다. 딜 클로징(거래종결) 시점은 금융당국의 승인 등 선행조건이 완료된 이후로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신한금융은 잔여 지분 22.96%까지 확보해 롯데손보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전일 종가를 단순 적용하면 잔여 지분 매입에 약 1674억원이 필요하다. 최초 인수 지분과 동일한 주당 2900원을 적용하면 약 2066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경우 전체 지분 인수 비용은 약 9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롯데손보의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자본 확충과 신한EZ손해보험과의 통합 비용까지 더하면 실제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한금융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롯데손보 인수에 나선 배경에는 KB금융과의 비은행 경쟁력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상반기 KB금융의 비은행 이익 기여도는 44%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반면, 신한금융은 35.4%로 약 8.6%포인트(p) 낮았다. KB금융이 은행뿐 아니라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에서 이익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신한금융은 손해보험 부문의 이익 기여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신한금융은 은행·증권·카드·생명보험 등 주요 금융 계열사를 고루 갖추고 있지만, 손해보험 부문은 디지털 손보사인 신한EZ손보를 중심으로 사업 기반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롯데손보 인수는 이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빈틈을 메우고 비은행 이익 창출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신한금융은 2022년 신한EZ손보(옛 BNP파리바카디프손보)를 인수하며 손보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신한EZ손보는 올 상반기 순손실 182억원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자산은 업계 최하위 수준인 3401억원에 그치고 있다.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마이너스(-)10.48%와 -22.29%로, 그룹의 비은행 이익 기반을 뒷받침하기에는 외형과 수익성 모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롯데손보는 약 334만명의 고객과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약 2조2000억원의 보험계약마진(CSM)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롯데손보의 장기보험 계약과 영업 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룹의 고객 접점과 디지털 역량을 결합해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인수 작업이 완료된 이후에는 신한EZ손보와의 통합도 추진할 계획이다.
두 회사의 통합은 단순한 비용 절감보다 사업 기반을 보완하는 데 의미가 있다. 디지털 중심의 소형 보험사인 신한EZ손보가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웠던 장기보험 영업 기반을 롯데손보를 통해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통합 과정에서 조직·전산 재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롯데손보가 보유한 CSM 역시 향후 보험서비스 제공에 따라 이익으로 인식되는 만큼 곧바로 그룹 순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리딩금융 경쟁의 판도를 바꾸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신한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3조4958억원으로, KB금융(3조9270억원)과 비교하면 4312억원의 격차가 있다. 올해 상반기 185억원의 순손실을 낸 롯데손보를 편입하는 것만으로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 KB금융이 이미 수익을 창출하는 손해보험 사업을 보유한 반면 신한금융은 적자 보험사의 수익성부터 회복해야 하는 처지다.
더 큰 부담은 롯데손보의 취약한 자본구조다. 롯데손보의 올해 상반기 말 잠정 총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161.9%지만 기본자본 K-ICS 비율은 -5.4%에 그쳤다. 기본자본도 약 910억원 적자 상태다. 총 지급여력비율과 달리 손실 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은 부족한 셈이다. 롯데손보가 올해 3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요구를 받은 만큼 신한금융은 인수 이후 경영 정상화와 자본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내년부터 기본자본 K-ICS 비율 규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이 2036년까지 경과기간을 부여했지만, 기본자본 비율이 마이너스인 롯데손보로서는 자본 확충을 미루기 어렵다. 신한금융이 투입해야 할 자금은 지분 인수대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추가 자본 투입 규모와 시기에 따라 이번 인수의 투자수익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이 확보한 자본여력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이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올해 2분기 말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3.43%로 전분기보다 13bp 상승했다. 외부 자금조달 없이도 최초 인수대금을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그동안 CET1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주주환원을 확대해 왔다. 롯데손보 인수 이후에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려면 추가 자본 투입이 그룹의 자본적정성과 자기자본이익률(ROE)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롯데손보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경우 자본 투입에 따른 부담은 커지는 반면 비은행 이익 확대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보험 사업 경험과 고객 기반, 영업 역량을 갖춘 회사”라며 “신한금융은 이런 강점을 그룹의 자본·리스크 관리와 고객·디지털 역량에 더해 보험 사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그룹의 지속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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