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NiziU·NEXZ에 이어 GIRLSET까지. JYP엔터테인먼트가 해외 현지화 그룹을 잇달아 선보였지만 현지 법인의 수익성은 엇갈리고 있다. 해외 최대 법인인 일본은 올해 상반기 매출과 순이익이 동반 감소했고, 미국은 매출이 75% 가까이 늘었지만 순손실은 3.5배로 불어났다. 중국에서도 신규 그룹을 선보이며 현지화 전략을 확대하는 가운데 아티스트 육성에 투입한 자금을 얼마나 빠르게 이익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JYP의 해외 현지화 전략은 지역별로 수익 창출 능력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일본 법인은 7.9%의 순이익률을 기록한 반면 미국 법인은 매출액의 1.6배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일본에서 구축한 사업 기반을 미국과 중국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신규 시장에서 투자 성과를 입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모습이다.
日 매출 17%·순익 25% 감소…해외 최대 법인 성장세 주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본 법인 JYP Japan의 지난해 매출은 1547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해외 법인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러나 매출 증가에도 순이익은 같은 기간 152억원에서 128억원으로 약 15.8% 감소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이 뒷걸음질 치면서 수익성에 먼저 균열이 나타난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과 순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매출은 7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 줄었고 순이익은 56억원으로 25.2% 감소했다. 순이익률도 지난해 상반기 8.7%에서 올해 7.9%로 0.8%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이익 감소에 이어 올해는 매출까지 줄면서 해외 최대 법인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일본은 JYP가 해외 현지화 전략에서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시장이다. JYP는 2009년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을 거쳐 현지에서 직접 아티스트를 제작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 바이 로컬라이제이션(Globalization by Localization)' 전략을 본격화했다. 당시 원더걸스의 'Nobody'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100 76위에 올랐지만 현지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지는 못했다. 이후 일본에서 NiziU와 NEXZ를 선보이고 미국 GIRLSET, 중국 BOY STORY 등으로 현지화 그룹의 활동 무대를 넓혔다.
일본 법인은 현지화 그룹인 NiziU·NEXZ뿐 아니라 트와이스와 스트레이 키즈 등 본사 소속 아티스트의 일본 음반·공연·상품 사업도 담당한다. 현지 그룹의 성과와 본사 아티스트의 활동 일정이 법인 실적에 함께 반영되는 구조다. 일본 법인의 매출 감소를 현지화 그룹의 부진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JYP 해외 사업의 핵심 수익 기반에서 외형과 이익이 동시에 줄었다는 점은 부담이다.
JYP는 상반기 실적 감소를 구조적인 성장 둔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JYP 관계자는 "일본 법인 실적은 현지 및 본사 아티스트의 활동 스케줄에 따라 변동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NiziU·NEXZ의 활동 확대와 트와이스·스트레이 키즈의 일본 공연 등이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美 매출 75% 늘 때 손실 3.5배…수익화 갈 길 멀어
미국에서는 매출 증가가 오히려 손실 확대와 맞물렸다. 미국 법인 JYP America의 연간 매출은 2024년과 지난해 모두 25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반면 순손실은 2024년 28억원에서 지난해 47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1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4.5% 증가했다. 그러나 순손실도 9억9000만원에서 34억9000만원으로 약 3.5배 확대됐다. 매출이 약 9억3000만원 늘어나는 동안 순손실은 약 25억원 증가했다. 외형 성장 속도보다 손실이 불어나는 속도가 훨씬 빨랐던 셈이다.
미국 법인의 순손실률은 지난해 상반기 79.6%에서 올해 상반기 160.5%로 악화됐다. 매출 100원을 올리는 동안 약 161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일본 법인의 순이익률이 7.9%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시장의 수익성 격차는 상당하다.
사업 규모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미국 법인의 상반기 매출은 일본 법인의 약 3.1%에 불과했다. 일본에서 구축한 현지 사업 기반을 미국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 아직 충분한 매출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JYP는 미국에서 현지 그룹 GIRLSET을 육성하고 있다. 현지 아티스트 제작과 활동에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법인은 늘어난 매출로도 손실을 줄이지 못했다. 공시상 개별 아티스트와 사업별 손익은 확인되지 않아 적자 확대를 GIRLSET의 활동 비용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미국 사업의 과제는 매출 성장세를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가 지속된 데다 매출이 늘어나는 동안 손실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JYP 관계자는 "미국 법인은 설립 초기로서 투자 시기"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미국 법인의 손익분기 목표 시점과 향후 추가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中 합작법인 설립·신규 그룹 출범…투자 성과 미지수
일본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미국의 적자가 확대되는 사이 중국에서는 신규 현지화 사업에 나섰다. JYP차이나와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TME)가 설립한 NCC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월 CJ ENM과 신규 합작법인 원시드를 설립했다. 기존 BOY STORY에 이어 중국 현지 아티스트 육성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원시드의 첫 그룹은 모디세이다. 새로운 현지화 그룹을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넓혔지만 설립 초기인 만큼 투자에 상응하는 재무적 성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올해 반기 말 기준 원시드 관련 출자약정 49억원은 납입되지 않은 상태다. JYP는 지난 8월 홍콩법인 JYP Entertainment Hong Kong에 350만달러를 추가 출자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홍콩법인 추가 출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사업은 현지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일본·미국 사업과 차이가 있다. 현지 파트너의 유통망과 제작 역량을 활용해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구조지만, 신규 그룹의 매출 창출과 합작법인의 수익성 확보 여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할 과제다.
국내 신설 레이블도 적자…신규 투자 부담 지속
해외 현지화 사업뿐 아니라 국내 신규 레이블에서도 투자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JYP가 신설한 이닛엔터테인먼트의 순손실은 2024년 44억원에서 지난해 92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4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1600만원에 그쳤다. 본격적인 매출 기반을 구축하기 전에 상당한 규모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JYP는 지난 7월 이닛엔터테인먼트에 90억원을 추가 출자해 보통주 1800만주를 신규 취득했다.
이닛은 해외 현지화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신규 아티스트와 레이블 육성에 자금 투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전체의 투자 효율성과 맞닿아 있다. 미국 법인과 이닛 모두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추가 투자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시점은 불투명하다.
JYP는 지난해 영상 콘텐츠 제작법인 JYP픽쳐스와 미국 음악출판 법인 JYP Publishing USA를 청산했다. 국내 음악출판 법인 JYP퍼블리싱은 본사에 흡수합병했다. 기존 사업조직을 정리하면서도 신규 현지화 사업과 레이블 육성에는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JYP의 해외 현지화 전략은 일본에서 일정 수준의 수익 기반을 확보했지만 미국에서는 매출 성장에도 손실이 확대되는 한계를 드러냈다. 중국에서도 신규 그룹 육성에 나서면서 투자 성과를 입증해야 할 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시장에 뿌리내리기 위한 투자가 외형 성장에 그치지 않고 이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현지화 전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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