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3분기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상위권은 원유 섹터가 차지했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 재점화로 유가가 급등하며 관련 상품들의 수익률이 고공행진했다. 또한 상위권에 오른 상품 대부분이 환헤지(H) 구조였다는 점에서 3분기 수익률을 가른 건 기초자산만이 아니라 환율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딜사이트가 집계한 2026년 3분기 ETF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원유선물(H)'가 34.94%를 기록해 3분기 수익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2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Enhanced(H)'(33.80%)다. 집계 대상은 순자산 100억원 이상 ETF 835개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제외했고, 수익률은 분배금을 포함하지 않은 시장가격 기준이다. 이 중 플러스 수익률을 낸 상품은 171개(20.5%)에 그쳤다.
원유 ETF는 실물 원유가 아니라 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KODEX WTI원유선물(H)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WTI 선물로 구성된 'S&P GSCI Crude Oil Index ER'을 따라간다. 2위인 TIGER 원유선물Enhanced(H)가 추종하는 'S&P GSCI Crude Oil Enhanced Index ER'은 이 롤오버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을 줄이도록 월물 선택 방식을 조정한 지수다. 원월물 가격이 근월물보다 높은 '콘탱고' 구간에서는 갈아탈 때마다 비싼 계약을 사야 해 손실이 쌓이는데 이를 완화하려는 설계다.
원유 ETF 성과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 재점화가 이끌었다. 미-이란 전쟁은 6월 17일 종전 양해각서 서명으로 일단락됐다. 4월 초 배럴당 114달러대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6월 26일 69.50달러까지 밀렸다. 그러나 7월 초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과 미국의 대이란 공습이 이어지며 긴장이 다시 높아졌다. 8월에는 미국이 '무기한 해상봉쇄'를 경고했고 9월에는 제재 완화 협상이 교착에 빠졌다. WTI는 9월 30일 배럴당 90.20달러로 6월 말보다 30% 가까이 올랐다.
공급 불안도 유가를 떠받쳤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3분기 들어 계속 줄어 7월 초 보유량(3억1300만배럴)보다 약 3000만배럴 감소한 2억8300만배럴로 1982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수요·공급 불균형 우려에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상위권의 공통분모는 환헤지에도 몰려있다. 3분기 원달러 환율은 6월 30일 1549.4원에서 9월 30일 1352.8원으로 12.7% 하락했다. 달러 자산을 원화로 환산하는 환노출형 상품은 기초자산이 올라도 환차손에 수익을 깎였다. 수익률 상위 10개 중 7개가 환헤지 상품이다. 원유 선물 2개와 농산물 선물 2개('KODEX 3대농산물선물(H)' 16.57%,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 15.94%), 'RISE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14.01%), 'KODEX 미국빅테크10(H)'(12.96%), 'RISE 차이나HSCEI(H)'(10.47%)다.
같은 기초자산에서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성적이 갈렸다. 미국 원유 생산기업에 투자하는 상품 중 환헤지형인 RISE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은 14.01% 올랐다. 환노출형인 'KIWOOM 미국원유에너지기업'은 0.49% 떨어졌다. 미국 대표지수도 마찬가지다. 'KODEX 미국S&P500(H)'는 2.91% 올랐지만 같은 지수를 환노출로 추종하는 'KODEX 미국S&P500'은 10.13% 떨어져 13%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다만 실제로 수익을 본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1위 KODEX WTI원유선물(H)의 순자산은 469억원, 2위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156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시장 순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주식형 대표 상품들은 20%가까이 떨어졌다.
환헤지가 아닌 상품 중에서는 화장품이 두각을 나타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화장품TOP3플러스'가 23.23%로 3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화장품'이 17.91%로 4위에 올랐다. 'KODEX 은행'(9.09%)과 'TIGER 은행'(9.06%) 등 국내 은행주 ETF도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3분기에는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듯 보였던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원유 가격 자체를 밀어올렸다"며 "7월 초 1540원대였던 환율이 최근 1340원대까지 내려오면서 환헤지 상품인 KODEX WTI원유선물(H)이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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