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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공대공도 LIG·한화 분업…천궁-II 갈등 우려
조은비 기자
2026-10-08 07:00:00
체계종합 LIG D&A·추진기관 한화에어로…개발·수출 조율 관건
이 기사는 2026-10-07 16:24:04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 업체별 분업 구도와 사업 일정. (그래픽=챗 GPT)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국산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개발 사업에서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가 체계종합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기관을 맡는 분업 구도가 사실상 확정됐다.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에 이어 유도무기 시장에서 경쟁해 온 두 회사가 다시 한 사업 안에서 역할을 나눠 맡게 됐다. LIG D&A가 현대로템과 손잡고 추진기관을 확보하려 했으나 평가 결과 추진기관이 경쟁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돌아가면서, 개발부터 수출까지 두 회사의 역할 조율이 사업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한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개발 제안서 평가에서 LIG D&A가 체계종합과 탐색기를 포함한 분야에서 1순위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체구조·추진기관과 탄두·신관 분야에서 1순위를 받았다. 사업은 총 12개 시제품목으로 나뉘며 품목별로 업체를 선정한다. ADD는 10월 중순까지 이의신청 처리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진행하고, 12월 최종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 사업은 KF-21에 탑재된 유럽 MBDA의 '미티어'를 국산 무장으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2033년까지 7535억원을 들여 개발하고, 2035년부터 1조1471억원 규모의 양산에 들어간다. 전체 사업 규모는 약 1조9000억원이다.


양사가 나눠 가진 역할은 비중이 다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는 몫은 추진기관에 그치지 않는다. 유도탄을 목표까지 날려 보내는 기체구조·추진기관에 더해, 표적을 파괴하는 탄두·신관까지 1순위로 가져갔다. 체계종합과 탐색기 등은 LIG D&A가 맡는다. 유도탄이 얼마나 멀리 날아가 정확히 맞히느냐를 좌우하는 구성품 상당수를 경쟁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쥔 셈이다.


체계종합사인 LIG D&A는 이들을 하나로 통합해 성능을 책임지지만, 그 성능의 핵심 부품은 직접 만들지 않는다. 개발과 시험이 진행될수록 두 회사가 일정과 책임을 어떻게 맞춰 가느냐가 사업의 변수로 떠오르는 이유다.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은 가혹한 비행 환경에서 초음속 표적을 타격해야 해, 유도무기 가운데 기술 난도가 높은 축에 든다. 탐색기와 추진기관, 유도조종장치가 초음속 기류와 극한의 진동 속에서 오차 없이 맞물려야 하는 만큼 구성품을 하나로 통합하는 체계종합 역량이 성패를 가른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2033년까지 개발을 마쳐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라 시행착오를 겪을 여유가 크지 않다"며 "축적된 실적과 체계통합 경험이 중요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무기체계 연구개발은 방위사업청과 ADD의 기술성숙도 평가를 거쳐 사업이 결정된다. 통상 기술성숙도(TRL)가 6단계 이상일 때 체계개발에 착수한다. 이번 사업이 체계개발 단계에 들어선 만큼 추진기관을 비롯한 핵심 구성품의 기술은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LIG D&A는 그동안 GPS 유도폭탄 KGGB,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천룡, 단거리 공대공 유도탄-II 등을 개발해 왔고, 장거리 공대공까지 맡으면 공대지·공대공 무장 전반을 아우르게 된다. 다만 체계종합사가 무장 계열을 넓혀도 유도탄 하나를 혼자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추진기관을 비롯한 핵심 구성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몫인 만큼, 결국 두 회사의 협업이 사업 진행의 전제가 된다.


두 회사가 한 무기체계를 나눠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IG D&A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천궁-II에서 이미 역할을 분담했고, 그 과정에서 한 차례 마찰을 빚었다. 천궁-II는 LIG D&A가 유도탄과 체계종합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와 탄 구성품을, 한화시스템이 다기능레이더를 맡는다.


2024년 9월 LIG D&A가 이라크와 3조7000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맺자 한화 측은 납품 가격과 납기에 대한 사전 합의가 없었다며 반발했고, LIG D&A 측은 한화가 협의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갈등은 국회와 방위사업청의 중재를 거쳐 2025년 10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발사대와 레이더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일단락됐다.


천궁-II 수출에서는 체계종합을 맡은 LIG D&A가 주계약자로 대외 계약을 맺고, 구성품을 공급하는 한화 계열이 그 아래에서 납품하는 구조였다.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당시 LIG D&A가 전체 계약의 약 60%, 한화 계열이 40%를 나눠 가졌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천궁-II 갈등을 두고 "이라크 수출에서 대금 회수와 납품 단가 보전을 놓고 양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천궁-II의 갈등이 수출과 납품 조건을 둘러싼 것이었다면, 장거리 공대공에서는 개발 단계부터 양사가 더 깊이 얽힌다. 천궁-II에서 한화가 맡은 발사대는 틀어지더라도 유도탄 자체의 성능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장거리 공대공의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은 사거리와 종말 단계 기동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체계종합사가 책임지는 유도탄 성능이 경쟁사가 공급하는 부품에 직접 좌우되는 셈이다. 추진기관 개발이 늦어지거나 성능이 목표에 못 미치면 유도탄 전체의 일정과 성능이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체계종합사와 구성품 업체가 개발 초기부터 성능 목표와 일정을 촘촘히 맞출 필요가 있다. 수출 단계로 가면 조율 대상은 더 늘어난다. KF-21은 엔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AESA 레이더를 한화시스템이 공급하고 있어, 유도탄까지 패키지로 묶으면 기체를 만드는 KAI와 체계종합사 LIG D&A, 한화 계열이 가격과 납기를 함께 맞춰야 한다.


다만 개발이 끝나는 2033년 이후 양산과 수출이 이어지는 만큼, 역할 분담을 둘러싼 문제가 당장 불거질 사안은 아니다. 이번 장거리 공대공 사업의 사업비 배분 비율도 입찰이 진행 중이어서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 방산업계 전문가는 "천궁-II 때도 결국 국회와 방위사업청이 중재에 나서고서야 매듭지어졌다"며 "성능을 좌우하는 부품을 경쟁사가 맡는 이번 구조에서는 개발 초기에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비슷한 진통을 다시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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