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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 기회론 쏟아지지만…패트리엇 빈자리 대체는 아직
조은비 기자
2026-08-27 10:00:00
①기술·시장·제도 조건 걸려…"중동 시장 중심 확대 여지"
이 기사는 2026-08-26 19:09:54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방공 공백 공략 딜사조은비  사본 복사.jpg
(그래픽=김민영 기자)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장기화로 미국산 방공미사일 재고 부족론이 불거지면서, 그 공백을 '한국형 패트리엇' 천궁-Ⅱ(M-SAM Ⅱ)가 메운다는 '기회론'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천궁이 미국산 패트리엇을 곧바로 대체하기까지는 기술·시장·제도라는 세 갈래의 벽이 놓여 있다는 것이 방산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천궁-Ⅱ가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중동이다. 이란발 군사 위협이 고조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걸프 국가들의 방공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소진됐고, 이들은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섰다.


미국산 패트리엇은 일부 국가에서 공급 지연을 겪었고, 프랑스 VL MICA·영국 CAMM·독일 IRIS-T 등 서방 경쟁 제품도 생산라인이 유럽 본토와 우크라이나 전장 수요에 묶여 중동에 빠르게 납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빠른 납기와 실전 성과를 앞세운 천궁이 그 틈을 파고들면서 'K-방산 기회론'이 확산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산 방공 전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 전선까지 천궁이 흡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방산업계의 판단은 다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천궁과 패트리엇은 운용 개념과 무기 체계가 서로 다른 무기"라며 "패트리엇에 최적화된 전장에 천궁을 곧바로 대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두 무기는 발사 방식부터 다르다. 패트리엇은 발사각이 고정된 방식인 반면 천궁-Ⅱ는 수직발사대에서 미사일이 솟구친 뒤 방향을 트는 콜드런치 방식으로, 레이더와 정비 체계가 근본적으로 구분된다. 무기 인도만으로 전력화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천궁을 도입한 UAE에는 국내 기술진이 파견돼 교육과 운용 지원을 맡았다. 앞선 관계자는 "운용과 정비가 계속 따라붙는 무기여서, 운용 기반이 없는 나라는 완제품만 받아서는 즉시 전력화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을 봐도 천궁의 실제 판로는 중동에 집중돼 있다. 천궁-Ⅱ는 UAE를 시작으로 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가 잇따라 도입했고, 한 번 수출되면 조 단위 계약으로 이어지는 대형 품목으로 꼽힌다. 카타르·쿠웨이트와의 계약까지 성사되면 중동 내 운용국은 5개국으로 늘어난다.


이들 국가는 무기를 살 자금력이 있고, 전쟁 중이 아니어서 교전국 수출 제약을 받지 않으며, 이미 천궁을 운용하고 있어 추가 도입이 수월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우크라이나는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쟁 중인 데다 천궁 운용 경험이 없고, 당장 필요한 것은 자국군이 이미 쓰고 있는 패트리엇 계열 전력이다.

물량 여력도 빠듯하다. 이란발 위협이 커지자 UAE·사우디·이라크는 이미 계약한 물량의 조기 납품을, 카타르 등은 신규 계약과 동시 인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계는 이라크 수출 계약을 계기로 생산능력을 연 4개 포대에서 8개 포대로 두 배 늘렸지만,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여전히 빠듯하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 3월 천궁-Ⅱ 생산사가 수요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생산능력을 더 늘리는 데 9~12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방한한 쿠웨이트 왕족과의 도입 논의에서도 생산량 문제가 거론됐다.


제도적 관문도 남는다. 방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무기 수출은 특정국의 교전 여부만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최종사용자의 용도·목적과 국제 평화·안전, 국가 안보, 외교적 영향 등을 종합해 사안별로 심사한다. 정부는 수출 무기의 행선지를 추적하는 최종사용자(end-user) 모니터링 체계를 운용하고 있으며, 원칙적으로 제3국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교전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흘러갈 여지가 있는 거래일수록 심사 문턱은 높아진다.


시장의 관심은 결국 천궁이 중동 시장에서 판로를 얼마나 넓히느냐로 모인다. 미국산 공백을 전방위로 대체하는 그림보다는, 구매력과 운용 기반을 갖춘 중동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점진적 확대에 무게가 실린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천궁의 수출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미국산 방공 전력을 곧바로 대체한다는 접근은 시장과 제도 여건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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