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전동차 시장 진출에 나선 로만시스가 수주 규모가 6000억원에 가까운 5·8호선 전동차 사업 참여 여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서울교통공사가 다원시스와의 계약을 해제하면서 재발주가 추진될 사업인데, 다원시스의 납기지연 사태 이후 발주처의 검증 문턱이 높아져서다.
서울교통공사는 4월 철도차량 납품 지연 사태를 일으킨 다원시스와 맺은 두 건의 신조 전동차 계약을 해제했다. 공사는 노후 차량 교체를 위해 2021년 다원시스와 5·8호선 신조 전동차 298칸에 대한 구매계약을 맺었다.
납품이 늦어지자 공사는 지난 4월 계약 해제와 계약보증금 국고 귀속을 통보했다. 해당 계약의 해지 금액은 3394억원이다. 이어 2023년 다원시스와 체결한 5호선 전동차 200칸 계약도 해제됐다. 이 계약 규모는 약 2200억원이다. 두 계약을 단순 합산하면 약 5600억원에 이른다. 이는 로만시스의 지난해 매출 1890억원의 3배, 지난해 수주잔고 2883억원의 2배에 이르는 물량이다.
로만시스로선 일감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기회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임에도 로만시스는 그동안 철도차량 수주를 빠르게 확대해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로만시스의 철도차량 신규 수주는 2019년 339억원에서 코레일 기관차 수주가 본격화한 2022년 2296억원으로 늘었다. 2024년 560억원으로 주춤했다가 지난해 2019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해 신규 수주는 같은해 철도 사업 매출(1478억원)을 웃돌았다. 수주잔고는 2019년 249억원에서 지난해 2883억원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는 코레일 전동차 144칸(3098억원)까지 따냈다.
다만 추가 수주를 위한 여건은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 다원시스 사태 이후 평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신규 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입찰에서 평가 등급이 한 단계 내려갈 때 깎이는 점수를 2023년의 두 배로 늘렸다. 일부 항목에서 낮은 등급을 받으면 통과 기준인 85점을 넘기 어려워진 셈이다. 여기에 납품 지연 감점도 3점에서 5점으로 확대됐다. 업계에선 철도차량을 처음 제작하는 업체는 초기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납기 부담까지 더해져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로만시스는 현대로템에 차량을 제작해 납품한 실적은 있지만 운영사로부터 직접 수주한 차량을 완성해 인도한 실적은 아직 없다. 코레일에서 수주한 디젤기관차는 지난 8월 첫 차량이 출고돼 시운전에 들어갔다.
로만시스는 그동안 수주잔고를 빠르게 늘려왔지만 철도차량 제작업체에 대한 평가기준이 강화된 만큼 실제 입찰에 참여해도 가격평가 단계까지 진입할 수 있을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점에서 입찰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미 다원시스에 지급한 선급금과 계약보증금 회수 절차를 진행 중으로, 다시 5·8호선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재발주 시점과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로만시스 관계자는 "5·8호선 입찰 참여 여부는 지속 검토 중으로 현재로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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