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상호 기자] 농심이 미국, 중국 현지생산에 더해 부산 수출기지 확대를 병행하며 다국가 공략에 힘을 실고 있다. 기존 해외 공장이 자리 잡은 시장은 현지 생산을 적극 활용하고 유럽 등 새로 확대하는 시장은 국내에서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시장 개척을 본격화하는 단계인 만큼 아직 수출 규모를 확보하지 못한 다양한 국가별 수요 처리를 부산 한 곳에 모아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6일 농심에 따르면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수출전용공장 건설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녹산 수출전용공장은 기존 건면 생산시설인 녹산공장 여유부지에 들어서며 연내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농심은 녹산 수출전용공장에서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하기로 했다.
농심이 수출전용 공장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부산공장의 연간 생산능력 6억개와 구미공장의 수출물량 1억개를 합하면 녹산 수출전용공장 가동 이후 농심의 수출용 라면 생산능력은 연 12억개로 확대된다.
녹산 수출전용공장의 주요 공급 대상은 유럽과 남미, 서남아시아 등이다. 농심은 지난해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러시아 판매법인 설립 계획에서도 녹산공장을 제품 공급 거점으로 제시했다. 현지 법인을 통해 판매망을 확보하고 생산은 국내 거점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농심의 유럽시장 전략은 미국, 중국에서 보여 온 전략과는 사뭇 다르다. 농심은 미국에서는 LA 지역에, 중국에서는 상하이와 선양 등 지역에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공장은 캐나다에도 제품을 공급하면서 인접 시장을 지원하는 생산거점 역할도 맡고 있다.
농심이 유럽시장에서 이전과 다른 전략을 선택한 데는 시장의 지역적 특색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캐나다와 중국은 시장 내 소비 특성 차이가 비교적 크지 않은 시장으로 여겨진다. 국가별로 처리할 물량의 규모가 큰 만큼 별도 거점을 둬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 선택일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 외부고객 매출 기준으로 미국과 캐나다 법인의 매출은 3324억원, 중국 법인의 매출은 1066억원이다. 같은 기간 해외 외부고객 매출 규모는 6414억원이다.
반면 유럽은 여러 국가가 모여 있는 데다 각각 시장 상황도 다르다. 아직 판매 체계를 확대하는 단계인 데다 국가별 수요 차이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
실제 농심은 지난해 유럽법인 설립을 발표하면서 향후 전략을 놓고 “국가별 1위 브랜드가 다를 정도로 맛에 다양한 수요가 존재한다”며 “대형 유통사와 협의해 각국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 출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심으로서는 국내에 수출을 위한 대규모 생산거점을 마련하면 다양한 유럽 내 수요를 한 번에 관리하는 데 더해 남미,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수요까지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특정 지역의 판매 확대가 더디더라도 다른 지역의 수요로 생산 물량을 보완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농심은 국내 라면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서 있는 만큼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농심은 연결 기준으로 매출이 1조89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지역별 외부고객 매출은 국내가 1조2487억원으로 0.5% 감소한 반면 해외가 6414억원으로 26.8%가 늘었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33.9% 정도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6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녹산 수출전용공장도 우선 3개 생산라인만 먼저 가동하지만 앞으로 해외 수요 상황에 따라 최대 8개까지 생산라인을 늘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농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까지 해외 매출 성장 흐름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유럽 등 해외 수요 대응을 위해 마련되는 녹산 수출전용공장은 11월 준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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