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국내 게임사의 경영권과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액토즈소프트에 이어 최근 위메이드 인수전에서도 차이나머니가 핵심 자금줄로 등장하면서 K게임의 IP와 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위메이드 인수구조와 자금 출처, 핵심 IP의 향방을 추적하고 국내 게임사의 중국 자본·사업 의존도와 자본 유입 이후의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금융사를 사려면 새 대주주의 자격을 심사받는다. 방송사의 주인이 바뀔 때도 공적 책임과 사회적 신용, 재정능력 등을 따진다. 그러나 9200억원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위메이드에는 같은 방식의 주주 변경 심사가 없다.
정부 심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외국인투자에 따른 국가안보 심의 제도도 있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번 거래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각각 보는 잣대가 다르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을, 외국인투자 국가안보 심의는 안보상 위해 가능성을 본다. 새 주주의 적격성과 경영권 변경 이후 핵심 지식재산권(IP)의 사업조건을 하나의 틀에서 검증하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새 주주 측과 연결된 중국 게임사 킹넷이 ‘미르의 전설’ IP의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방안까지 투자계약에 담기면서 이 같은 심사체계의 범위도 시험대에 올랐다. 경영권과 핵심 사업권의 변화가 맞물린 거래를 현행 제도가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대주주 자격 대신 '경쟁' 본다…금융·방송과 다른 잣대
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위메이드 경영권 거래에 관한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다. 관건은 거래 규모보다 공정위가 무엇을 기준으로 심사하느냐다.
금융과 방송은 산업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주주 변경 심사제도를 두고 있다. 금융권은 업종별 법률에 따라 새 대주주의 자격을 심사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승인 대상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되려는 자는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송법도 승인 대상 사업자의 최다액출자자나 실질적 경영권자가 변경될 경우 별도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익성, 사회적 신용과 재정적 능력, 시청자 권익보호 등을 심사한다.
게임산업에는 이에 대응하는 별도의 주주 변경 승인 절차가 없다. 법정 신고 요건에 해당하는 인수는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를 받지만 핵심 판단 기준은 해당 거래가 관련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다.
공정위가 인수자를 보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결합의 당사자와 관련 사업을 파악하고 수평·수직·혼합결합 등 거래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따진다. 그러나 금융권처럼 새 주주가 대주주로서 적합한지 자체를 판단하는 절차는 아니다.
위메이드 거래에서는 이 차이가 미르 IP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킹넷 투자계약에는 위메이드가 네오펄스의 상위회사인 네오스피어에 미르 독점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네오스피어가 확보한 권리를 킹넷 측에 다시 허용하는 계약 체결을 추진하는 약정이 담겼다.
공정위가 이 같은 라이선스 구조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것과 계약 자체가 위메이드에 유리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독점 라이선스의 대가가 적정한지, 권리 배분이 위메이드에 충분한 경제적 이익을 남기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기업결합심사의 목적은 아니다.
결국 같은 미르 라이선스를 보더라도 공정위의 질문은 ‘위메이드에 좋은 계약인가’보다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가’에 가깝다. 경영권 변경 이후 회사에 돌아올 사업상 실익과 기업결합심사의 판단 기준 사이에는 간극이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주무부처도 상황 파악…주주변경 승인권은 없어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체부도 위메이드 경영권 거래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같은 고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등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문체부에는 게임사 최대주주 변경 자체를 승인하거나 인수자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별도의 권한이 없다.
외국 자본의 게임사 지분 취득 역시 기본적으로 민간 기업 간 거래인 만큼 게임산업 관련 법령에 금융·방송과 같은 별도 주주 변경 승인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
외국인투자와 관련된 또 다른 정부 심사 장치는 있다. 산업통상부의 외국인투자기업 정보에 따르면 네오펄스는 홍콩을 대표 투자국가로 하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돼 있다. 네오펄스가 외국인투자기업이라는 사실과 이번 위메이드 지분 취득이 국가안보 심의 대상인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외국인투자촉진법상 국가안보 심의는 업종별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목적부터 다르다. 관련 법령은 외국인의 실질적인 경영지배권 취득과 국가안보 위해 우려 등을 토대로 심의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주무부장관 등의 검토 요청이나 산업부장관의 판단을 통해 관련 절차가 개시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거래가 국가안보 심의 대상이 되는지는 위메이드가 보유한 기술과 사업, 외국인투자의 형태 등이 법령상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국가안보 심의가 적용되더라도 심사 대상은 안보상 위해 가능성이다. 인수자의 일반적인 대주주 적격성이나 미르 라이선스의 사업상 유불리를 판단하는 제도와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 심사 끝난 뒤 IP 계약…다음 방어선은 이사회
정부의 인수 심사와 별개로 거래 종결 이후 실제 체결될 미르 IP 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위메이드 내부 의사결정의 몫이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더라도 이후 개별 관계사 거래의 가격과 조건까지 모두 승인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미르 독점 라이선스가 네오스피어와 체결될 경우 새 최대주주 측과 연결된 회사가 핵심 IP의 사업권을 확보하는 구조가 된다. 이때 어떤 지역에서 얼마 동안 독점권을 주는지, 로열티와 선급금·최소보장액을 얼마로 정하는지, 킹넷 측에 어디까지 재허가할 수 있도록 할지가 위메이드에 남는 경제적 실익을 좌우하게 된다.
상법 제398조는 주요주주 등 법에서 정한 관계에 있는 자가 회사와 거래할 경우 중요사실을 밝히고 사전에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승인은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 받아야 하며 거래의 내용과 절차도 공정해야 한다. 네오스피어와 위메이드 간 라이선스가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는 거래 종결 이후 실제 지배관계와 계약 구조에 따라 판단할 부분이다.
경영권 변경 이후 새 최대주주가 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만큼 관계사 거래를 심의하는 이사회의 독립성도 중요해진다.
특정 주주 측이 추천하거나 선임한 이사라는 이유만으로 개별 거래에서 곧바로 특별이해관계인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의결 참여 여부는 해당 이사와 거래 사이의 이해관계를 따져 판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새 이사회가 최대주주 측과 연결된 회사와의 거래를 얼마나 독립적으로 심의할 수 있느냐도 쟁점으로 꼽힌다.
법조계 관계자는 “로열티율·선급금·최소보장액 등이 포함된 라이선스 대가가 독립된 제3자와 거래할 때의 수준인지를 봐야 한다”며 “새 최대주주와 독립된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독점 범위·해지 조건 등을 심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위메이드 경영권 거래는 현재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를 비롯한 거래 종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새 이사진 구성과 함께 미르 독점 라이선스의 계약 상대방과 대가, 기간, 재허가 범위 등 구체적인 조건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