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가 중국계 투자 플랫폼에 지분 전량을 넘기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장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과 사법 리스크로 주가와 기업이미지가 하락한 상황에서 최근 주가 대비 3배 이상의 프리미엄을 챙겼다.
그러나 회사로 직접 들어오는 돈은 없고 소액주주는 프리미엄에서 완전히 배제되면서 무책임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미르’ 가치·경영권 프리미엄 반영…소액주주는 울상
위메이드는 30일 박 대표 보유 지분 39.33%(1335만738주)를 약 920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양수도 가액은 6만8910원으로, 6월30일 종가(1만9330원)의 약 3.6배에 달한다. 핵심 지식재산권(IP)인 '미르'의 중국 사업 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거래는 박 대표가 보유한 지분과 경영권을 통째로 매각하는 구주 거래다. 소액주주 주식엔 경영권이 없어 프리미엄이 붙지 않는다.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장외에서 6개월간 10인 이상으로부터 주식을 사들여 지분이 5% 이상이 되는 경우에만 공개매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거래의 경우, 인수자가 최대주주 1인에게서 지분을 직접 넘겨받는 형식이어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주주들 사이에선 창업자가 주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 혜택을 누리고, 소액주주는 배제되는 구조여서다.
위메이드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박 대표 39.33%, 기관주주 12.3%, 개인주주 47.93%로 소액주주 비율이 높다. 특히 위메이드가 2021년 이후 실적 및 주가 부진 흐름을 보여 왔음을 감안하면, 소액주주에 대한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위메이드는 한때 가상자산 ‘위믹스(WEMIX)’를 앞세워 주가가 수십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위믹스 해킹·상장폐지와 신작 부진을 거치며 2만원 안팎에 머물러 왔다. 이날 종가는 2만5100원으로 전거래일(1만9330원)보다 30%가량 상승했다. 다만 최고가였던 2021년 11월19일(23만7000원) 대비로는 약 90% 낮은 수준이다.
단기적으로는 소액주주도 주가 상승의 수혜를 입은 것처럼 보이나, 인수 기대감에 따른 일시적 반등 흐름으로 보인다. 주주들의 손실을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주주들 입장에선 창업주가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보단 거액을 회수하고 먼저 떠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이유다.
자금 수혈 기대 어렵고 불확실성 증폭…소액주주 보호 장치 ‘無’
더 큰 문제는 인수 기대감에 대한 단기 상승 여력은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박 대표 측이 가지고 있던 구주매각이라 자금 수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신작 로드맵 및 사업 전략 조정이 불가피한 탓이다.
매각대금(9200억원)은 회사가 아닌 박 대표 개인에게 귀속된다. 통상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수혈해 실적 및 재무개선 가능성이 생기면 주가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향후 회사로 유입될 자금 규모와 활용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소액주주 입장에선 회사에 돈이 돌아 주가가 오를 여지도 남지 않는 셈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이번 위메이드 거래가 제도 공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권 매각에도 소액주주를 보호할 장치가 없어 대주주만 프리미엄을 온전히 챙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특정 인수자가 상장사 주식을 매수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일반 주주에게도 같은 가격에 주식을 팔 기회를 주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일본 등은 해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도입 논의 단계다. 인수자의 소액주주 지분 매수 범위를 두고 50%+1주를 의무화하는 방안과 100% 매수안이 맞서고 있다.
오는 10월 거래가 마무리되면 네오펄스는 기존 보유 지분 31만3053주(0.92%)를 포함해 총 1366만3791주(40.25%)를 확보하며 위메이드의 최대주주가 된다. 만약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시행 중이었다면 인수 주체가 소액주주 지분도 6만8910원 수준에 매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럴 의무가 없다. 소액주주가 프리미엄에서 배제되는 것이 위법은 아니지만,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건은 새 최대주주 체제에서 주주가치가 실제로 개선되느냐다. 네오펄스는 지난해 설립된 중국계 신생 사모펀드로, 이 자본이 향후 위메이드 주가를 끌어올릴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이번 거래는 잔금 납입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등 선행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거래가 무산될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인한 후폭풍은 고스란히 소액주주 몫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IB업계 관계자는 "창업주의 결단 및 여러 이해관계에 달렸지만, 신주 발행과 달리 회사로 들어오는 자금이 없어 주주가치 제고와 직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수 이후 경영 청사진 및 주주가치 제고, 소액주주 보호 방안 등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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