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반도체 연구를 담당할 신입과 경력을 동시에 채용하며 인재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 먹거리로 꼽은 반도체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반도체사업담당 연구직 신입·경력사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3일 공고를 냈으며 이달 6일까지 2주가량 지원서를 받는다. 모집 분야는 신입 3개, 경력 5개 등 모두 8개 부문이다. 전력반도체부터 시스템반도체까지 설계와 검증, 품질관리, 기술전략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인재를 고루 뽑는다.
우선 신입 부문에서는 시스템온칩(SoC) 설계, 전력반도체 평가·검증, 아날로그 회로 설계 인력을 모집한다. 합격자는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설계와 친환경차 전력변환시스템 핵심 소자 개발을 맡는다. 경력직은 전력반도체 개발, 전력반도체 테스트·검증, 혼합신호(Mixed-IC) 디지털 설계, 반도체 기술전략, 반도체 분석 등 5개 부문이다. 특히 지원 요건으로 해당 분야 실무 경력 5년 이상(석사 3년 이상)을 내걸어 현장에 바로 투입할 전문 인력 확보에 무게를 뒀다.
근무지는 서울 강남연구소와 경기 의왕연구소로 나뉜다. 설계 등 연구개발 인력은 강남연구소에서, 칩 평가와 품질관리를 맡는 반도체 분석 인력은 의왕연구소에서 일한다.
이번 채용은 반도체 내재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지난해 8월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로보틱스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를 미래 성장 사업으로 꼽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핵심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던 만큼 전문 인력 확보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현재 반도체사업담당 인력은 300명 안팎으로, 이번 모집을 거치면 조직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가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공급 안정과 수익성을 함께 확보하기 위해서다. 자율주행과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가 확산하면서 양산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많게는 3000개에 이른다. 반면 국내 공급 기반은 취약하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2024년 세계 100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 중 국내 기업은 5곳, 점유율은 3~4%에 그쳤고 이마저도 대부분 메모리다. 해외 업체에 칩 수급을 기대는 만큼 외부 변수에 공급망이 흔들리기 쉽다. 직접 설계한 칩을 쓰면 부품 원가를 낮추고, 반도체와 제어기를 묶어 고객사 수주 경쟁력도 높인다.
특히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구동시스템 성능과 원가를 좌우한다. 현대모비스는 전력반도체를 직접 설계해 파워모듈과 인버터, 모터로 이어지는 구동계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1년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을 1300억원에 인수하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오트론이 내연기관 구동시스템용 반도체에 주력했다면 현대모비스는 연구개발 범위를 전동화와 전장, 램프 등 주요 수주 품목으로 넓혔다. 인수 첫해 반도체 설계 섹터를 신설했고, 이듬해 시스템반도체와 전력반도체 섹터로 나눠 두 분야에 역량을 모았다.
양산 성과도 쌓고 있다. 현재 에어백용 통합반도체, 친환경차용 전원반도체, 모터제어용 통합반도체,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전원반도체 등 총 16종을 자체 설계해 외부 파운드리에서 생산 중이다. 지난해 양산 물량은 2000만개에 달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반도체 연구개발 프로세스로 기능안전 국제표준(ISO 26262) 최고 등급인 ASIL-D 인증을 받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외부 판매 없이 자체 칩을 자사 제어기와 부품에만 탑재하고 있다.
신규 칩 개발도 이어간다. 배터리관리시스템과 램프, 통신용 반도체, 네트워크 SoC 등 11종을 2028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다. 중장기 양산 계획도 세웠다. 올해 실리콘 기반 고전력 반도체(Si-IGBT)를 시작으로 2028년 차세대 배터리관리 IC, 2029년 실리콘카바이드 기반 전력반도체(SiC-MOSFET)를 차례로 양산한다. 올해 6월에는 IGBT 양산 전담 TFT를 신설하고 온세미컨덕터코리아 출신 이규현 상무를 TFT장으로 영입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채용 규모를 정확히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공채 대신 필요할 때 수요를 조사해 전 사업장, 전 부문에서 수시로 뽑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내재화 목적으로는 국내 생태계 조성을 꼽았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때 외국에서 만든 반도체 수급이 안 돼 공급망 전체에 타격이 있었다"며 "국내에도 좋은 기술과 생산 역량이 있는 만큼 팹리스와 파운드리, 연구기관이 힘을 합치면 우리 기술로 국내에서 다 만들고 외국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액을 절약하는 건 당연하고, 대의적인 목적은 좋은 기술이 있으니 국내 기업 참여도를 더 높이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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