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이재근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내정자가 KB국민은행장 시절 부행장으로 발탁한 오상원 테크그룹대표와 이성희 자본시장사업그룹대표, 이종민 글로벌사업그룹대표가 나란히 3년차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자신들을 발탁했던 은행장이 그룹 회장으로 올라서는 시점에 IT·자본시장·글로벌 핵심 사업을 맡아온 세 사람도 연임과 지주·계열사 이동, 퇴임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들의 거취에 따라 후속 부행장 승진 폭도 달라질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부행장 21명(이사부행장 제외) 중 7명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먼저 ▲고덕균(강남영업추진그룹) ▲송용훈(여신관리심사그룹) ▲이수진(준법감시인) ▲송병철(디지털영업그룹) 4명은 올해 연말 기본 2년 임기가 끝난다. 지난해 말 1년 임기를 추가로 받은 오상원(테크그룹)과 이성희(자본시장사업그룹), 이종민(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도 연말 인사 대상에 포함된다.
금융권 주요 임원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초임 2년을 마친 뒤 추가 1년을 더해 3년을 재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첫 2년을 마치고 한 차례 연임한 세 사람은 올해 말 3년차 임기까지 마치는 만큼 다시 한번 자리를 지킬지, 그룹 내 다른 역할을 맡을지가 이번 부행장 인사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부행장이 지주와 계열사 경영진으로 이동하는 주요 후보군이라는 점에서도 이들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오상원·이성희·이종민 부행장이 모두 이재근 부문장이 국민은행장을 맡던 시절 부행장으로 발탁됐다는 점이다. 초임 2년 임기를 마친 이재근 당시 행장은 연임에 성공했고, 2023년 말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세 사람을 나란히 부행장으로 승진시켰다.
은행마다 세부적인 인사 구조에는 차이가 있지만 부행장 인선에는 은행장의 경영 구상과 그룹 차원의 인사 방향이 함께 반영된다. 은행장이 주요 사업부문을 함께 이끌 경영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만큼 세 사람은 이재근 당시 행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경영진에 포함된 인사들이다. 이재근 부문장이 이제 그룹 회장으로 올라서는 만큼 이들을 새 체제에서도 계속 활용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세 사람의 전문 분야와 경력은 서로 다르다. 오상원 부행장은 그룹의 IT와 AI 전환(AX)을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 뒷받침하는 인물이다. 1967년생으로 해운대고와 동아대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국민은행에서 IT상품개발부장과 코어뱅킹2플랫폼부장 등을 역임한 오 부행장은 2021년 말 본부장 승진과 함께 테크서비스본부를 이끌었다. 2년 뒤인 2023년 말 부행장에 오른 그는 테크그룹대표로서 은행의 핵심 전산 인프라와 디지털 서비스 기반을 총괄하고 있다.
동시에 지주 IT본부장을 겸하며 그룹 전반의 IT 전략과 시스템 고도화를 주도 중이다. 이재근 부문장이 차기 경영의 핵심 화두로 AI를 제시한 상황에서 은행 테크그룹과 지주 IT본부를 동시에 맡고 있다는 점은 오 부행장의 향후 거취를 주목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현 보직을 유지하며 AX 인프라 구축을 계속 맡거나 그룹 차원에서 IT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안이 모두 가능하다.
그룹 내 이동 가능성을 살펴보면 세 사람 가운데 오 부행장은 IT 계열사와 가장 직접적인 접점을 갖고 있다. KB금융에는 IT 전문 계열사인 KB데이타시스템이 있다. 은행 핵심 전산부터 지주 IT까지 경험한 만큼 연말 계열사 CEO 인사와 맞물려 그의 IT 전문성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성희 부행장은 자본시장 전문가라는 희소성이 강점이다. 1967년생으로 진주고를 졸업하고 서강대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산업은행 국제영업부에 입사해 외환딜러로 근무하던 그는 1997년 JP모간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9년 JP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을 끝으로 은퇴했다. 트레이더로 시작해 지점장을 거친 이 부행장은 2023년 1월 국민은행 채권운용본부장 상무로 합류했다.
외부 영입 이후 승진 속도도 빨랐다. 이 부행장은 입사 1년 만에 부행장으로 승진했으며 은행의 자금 조달과 채권 운용, 외환·파생상품 거래 등을 맡고 있다. 산업은행과 글로벌 투자은행(IB)을 거친 자본시장 전문가를 영입한 뒤 불과 1년 만에 부행장까지 올렸다는 점에서 3년차 이후에도 그룹이 그의 전문성을 계속 활용할지가 관심사다.
KB증권과 KB자산운용 등 그룹 내 자본시장 계열사와 사업 영역이 맞닿아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현직 연임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자본시장 전문성을 활용할 여지가 있는 만큼 연말 계열사 CEO 인사와 함께 그의 거취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종민 부행장은 세 사람 가운데 그룹 전략과 경영기획 경험이 가장 두드러진다. 1970년생으로 경북영주고와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주에서 시너지추진부장과 전략기획부장을 거쳐 2021년 국민은행으로 이동해 투자금융본부장을 역임했다.
2023년 말에는 부행장 승진과 함께 경영기획그룹대표에 올라 국민은행의 경영계획 수립과 재무관리 업무를 책임졌다. 이 부행장은 올해 1월부터 글로벌사업그룹대표로 보직이 변경돼 해외 법인과 글로벌 사업 전략을 총괄하고 현지 사업의 성장성과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지주 전략과 시너지, 은행 투자금융과 경영기획을 거쳐 글로벌까지 경험한 만큼 특정 사업에 특화된 오상원·이성희 부행장과 달리 활용 범위가 넓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주 복귀나 계열사 경영진 이동 등 그룹 차원의 인사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경력을 갖춘 셈이다. 특히 이재근 부문장이 국민은행장을 거쳐 현재 지주 글로벌부문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 부행장의 향후 역할도 주목된다.
세 사람의 거취를 둘러싼 변수는 연말 계열사 CEO 인사다. 올해 말 KB금융 계열사 CEO 10명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이재근 체제 첫 인사에서는 지주와 은행, 계열사 경영진의 이동이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3년차를 마치는 세 부행장이 은행에 남으면 핵심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지주나 계열사로 이동할 경우에는 후속 부행장 승진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재근 부문장이 강조한 역량과 전문성도 세 사람의 거취를 가를 기준으로 꼽힌다. 오상원 부행장은 IT·AX, 이성희 부행장은 자본시장, 이종민 부행장은 전략·글로벌이라는 뚜렷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재근 당시 행장이 발탁해 3년간 핵심 사업을 맡긴 이들의 전문성을 새 회장 체제에서 어느 자리에서 다시 활용할지가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3년차 부행장들의 거취는 국민은행 경영진의 세대교체 폭과도 맞물린다. 세 사람이 자리를 지키면 조직 안정에 무게가 실리지만 지주·계열사로 이동하거나 퇴임하면 그만큼 후속 승진 자리가 열린다. 여기에 올해 기본 2년 임기를 마치는 고덕균·송용훈·이수진·송병철 부행장의 첫 연임 여부까지 겹치면서 이재근 체제 출범 이후 첫 국민은행 경영진 인사의 폭도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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