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패션그룹형지 상장사들은 한 곳이 흔들리면 다른 곳도 함께 다치는 구조다. 형지엘리트·형지글로벌·형지I&C가 서로 지분으로 얽혀 있어서다. 실제 형지엘리트의 유상증자 이후 형지I&C와 형지글로벌의 지분율이 크게 희석된 데 이어 두 회사는 형지엘리트 관계기업투자에서 나란히 지분법손실을 떠안았다. 이후 형지엘리트 주가마저 반토막 나면서 이들이 보유한 지분의 시장가치는 장부가의 15~25% 수준까지 떨어졌다. 상장 3사가 동시에 관리종목에 지정된 가운데 서로 얽힌 지분 고리가 위기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 셈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형지엘리트와 형지글로벌은 서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형지글로벌 지분 4.45%를, 형지글로벌은 형지엘리트 지분 4.58%를 각각 갖고 있다. 형지I&C도 형지엘리트 지분 4.60%를 보유하고 있어 상장 3사가 지분 관계로 연결돼 있다.
비상장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지분 고리는 더욱 촘촘해진다. 형지에스콰이아 지분은 형지글로벌이 51.12%, 형지엘리트가 48.16%를 각각 보유한다. 두 상장사의 합산 지분율만 99.28%다. 형지글로벌은 올해 3월 형지에스콰이아 지분을 69억원에 추가 인수했다. 현금 28억원에 기존 대여금 41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이었다.
상장사 간 지분 고리가 실제 재무제표에 부담으로 드러난 곳은 형지엘리트 투자지분이다. 형지엘리트는 지난 1월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형지I&C와 형지글로벌은 배정받은 신주 가운데 일부만 청약했다. 형지I&C는 배정받은 161만2057주 중 15만2321주로 9.45%, 형지글로벌은 143만7565주 가운데 43만1270주로 30%만 청약했다.
그 결과 보유주식 수 자체는 늘었지만 전체 발행주식 수가 더 크게 증가하면서 지분율은 떨어졌다. 형지I&C의 형지엘리트 지분율은 6.95%에서 4.60%로 2.35%포인트 낮아졌고, 형지글로벌도 6.20%에서 4.58%로 1.6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두 회사는 형지엘리트 관계기업투자에서 각각 13억200만원과 8억9788만원의 지분법손실을 인식했다.
지분의 장부가와 시장가치 사이 간극도 벌어졌다. 6월 말 기준 형지I&C가 보유한 형지엘리트 지분의 장부가는 33억3000만원이다. 반면 같은 시점 주가 576원을 적용한 공정가치는 16억2532만원으로 장부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형지글로벌은 격차가 더 크다. 형지엘리트 지분 장부가는 56억9950만원이지만 같은 시점 공정가치는 16억1957만원에 그쳤다. 장부가가 시장가치의 약 3.5배에 달한다.
이후 형지엘리트 주가가 더 떨어지면서 간극은 한층 커졌다. 형지엘리트 주가는 거래정지 직전인 9월23일 296원까지 내려왔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형지I&C와 형지글로벌이 보유한 형지엘리트 지분의 시장가치는 각각 약 8억3500만원과 8억3200만원으로 낮아진다. 반기 말 장부가와 비교하면 각각 25%, 15%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이 차액이 그대로 손실로 반영된 것은 아니다. 관계기업투자주식은 주가와 장부가 차이만으로 손상 규모가 결정되지 않고 손상징후가 있을 경우 회수가능가액 등을 따져 손상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형지엘리트가 시가총액 미달과 동전주 사유로 이중 관리종목에 지정된 데다 주가도 반기 말보다 추가 하락한 만큼 형지I&C와 형지글로벌 입장에서는 보유 지분의 회수가능가치를 다시 따져야 할 부담이 커진 상태다.
위험은 형지엘리트에서 다른 상장사로만 흐르는 것도 아니다. 형지엘리트가 보유한 형지글로벌 지분은 관계기업투자가 아닌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FVOCI) 지분상품으로 분류돼 있다. 형지엘리트는 형지글로벌과 상해엘리트 지분 등의 공정가치 변동으로 올해 기타포괄손익에 22억8952만원의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형지글로벌 역시 시가총액 미달과 동전주 사유로 이중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태다.
두 상장사가 사실상 공동 소유한 형지에스콰이아에서도 손실이 발생했다. 형지엘리트는 형지에스콰이아 투자지분에서 6억2699만원의 지분법손실을 인식했다. 상장사끼리 서로 지분을 들고 있는 데다 같은 비상장 계열사까지 공동 보유하면서 한 계열사의 실적과 기업가치 변화가 다른 회사의 투자손익과 자산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연결고리가 형성된 셈이다.
특히 형지엘리트·형지글로벌·형지I&C가 모두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황에서는 이런 지분 구조가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진다. 각 회사의 주가와 실적 부진이 해당 법인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계열사가 보유한 투자자산의 가치와 손익까지 흔들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형지그룹 관계자는 "형지I&C와 형지글로벌의 유상증자 참여 규모는 각 회사의 사업계획과 투자 효율성, 재무 운영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기업 투자주식의 손상 여부는 특정 시점의 주가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손상징후와 회수가능가액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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