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형지그룹 오너 2세가 나눠 맡은 상장사 3곳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졌다. 형지I&C·형지엘리트·형지글로벌이 모두 시가총액 미달과 동전주(주가 미달)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되면서다. 무상감자와 액면병합, 유상증자 등 각자 대응책을 꺼냈지만 세 회사 모두 시가총액 기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형지I&C는 앞으로 6거래일 연속 시총 200억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관리종목 해제가 불가능해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남매경영 체제의 상장 계열사들이 동시에 기업가치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형지그룹 상장 계열사인 형지I&C와 형지엘리트, 형지글로벌은 모두 시가총액 미달을 포함해 두 가지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돼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23일 '시가총액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우려 관련 안내' 공시를 통해 형지I&C에 대한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공교롭게도 세 회사는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의 두 자녀가 경영 전면에 나선 곳이다. 장남 최준호 부회장은 형지엘리트와 형지글로벌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고, 장녀 최혜원 대표는 형지I&C를 이끌면서 형지엘리트 이사도 맡고 있다. 남매가 나눠 경영하는 상장 계열사 3곳이 동시에 관리종목에 이름을 올리면서 2세 경영의 성적표 역시 시장의 시험대에 올랐다.
가장 급한 곳은 형지I&C다. 코스닥 상장사 ‘형지I&C’는 지난 8월4일 시총 200억원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거래소가 지난 23일 공시한 당시 관리종목 지정 후 경과일수는 36거래일, 시총 200억원 이상 연속충족일수는 0일이었다.
관리종목이 해제되려면 지정 후 90거래일 이내에 시총 200억원 이상인 상태를 45거래일 연속 유지해야 한다. 형지I&C는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관리종목 지정 후 39거래일이 지나면서 남은 기간이 51거래일로 줄었다. 시총 200억원 이상을 45거래일 연속 유지해야 하는 만큼 추가로 허용되는 미달 기간은 6거래일뿐이다.
앞으로 6거래일 연속 시총 200억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남은 기간이 44거래일로 줄어 45거래일 연속 충족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 관리종목 해제가 불가능해지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늦어도 10월13일부터는 시총 200억원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형지I&C만의 문제도 아니다. 형지그룹 상장사들은 무상감자와 액면병합, 유상증자 등 자본·재무구조를 손보는 카드를 잇달아 꺼냈지만 아직 관리종목 탈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각 조치의 목적과 효과는 다르지만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 자체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공통 과제는 그대로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형지엘리트’는 지난 8월13일 주가가 액면가의 20%를 밑도는 이른바 '동전주' 요건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데 이어 9월3일에는 시총 기준 미달 사유까지 추가됐다. 회사는 8월25일 주주총회에서 액면가를 500원에서 2500원으로 높이는 주식병합을 결의했다.
액면병합 결정에 따라 형지엘리트 주식은 9월23일부터 10월19일까지 매매가 정지됐으며 효력발생일은 9월29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10월20일이다. 주식 5주를 1주로 합치면 이론상 주당 가격도 5배로 높아지는 만큼 동전주 문제에는 대응할 수 있다. 문제는 액면병합만으로 회사 전체의 시가총액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병합 이후에도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시총 미달이라는 또 다른 관리종목 사유는 남는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형지엘리트 시총은 약 66억원에 불과하다.
코스닥 상장사 ‘형지글로벌’ 역시 지난 8월13일 시총 미달과 동전주 사유가 겹치며 이중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이에 앞서 최대주주인 패션그룹형지는 1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179만6990주를 주당 559원에 전량 인수했다. 해당 신주는 7월28일 상장됐다. 최대주주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며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관리종목 지정까지 막지는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형지 그룹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상증자·무상감자 때는 주주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더니 정작 상장폐지 위기에는 이렇다 할 대응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세 상장사의 공통 과제는 주가와 시가총액을 다시 시장의 기준선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재무·자본구조를 손보는 조치만으로는 관리종목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회복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형지I&C는 관리종목 해제를 위한 시간마저 빠르게 줄면서 형지그룹 상장사 가운데 가장 먼저 퇴출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와 관련해 형지엘리트·형지글로벌 측은 "각 상장회사가 관리종목 지정 사유와 관련해 회사별 상황에 맞는 개선방안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며 "주가·시가총액 관련 시장제도 변화에는 주식병합 등 자본구조 개선과 함께 영업실적 개선, 기업가치 제고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대주주인 패션그룹형지의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계열사의 경영 정상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상장회사는 각각 독립된 법인인 만큼 구체적 지원은 각 회사의 재무상황과 법령, 이사회 의사결정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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