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국내 게임사의 경영권과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액토즈소프트에 이어 최근 위메이드 인수전에서도 차이나머니가 핵심 자금줄로 등장하면서 K게임의 IP와 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위메이드 인수구조와 자금 출처, 핵심 IP의 향방을 추적하고 국내 게임사의 중국 자본·사업 의존도와 자본 유입 이후의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위메이드 경영권 인수대금 9200억원은 회사가 아닌 창업자 박관호 회장에게 돌아간다. 구주 매각인 만큼 위메이드에 직접 들어오는 돈은 없다. 9200억원의 주인이 바뀌는 거래 이후 회사에 무엇이 남을지가 더 중요한 이유다.
첫 시험대는 ‘미르의 전설’ 지식재산권(IP)과 개발조직이다. 미르 IP의 법적 소유권을 해외로 넘기는 내용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킹넷의 투자계약에는 인수 이후 독점 라이선스를 추진하는 조항이 담겼다. 경영권 변경을 앞두고 직원 수가 감소한 가운데 지난달에는 노동조합도 출범했다. IP의 이름표가 어디에 붙어 있느냐보다 누가 어떤 조건으로 사업권을 행사하고 이를 개발할 조직이 얼마나 유지되느냐가 위메이드의 향후 사업 주도권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소유권보다 중요한 사업권…독점 라이선스 추진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네오펄스는 박 회장이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39.33%를 약 92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보유분을 합치면 거래 종결 후 지분율은 40.25%가 된다. 계약금 920억원을 제외한 잔금 8280억원도 박 회장에게 지급된다. 이번 경영권 거래와 별개로 위메이드에 직접 유입되는 신규 자금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경영권 이전 이후 첫 번째 변수는 미르 IP의 소유권 자체보다 이를 활용해 어떻게 사업할지 여부다. 공개된 계약에는 IP의 법적 소유권을 중국 측이나 해외 법인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이 없다. 대신 중국 게임사 킹넷의 투자계약에는 위메이드 인수 이후 미르 IP를 활용한 별도 사업구조를 마련하는 방안이 담겼다.
위메이드가 네오펄스의 상위회사인 네오스피어에 미르 관련 독점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네오스피어가 확보한 권리를 킹넷의 홍콩 자회사 등에 다시 허용하는 구조다. 미르 IP의 소유권은 위메이드 측에 남겨두면서 새 최대주주 측과 중국 사업자가 독점 사업권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추진되는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라이선스 체결 의무뿐 아니라 가격 조건이다. 킹넷 공시에 따르면 네오스피어의 기존 주주인 넥스펄스는 위메이드 지분 인수 완료 후 독점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추진할 의무를 부담한다. 라이선스 대가는 위메이드 또는 관계사가 기존 협력사와 체결한 미르 IP 관련 계약에서 정한 수준보다 높지 않도록 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넥스펄스의 귀책사유로 해당 의무가 이행되지 않으면 킹넷 측에 배상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아직 구체적인 대상 IP와 적용 지역·기간, 로열티율, 재허가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향후 실제 계약이 체결되면 이 조건들이 위메이드에 돌아오는 수익과 중국 내 미르 사업의 주도권을 결정하게 된다.
IP의 법적 소유권과 실제 사업권은 별개의 문제다. 위메이드나 계열사가 IP를 계속 보유하더라도 특정 지역의 독점 사업권이 새 최대주주 측과 연결된 회사에 장기간 부여되면 현지 사업자 선정과 라이선스 조건, 수익배분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위메이드가 중국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얻을 수익과 독점권 부여에 따른 사업상 제약을 함께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위메이드 주식을 인수한다고 해서 미르 IP에 관한 법적 권리가 자동으로 인수자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며 “인수자가 확보하는 것은 IP를 포함한 회사의 경영·사업상 통제권과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IP에 관한 경제적 권리가 위메이드에 남더라도 이를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허용할지 등 활용 방식에 관한 의사결정은 새 대주주 측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영권 변경에 노조까지 출범…개발조직 유지도 시험대
미르 사업권의 배분이 향후 수익구조를 가르는 문제라면 개발조직의 유지는 위메이드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할 수 있는 역량과 맞닿아 있다.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 자료에 따르면 위메이드 가입자는 6월 390명에서 7월 381명, 8월 371명으로 두 달간 19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자격 상실자는 37명으로 전년 동기(18명)의 약 2.1배다.
위메이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6월 이후 별도의 구조조정은 없었으며 최근 인원 변동도 프로젝트 단위 이동과 통상적인 퇴사 등에 따른 자연 감소 범위로 파악된다. 국민연금 자격 상실에는 퇴사뿐 아니라 계열사 이동이나 가입 조건 변경 등이 포함되는 만큼 해당 수치만으로 대규모 인력 이탈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영권 변경을 둘러싼 구성원들의 불안은 노동조합 출범으로 표면화됐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위메이드지회(위메이드노조)는 지난달 30일 공식 출범했다.
위메이드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이 최대주주 변경 이후의 조직 운영 방향과 고용 보장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구성원들의 불안이 커졌다”며 “경영권 매각 발표 이후 회사의 미래와 고용·노동조건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노조 설립 논의도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위메이드노조에 따르면 현재까지 경영진이나 새 대주주 측으로부터 향후 고용과 노동자 처우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확약을 받지 못했다. 향후 사측에 구조조정·정리해고·권고사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주요 사업 방향과 조직개편 과정에서의 사전 협의, 위믹스를 포함한 핵심 사업부의 존속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경영권 변경 이후 살펴볼 대목은 전체 직원 수보다 개발조직의 구성이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감소한 인원의 직무와 퇴직 사유, 핵심 개발자나 프로젝트 책임자의 포함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게임 개발은 일부 리드급 개발자와 장기 근속자의 경험이 프로젝트의 연속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순한 인원 증감만으로 개발 역량의 변화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특히 장기간 서비스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기존 개발진이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의 영향이 크다. 장기간 업데이트 과정에서 특정 설계와 코드가 만들어진 배경이 핵심 개발자의 경험에 축적되는 경우가 있어 리드급 인력의 이탈은 장애 대응과 밸런스 조정, 후속 업데이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감소한 인원의 숫자보다 이들의 직무와 근속연수, 리드급 핵심 인력이 포함됐는지를 살펴야 한다”며 “핵심 인력이 빠지면 장애 대응과 경제·밸런스 조정, 업데이트 과정에서 과거의 시행착오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개발조직의 향방은 거래 종결 이후 구성될 새 이사회와 사업계획에서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새 이사회는 조직개편과 개발비 배분, 배당, 관계사 거래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을 맡게 된다. 여기에 미르 라이선스가 새 최대주주 측 관계사와 체결되면 계약 조건과 가치평가, 위메이드에 돌아오는 수익의 적정성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게임업계 고위 관계자는 “라이선스 자산으로서의 IP와 직접 개발·서비스하는 게임으로서의 IP는 구분해야 한다. 후자의 가치는 개발조직과 거의 같이 움직인다”며 “회사에 남을 실익을 판단하려면 독점권 범위와 로열티뿐 아니라 핵심 개발진의 잔류 여부, 연구개발비와 매출 구성 변화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9200억원의 인수대금은 박 회장에게 돌아간다. 위메이드의 기업가치를 결정할 것은 그 이후다. 미르 IP의 이름표가 회사에 남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가 어떤 가격과 기간으로 사업권을 가져가는지, 이를 개발하고 새로운 IP를 만들 조직이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
현재 위메이드 경영권 인수 거래는 잔금 납입과 당국 승인 등 종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거래 이후 공개될 첫 이사회 구성과 미르 독점 라이선스 조건, 개발조직 운영계획이 9200억원 규모 경영권 거래 이후 위메이드에 무엇이 남을지를 보여줄 첫 잣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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