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가상자산거래소가 이달 1일부터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된 가상자산과 계정의 지급정지부터 피해환급까지 법정 절차를 맡는다. 업비트와 빗썸은 법 시행에 맞춰 정보 공유 체계와 전담조직, 내부 지침을 정비하고 있다. 피해자산이 거래소 계정에 남아 있다면 다른 가상자산으로 바뀌더라도 환급받을 길이 열리지만, 지급정지 전에 개인지갑으로 빠져나가면 거래소가 직접 손쓸 수 없다. 신고 접수부터 계정 확인, 지급정지까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가 피해환급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1일 금융위원회와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개정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은 피해자산의 범위를 금전에서 가상자산으로 넓히고 가상자산거래소를 법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을 이용한 전기통신금융사기에도 지급정지와 법정 피해환급 절차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가상자산 형태로 환급받기 어려운 피해자를 위해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매도지원 전담기관이 환급 대상 가상자산을 매도해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거래소가 보이스피싱 의심 계정과 자산을 동결하는 것 자체는 새로운 업무가 아니다. 두나무에 따르면 업비트는 기존에도 보이스피싱 피해가 확인되고 수사기관 등의 요청이 들어오면 관련 법령과 약관, 내부 절차에 따라 지급정지 등 조치를 취해 왔다. 빗썸 역시 법 시행 전부터 내규에 따라 피해자산에 대한 조치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달라지는 것은 동결 이후다. 기존에는 거래소가 은행 등에 신고된 피해자 정보를 직접 제공받는 데 제약이 있어 계정과 자산을 묶더라도 실제 피해자를 특정하고 돌려주는 과정에 한계가 있었다. 개정법 시행으로 거래소가 법정 피해환급 체계에 들어오면서 은행·수사기관 등과 정보를 공유하고 피해자를 확인해 환급까지 이어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문제는 피해자산이 지급정지 전에 거래소 밖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다. 다른 국내 거래소로 옮겨졌다면 거래소 간 정보 공유와 추가 지급정지 요청을 통해 자산을 묶을 여지가 있지만, 개인지갑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블록체인상 이동 경로를 추적하더라도 거래소가 해당 지갑의 자산을 직접 동결하거나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정 환급 절차가 마련된 만큼 피해 발생 직후 얼마나 빨리 자산 이동을 차단하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업비트는 피해 신고나 관계기관의 요청이 들어오면 거래내역과 계정을 확인하고 사기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지급정지 등 조치를 취하는 체계를 갖췄다. 이후 관계기관을 통해 피해자와 피해자산이 확인되면 환급 절차로 넘어간다. 거래소의 자체 탐지·조치에 은행과 수사기관 등의 정보 공유와 확인 절차가 연결되는 구조다.
업비트는 기존 이용자권익보호실과 전담 인력을 바탕으로 법정 환급 업무를 처리할 시스템도 구축했다. 사고를 계정 명의인별로 관리하고 피해 관련 통지와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 요청, 금융감독원 보고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금융회사로부터 전화사기 이용 계정 명의인 정보를 공유받는 체계도 마련했다. 기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과 보이스피싱 대응 절차도 함께 활용한다. 신고는 24시간 연중무휴 접수한다.
빗썸도 법 시행에 앞서 보이스피싱 등 사기 예방과 피해자산 환급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파트를 신설했다. 개정법에 따른 피해환급 절차에 맞춰 내규를 개정하고 지급정지 관련 시스템도 준비했다. 24시간 고객센터를 통한 실시간 상담 체계를 운영해 야간과 휴일에도 지급정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피해 가상자산이 지급정지 전에 다른 코인으로 교환됐다고 해서 환급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개정 시행령은 피해자산과 지급정지 당시 계정에 남아 있는 자산의 형태가 다를 경우 지급정지 시점에 존재하는 자산 형태를 기준으로 환급하도록 했다. 가령 피해 비트코인이 다른 가상자산으로 교환됐더라도 해당 자산이 계정에 남아 있다면 환급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셈이다.
피해자산이 다른 국내 거래소로 넘어간 경우에는 거래소 간 공조가 중요해진다. 업비트는 이전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거래소와 관계기관에 정보를 공유해 추가 조치가 이뤄지도록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빗썸 역시 국내 다른 거래소로 전송된 피해자산은 정보 공유와 지급정지 요청 등을 통해 추적·보전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급정지 전에 개인지갑 등 거래소 통제 밖으로 빠져나간 자산은 실질적인 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후에는 거래소 자체 지급정지만으로 자산 이동을 막을 수 없어 블록체인 거래 흐름과 수사기관의 추적 결과를 바탕으로 대응해야 한다.
빗썸 관계자는 "계정에 자산이 남아 있는 경우 다른 코인으로의 교환 여부와 무관하게 관계 법령에 따라 피해금 환급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거래소 자체 조치와 은행·수사기관의 확인 절차가 연계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미 외부 개인지갑 등으로 전송된 자산은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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