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점포도 종이도 없앴지만 탄소배출은 늘었다. 영업점 없는 모바일 은행을 운영하고 서버 가상화와 페이퍼리스(Paperless·종이 없는)로 전력·탄소배출을 줄여온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Scope 1·2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14.6% 증가했다. 디지털 자체의 효율성을 ESG 강점으로 내세워온 카카오뱅크가 사업 성장과 함께 커지는 IT 인프라의 에너지 소비라는 새로운 과제를 마주한 셈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2022년 처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올해까지 다섯 차례 보고서 발간을 이어왔다. 기후변화 대응과 금융소비자 보호, 정보보호 등 주요 ESG 지표의 공개 범위도 꾸준히 넓혀왔다.
카카오뱅크가 기존 금융그룹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디지털 은행 자체의 사업 구조를 ESG 성과로 연결했다는 데 있다. 영업점이 없는 모바일 온리(Mobile Only) 구조로 고객의 점포 방문과 종이서류 사용을 줄이고 서버 운영에서도 가상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5813대의 가상 서버를 운영해 물리 서버를 운영했을 경우와 비교해 약 892만kWh의 전력을 절감했다는 게 회사 측의 추산이다.
페이퍼리스도 숫자로 제시했다. 계좌 개설과 대출 신청·심사·결과 안내를 전자화하고 mini카드 교통카드 충전을 앱으로 옮기면서 지난해 2790만여건의 오프라인 결제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약 11tCO₂eq의 탄소배출량을 줄였다고 회사 측은 제시했다. 오프라인 영업점과 종이서류를 줄일 수 있는 인터넷은행의 구조적 특성을 전력과 탄소배출 절감 효과로 계량화한 것이다.
개별적인 효율화 성과와 달리 은행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카카오뱅크의 Scope 1·2 총배출량은 2024년 5412.4tCO₂eq에서 지난해 6204.1tCO₂eq로 14.6% 늘었다. 카카오뱅크는 2024년을 기준으로 매년 약 5.7%씩 줄여 2035년까지 63%를 감축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웠지만, 순배출량 기준 지난해 실적은 6157.7tCO₂eq로 목표치인 5102.4tCO₂eq를 20.7% 웃돌았다. 감축 로드맵을 적용한 첫해부터 실제 배출량이 목표 경로와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사업 확대에 따른 절대배출량 증가뿐 아니라 배출 효율을 보여주는 원단위 지표도 악화됐다. 매출 10억원당 배출량은 2024년 1.8tCO₂eq에서 지난해 2.0tCO₂eq로 높아지며 2023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절대배출량뿐 아니라 매출 대비 탄소배출 효율까지 악화된 것이다.
에너지 사용량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은 12만8214GJ로 전년 11만1865GJ보다 14.6%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은 같은 기간 8만3608GJ에서 9만7094GJ로 16.1% 늘어 전체 증가율을 웃돌았다. 점포를 운영하지 않는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영업망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지만 고객과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와 IT 인프라의 전력 사용도 커질 수 있다. 서버 단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늘어나는 디지털 인프라 전체의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환경 부문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환경 부문의 과제가 IT 인프라의 에너지 관리라면 금융 본업에서는 ESG를 실제 자금 배분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친환경 사업모델 및 서비스와 관련한 성과를 '친환경 금융 확대 기반 마련'으로 제시했다. 향후 계획 역시 '친환경 투자·대출 확대'와 '녹색금융 분류체계 적용 기반 마련'에 맞춰져 있다.
자산 규모와 사업구조가 다른 대형 금융지주와 녹색금융의 절대 공급액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주요 금융지주가 목표연도와 ESG·녹색금융 공급 규모를 정해 이행률을 관리하는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 보고서에서는 녹색금융 공급액이나 전체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중장기 공급 목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친환경 금융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성을 넘어 실제 대출·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자금 배분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줄 지표가 필요한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며 무점포 영업과 그린IT, 페이퍼리스 등 인터넷은행의 사업구조에 맞는 ESG 지표를 상당 부분 정량화해왔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개별 활동의 성과를 은행 전체의 변화로 연결하는 일이다. 운영 측면에서는 그린IT와 페이퍼리스의 절감 효과를 전체 온실가스 감축으로, 금융 측면에서는 친환경 금융 확대 방침을 실제 대출·투자 포트폴리오의 변화로 이어가야 한다. 디지털 은행이라는 구조적 효율성을 넘어 IT 인프라의 탄소배출과 금융자산의 흐름까지 관리할 수 있을지가 카카오뱅크 ESG경영의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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