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호 기자] HLB가 미국에서 항암 신약 ‘리픽투’를 자력으로 허가받는데 성공했다. 리픽투 허가는 ‘1만분의 1’ 수준으로 낮은 미국 내 신약개발 성공 확률을 극복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회사는 이번 허가를 발판으로 리픽투의 암종불문 고형암 적응증 획득 절차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리픽투의 등장이 바이오 투자심리(투심)를 녹일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FGFR2 융합 또는 재배열이 있는 진행성·전이성 담관암 환자의 2차 치료 적응증 대상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의 품목 허가를 획득하는데 성공했다고 공표했다.
HLB는 리픽투의 승인을 통해 글로벌 임상과 FDA 규제 대응, 의약품에 대한 ‘화학·제조·품질’(CMC) 관리, 미국 시장 출시 준비 등 신약 상업화 전 과정에 대한 경험(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발판삼아 리픽투의 적응증 확대 및 후속물질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미 HLB는 FGFR2 융합 또는 재배열을 보유한 고형암 환자 대상 리픽투의 글로벌 임상 2상 프로젝트 ‘ReFocus202’를 진행하는 중이다. 특정 암종이 아닌 FGFR2 유전자 변이라는 바이오 마커를 기준으로 치료 대상을 넓히는 암종불문 적응증 확대 전략을 수행하는 셈이다.
HLB 관계자는 “리픽투가 다양한 FGFR2 변이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활용 범위도 한층 넓어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FDA 승인을 출발점으로 후속 적응증 개발과 시장 확대를 이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어렵기로 소문난 미국의 허가 문턱을 넘어선 국산 신약 리픽투의 등장은 국내사의 신약개발 역량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바이오 투심 회복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FDA가 공개한 신약개발 교육자료에 따르면 특정 질환에 대한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단계에서 최대 1만개의 화합물이 검토된다. 이 가운데 약 250개가 전임상에 들어서며 5개 안팎의 물질이 임상 개발에 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FDA 승인을 받는 신약은 1개 정도다. 초기 후보물질이 FDA 승인을 얻을 확률이 1만분의 1에 그친다는 얘기다.
그 중에서도 항암 신약 후보물질은 임상 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바이오산업협회(BIO) 등이 2011~2020년 임상개발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항암제 후보물질이 임상 1상 진입 이후 최종 승인까지 도달한 비율은 5.3%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투자자들의 시선 역시 반도체와 로봇 섹터에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사가 주도하는 주요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실패와 개발 권리 반환, 미공개정보 이용 논란 등의 소식이 더해지면서 제약바이오 섹터 전체에 대한 투심이 크게 침체된 상황이었다.
신약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발굴부터 인허가까지 모든 과정을 국내 기업이 직접 수행한 항암 신약 ‘리픽투’가 시장 진출을 앞두게 됐다”며 “이는 제약바이오 섹터의 어려운 자금 조달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국내사가 시도하는 신약개발 사업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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