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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이상의 수업료"…고영렬 법인장이 본 인니 금융
자카르타(인도네시아)=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2026-09-28 07:00:00
라인뱅크 시행착오로 현지화 교훈…부실 M&A 경계·연 순익 600억 '기초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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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렬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딜사이트)

한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K-금융의 글로벌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진출은 이제 주요 금융사에 단순한 기회 모색이 아니라 핵심 사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탄탄한 해외 실적은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선순환적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딜사이트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세계 각 거점에서 펼쳐지는 국내 금융사의 현지 사업과 전략, 그리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편집자 주]


[자카르타(인도네시아)=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고수익과 성장성만 보고 뛰어들었다가는 상상 이상의 ‘수업료’를 치르게 됩니다.”


인구 2억8000만명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도네시아는 국내 금융사들에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사업을 이끄는 고영렬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하나은행 인니) 법인장이 바라보는 인도네시아는 ‘기회의 땅’이라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성장 가능성만 믿고 뛰어들었다가는 예상하지 못한 규제와 시장 관행, 정보 비대칭에 부딪힐 수 있어서다. 고 법인장이 강조하는 경쟁력도 빠른 외형 확대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견디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다. 하나은행 인니가 중장기 목표로 연간 600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순이익 창출을 내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8월 하나은행 인니 총책을 맡은 고 법인장은 하나은행 글로벌사업본부 본부장과 하나금융지주 그룹글로벌부문 부사장을 거친 그룹 내 ‘글로벌 전략통’이다. 본사에서 해외사업 전략을 짜던 그가 현지에서 직접 확인한 것은 시장의 성장성과 실제 사업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었다.


◆ "숫자만 봐선 모른다"…로컬 인력이 메우는 정보 비대칭


고 법인장이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성장성만 앞세운 접근이다. 현지 금융시장의 룰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채 사업을 확대하면 예상하지 못한 변수와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 법인장은 “인도네시아는 성장 가능성만 보고 들어오면 예상했던 것과 실제 시장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현지 금융시장의 룰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사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꼽은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는 ‘정보 비대칭’이다. 한국처럼 기업과 개인의 신용정보를 폭넓게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재무제표나 신용등급만으로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능력과 신용도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 인니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부 신용평가와 현지 금융당국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정보를 함께 활용한다. 여기에 현지 기업과 오랫동안 거래하며 축적한 로컬 직원들의 정성적인 정보까지 여신 판단에 반영한다.


고 법인장은 특히 현지 기업을 오래 상대해온 직원들이 가진 ‘히스토리’를 강조했다.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비롯해 여러 차례의 경제위기를 거치는 동안 해당 기업이 어떻게 대응했고 은행 차입금을 제대로 상환했는지까지 기억하는 현지 금융인들의 경험이 중요한 신용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법인장은 “현지인을 잘 채용하면 결국 릴레이션십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며 “기업을 오래 지켜본 현지 직원들은 과거 위기 때 해당 기업이 은행 돈을 제대로 갚았는지 등 히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의 신용평가 시스템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정보가 현지 시장에서는 관계와 경험을 통해 축적된다는 의미다.

하나은행 인니가 로컬 기업으로 영업 기반을 넓히는 방식도 이 같은 역할 분담에 기반한다. 현지 직원들이 산업 특성과 거래 관행, 고객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고객을 발굴하면 본점은 기업금융과 외환·무역금융, 여신 심사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더한다. ‘현지의 정보’와 ‘은행의 심사’를 결합하는 구조다.


결국 고 법인장이 말하는 현지화는 한국에서 가져온 금융기법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현지 기업을 오래 관찰했고 시장의 관계망을 얼마나 촘촘하게 확보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이다.


◆ 라인 뱅크가 치른 '수업료'…한국식 성공방정식 그대로 안 통해


고 법인장이 강조하는 ‘현지 시장과 예상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가 디지털 금융이다. 하나은행 인니는 디지털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라인(LINE)과 손잡고 2021년 6월 라인 뱅크(LINE Bank)를 출범시켰다. 메신저 플랫폼의 고객 접점을 금융으로 연결해 빠르게 디지털 고객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었다.


고 법인장은 당시 상황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뱅크 인 뱅크 구조의 라인뱅크를 선보일 당시 라인 메신저가 초반에 10%대의 시장 점유율을 보인 만큼 빠른 성장세를 기대했다”며 “라인의 플랫폼 경쟁력을 활용해 금융 고객을 확대하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과 실제 시장은 달랐다. 인도네시아 메신저 시장에서 왓츠앱(WhatsApp)의 이용 기반이 압도적으로 커지면서 라인을을 중심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한다는 초기 구상에도 한계가 나타났다. 왓츠앱의 시장점유율은 95%에 달했다. 고 법인장은 “현재는 사업 확장보다는 유지보수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인뱅크의 전략도 현지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해왔다. 개인 신용정보 확보에 제약이 있는 만큼 비대면 신용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디지털 채널과 기존 영업 기반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을 보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 법인장은 “출범 이후 시스템과 전략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비싼 비용을 치르며 현지화 모델을 정교하게 보완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라인뱅크의 시행착오가 고 법인장에게 남긴 교훈도 명확하다. 한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검증된 디지털 금융 모델이라도 현지 고객이 사용하는 플랫폼과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 금융거래 방식이 다르면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 법인장이 말하는 ‘수업료’가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 M&A도 '진출'이 목적이면 패착…"좋은 매물 아니면 안 산다"


고 법인장의 신중론은 인수합병(M&A)에서도 이어진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은행산업의 통합과 대형화를 유도하는 가운데 M&A는 외국계 은행이 단기간에 고객과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다. 하지만 시장에 매물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인수에 나서는 것은 또 다른 ‘수업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고 법인장은 하나은행 인도네시아의 사업전략과 맞는 우량한 매물이 있다면 M&A 가능성은 열어둘 수 있지만, 인수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진출이라는 목표 자체에 쫓기다 보면 자칫 부실 은행을 떠안는 패착을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외형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 부실자산이나 조직 문제를 안고 있는 은행을 인수하면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인도네시아에 먼저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들이 현지 은행 인수 이후 부실자산 정리와 조직 통합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했던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고 법인장이 M&A에서도 ‘얼마나 빨리 사느냐’보다 ‘무엇을 사느냐’를 우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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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인니법인 본사 1층에 위치한 영업점. (사진=딜사이트)

◆ "600억원 한 번이 아니라 매년"…외형보다 '기초체력'


이 같은 경영철학은 하나은행 인니가 세운 중장기 목표에서도 드러난다. 대출자산 50조루피아가 외형의 이정표라면 고 법인장이 더 중요하게 보는 숫자는 연간 순이익 600억원이다.


고 법인장은 “적자 탈출이나 회계상 흑자 전환은 거쳐가는 과정일 뿐”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연간 순이익 600억원을 꾸준히 창출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이 진짜 목표”라고 말했다.


핵심은 600억원을 한 번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와 시장 상황이 달라져도 반복적으로 벌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외형을 무리하게 확대했다가 부실이 늘어나면 당장의 성장 숫자는 커져도 장기적인 수익 기반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 법인장이 말하는 인도네시아 사업의 ‘맷집’도 결국 여기로 귀결된다. 현지 시장의 규제와 관행을 이해하고, 로컬 인력이 축적한 정보와 관계망을 활용하면서 은행의 심사·리스크 관리 역량을 결합해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고수익과 성장성만 보고 뛰어들면 상상 이상의 수업료를 치른다”는 그의 첫마디는 결국 하나은행 인니가 지향하는 성장 방식과 맞닿아 있다. 빠르게 커지는 것보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으며 매년 이익을 낼 수 있는 은행을 만드는 것. 고 법인장이 인도네시아에서 그리고 있는 하나은행의 모습이다.

인도네시아 시장이 매력적이라는데,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어?
단순히 외형을 키우기보다 시장의 룰을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기초체력'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고영렬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장은 성장 가능성만 보고 뛰어들었다가는 예상치 못한 규제나 시장 관행, 정보 비대칭에 부딪힐 수 있다고 설명하며, 시행착오를 견디며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인도네시아는 정보 얻기가 어렵다는데, 하나은행은 어떻게 신용도를 판단해?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 신용평가와 현지 금융당국 정보, 그리고 현지 직원들이 축적한 정성적인 정보를 함께 활용해요. 특히 현지 기업과 오랫동안 거래하며 쌓인 로컬 직원들의 경험을 활용하는데, 예를 들어 과거 경제위기 당시 해당 기업이 은행 차입금을 제대로 상환했는지와 같은 히스토리를 여신 판단에 반영하고 있어요.
라인뱅크는 왜 처음 기대했던 만큼 성장이 안 된 거야?
인도네시아 메신저 시장에서 왓츠앱(WhatsApp)의 점유율이 95%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에요.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2021년 6월 라인 메신저의 플랫폼 경쟁력을 활용해 디지털 고객을 확보하려 했지만, 시장 상황과 차이가 있었어요. 그래서 현재는 사업 확장보다는 시스템과 전략을 업그레이드하며 현지화 모델을 보완하는 유지보수에 집중하고 있어요.
M&A는 어떤 기준으로 하고,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의 목표는 뭐야?
M&A는 단순히 외형 확장이 목적이 아니라, 하나은행 인도네시아의 사업 전략에 맞는 우량한 매물을 찾는 것을 우선으로 해요.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의 중장기 목표는 대출자산 50조 루피아를 달성하고, 연간 600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순이익을 꾸준히 창출하는 것이에요. 고영렬 법인장은 “고수익과 성장성만 보고 뛰어들었다가는 상상 이상의 ‘수업료’를 치르게 됩니다”라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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