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현대제철이 차세대 원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조선·자동차·건설 등 전통 수요처 이외에 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다. 철강업체 중에 현대제철이 가장 빠르게 SMR 소재 시장을 두드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SMR 격납용기에 사용되는 후판 개발을 완료하고 해외 원전 프로젝트를 겨냥한 인증까지 확보하며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23년부터 그룹사와 연계해 SMR 격납용기용 후판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2024년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해 3월 해외 원자력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미국기계학회(ASME) 인증을 취득했다. 원전 소재의 경우 단순히 제품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공급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품질과 인증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개발과 인증을 잇달아 마무리하면서 양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최근 실제 원전 프로젝트와 연계된 공급 레퍼런스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프로젝트에서 격납용기 제작·테스트에 사용되는 후판 물량을 출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원전용 후판을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하기 위한 공급 이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번 공급은 현대제철이 원전용 후판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일종의 실적 쌓기 성격이 강하다. 원전 소재 시장은 일반 후판과 달리 장기간의 품질 검증과 엄격한 인증 절차가 요구된다. 따라서 초기에는 대규모 양산 물량보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제품 성능과 품질을 검증받는 과정이 중요하다.
현대제철은 개발과 인증에 이어 실제 제품 공급까지 이어지면서 원전용 후판의 개발·인증·양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향후 원전 프로젝트가 확대될 경우 단순 테스트 물량을 넘어 본격적인 소재 공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SMR 시장을 둘러싼 국내 산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조선·기계 분야에서는 SMR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보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달 SMR 주기기 제작 전용공장 건설에 2400억원가량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국 테라파워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테라파워 2대 주주인 SK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SMR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다.SK는 테라파워와 미국을 축으로 글로벌 SMR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원자로 설계와 제작뿐 아니라 관련 소재·부품으로 산업 생태계가 확대되면서 철강업체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원전 한 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원자로 및 주요 구조물에 필요한 소재는 상당한 품질 수준을 요구한다. SMR이 실제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경우 소재 공급망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제철은 우선 SMR 격납용기용 후판을 중심으로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AP1000 프로젝트와 관련한 목업(실구조물 제작용) 테스트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추가적인 원전 소재 공급을 위한 실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목업 테스트를 통해 제품의 성능과 품질이 확인되면 향후 SMR뿐 아니라 차세대 대형원전 프로젝트까지 공급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원전용 후판 사업이 당장 철강 부문의 실적을 좌우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향후 원전 시장 확대에 대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의미가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SMR 격납용기용 공급 실적은 아직 없으나 하반기 차세대 대형 원전 사업으로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이 적용되는 불가리아 코쥴로두이 원전 7·8호기 격납용기 목업 테스트용 공급에 대응하고 있다”며 “지금가지 목업 테스트용 60톤~70톤가량 후판이 출하됐고 연애 테스트는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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