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의 실적이 장기간 부진에서 벗어나 개선되면서 연말 임원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2년간 파운드리 관련 부사장 수는 감소했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와 사업 환경 변화로 파운드리의 전략적 중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인사가 단순한 실적 회복 여부보다 달라진 파운드리의 위상을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함께 보유한 삼성전자의 강점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 조직을 중심으로 한 기존 ‘선택과 집중’ 기조가 이어질지, 비메모리 부사장단의 전반적인 보강으로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비메모리 관련 부사장 수는 33명이다. 이 가운데 파운드리 관련 부사장은 18명, 시스템LSI 사업 관련 부사장은 15명이다.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비메모리 사업 관련 부사장 수는 2023년 늘어난 뒤 최근 2년 연속 줄었다. 연간 사업보고서 기준 ▲2022년 37명 ▲2023년 39명 ▲2024년 35명 ▲2025년 33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삼성전자는 차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전년도 말에 실시하는 만큼 연말 사업보고서에 차년도 정기 인사 결과가 이미 반영된다.
이 가운데 파운드리 관련 부사장은 2022년 22명에서 2023년 25명으로 늘었다가 2024년 21명, 2025년 18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시스템LSI 사업 관련 부사장은 14~15명 수준을 유지했다.
2023년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비메모리 사업 역시 큰 타격을 입었던 해다. 업계에 따르면 비메모리 사업부는 2조5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24년에는 5조1000억원으로 적자 폭이 늘어났다.
다만 파운드리 부사장단 축소가 전 조직에 걸친 일률적인 감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파운드리 관련 부사장은 2024년 21명에서 2025년 18명으로 줄었지만 기술개발실 소속 부사장은 같은 기간 3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2024년에는 부사장급이 확인되지 않았던 제품기술팀에도 2025년에는 부사장급 팀장이 배치됐다. 전체 부사장 규모를 줄이면서도 선단공정 개발과 양산 경쟁력에 직결되는 핵심 기술 조직에는 오히려 힘을 실은 셈이다.
시스템LSI 사업부 역시 전체 부사장 규모를 유지하는 가운데 시스템온칩(SoC) 조직의 비중을 높였다. SoC 조직 부사장은 2024년 6명에서 2025년 8명으로 늘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자체 AP인 엑시노스의 경쟁력 회복과 공급 확대에 힘을 실어 왔다. 엑시노스는 시스템LSI가 설계하고 삼성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만큼 자체 AP 경쟁력 회복이 시스템LSI 실적뿐 아니라 파운드리 선단공정 물량 확보와 가동률 개선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현재 파운드리 기술 경쟁력 회복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사로는 구자흠 파운드리사업부 기술개발실장 부사장이 꼽힌다. 2023년부터 부사장을 맡고 있는 구 부사장은 3나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에 이어 2나노 선단공정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차세대 제품인 7세대 제품인 HBM4E 베이스다이에 적용되는 공정 개발까지 담당 영역을 넓히고 있다. AI·HPC 등 파운드리 사업 영역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구 부사장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AI 반도체 시장의 구조 변화로 비메모리 사업의 위상도 달라지는 만큼 이같은 분위기가 올해 연말 인사에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과 테슬라 등 빅테크가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확대하면서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한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가 이전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이 범용 제품보다 고객 요구에 맞춘 맞춤형 칩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의 역할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월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참석한 ‘선밸리 콘퍼런스’에 한진만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과 동행한 점도 눈에 띈다. 해당 행사가 글로벌 고객사와 네트워크를 다지는 자리인 만큼 업계에서는 한 사장의 동행 자체가 삼성전자 내부에서 파운드리 사업에 실린 무게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보고 있다.
최근 비메모리 사업의 실적도 개선되는 흐름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사업에서 HBM 베이스다이와 미주 고객 제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시스템LSI 역시 모바일 SoC와 이미지센서 판매 증가로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4나노와 2나노 공정 수율 개선과 4나노 공정 기반 언어처리장치(LPU) 양산 확대를 근거로 파운드리의 하반기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이어온 비메모리 부사장단 축소 기조를 유지할지, 달라진 사업 위상을 반영해 핵심 조직을 중심으로 인적 보강에 나설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AI 시장이 고객 맞춤형 반도체 중심으로 바뀌면서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함께 보유한 삼성전자가 이전보다 유리한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며 “이번 인사에서 달라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의 위상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올해 연말 인사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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