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일본 최대 게임 전시회 ‘도쿄게임쇼(TGS) 2026’이 역대 최다 참가 규모로 막을 올린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대거 출격한다. 특히 ‘서브컬처 본고장’으로 꼽히는 일본에서 미공개 신작을 처음 선보이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TGS가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 반응과 글로벌 팬덤 확장 가능성을 미리 가늠하는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일본 컴퓨터엔터테인먼트협회(CESA)에 따르면 TGS 2026은 오는 17~21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다. 올해 30주년을 맞아 행사 기간을 사상 처음 5일로 늘렸다. 총 53개 국가·지역에서 역대 최다인 1138개사(일본 540개사·해외 598개사)가 참가해 3999개 부스를 꾸린다.
TGS는 독일 게임스컴, 과거 미국 E3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로 불려온 행사다. 출시를 앞둔 신작을 직접 시연하고 이용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들에는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과 현지 팬덤 확장성을 검증하는 무대로 통한다.
올해 한국에서도 38개 기업·기관이 참가한다. 국내 게임사들이 꺼내든 핵심 승부수 가운데 하나는 서브컬처다. 일본에서 흥행한 ‘블루 아카이브’와 ‘승리의 여신: 니케’가 국내 서브컬처 게임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가운데, 후속 신작들이 잇달아 일본 이용자 앞에서 첫 시험대에 오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블루 아카이브’의 성공 경험을 잇는 신작들이 나란히 TGS에 출격한다는 점이다. 넥슨은 미소녀 게임 ‘파레이돌리아’의 첫 시연 버전을 공개한다. 글로벌 흥행작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한 넥슨게임즈가 선보이는 차기 서브컬처 신작이다. 이와 함께 지식재산권(IP) 경쟁력이 검증된 ‘마비노기 모바일’도 전시한다.
엔씨는 디나미스 원이 개발 중인 서브컬처 역할수행게임(RPG)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를 선보인다. 디나미스 원 역시 ‘블루 아카이브’ 일본 서비스를 이끈 박병림 대표를 비롯한 핵심 개발진이 설립한 개발사다. 블루 아카이브의 일본 흥행 경험을 공유하는 두 신작이 나란히 현지 이용자의 평가를 받게 되는 셈이다.
관람객은 엔씨 부스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S26 울트라’를 통해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를 체험할 수 있다. 무안경 3D 기술이 적용된 ‘스페이셜 사이니지’에서는 실물 크기에 가까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스마일게이트도 컨트롤나인이 개발 중인 수집형 RPG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전면에 내세운다. ‘승리의 여신: 니케’와 ‘세븐나이츠2’ 등의 핵심 개발진이 참여한 작품으로, 시간을 거슬러 운명을 바꾼다는 서사와 캐릭터 비주얼을 앞세워 일본 이용자들을 공략한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데드 어카운트: 두 개의 푸른 불꽃’도 함께 출품한다.
국내 게임사들의 일본 공략은 서브컬처에만 머물지 않는다. 검증된 외부 IP를 활용하거나 자체 IP의 플랫폼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현지 이용자와의 접점을 넓힌다.
넷마블은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 등 인기 IP를 활용한 신작 2종과 오리지널 신작 ‘펄인블루’를 출품한다. 외부 인기 IP의 게임화에서 강점을 쌓아온 넷마블이 오리지널 신작까지 앞세워 자체 IP 경쟁력을 넓힐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시프트업은 세가·아틀러스 부스를 통해 닌텐도 스위치2 버전의 ‘스텔라 블레이드 컴플리트 에디션’을 세계 최초로 일반 이용자에게 공개 시연한다. NHN플레이아트도 8년 만에 TGS에 참가해 퍼즐 RPG ‘도검난무파즈기리’를 비롯한 신작 3종 등 총 7개 작품을 전시한다. 아이언메이스의 ‘다크 앤 다커’, 프로젝트 문의 ‘림버스 컴퍼니’ 등도 현지 이용자와의 접점 확대에 나선다.
국내 게임사들이 TGS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일본 특유의 두터운 캐릭터·IP 팬덤이 자리 잡고 있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장기간 팬덤이 형성되는 시장인 만큼 서브컬처 게임의 초기 반응과 팬덤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 리서치 인텔렉트에 따르면 전 세계 서브컬처 게임 시장 규모는 2023년 209억달러(약 30조원)에서 2031년 485억달러(약 71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 성장과 함께 일본에서 확보한 팬덤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일본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와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가 일본에서 강한 팬덤을 형성하며 국내 서브컬처 게임의 대표적인 해외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의 일본 시장 공략 방식도 ‘출시 후 마케팅’에서 ‘출시 전 팬덤 확보’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개발 단계부터 현지 이용자에게 신작을 공개하고 반응을 확인해 게임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출시 전부터 핵심 팬층을 선점하는 방식이다.
이번 TGS에서도 단순한 영상 공개를 넘어 신작 시연과 현지 성우가 참여하는 무대 행사, 코스프레, 사전예약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연계 이벤트 등을 병행한다. 게임 자체에 대한 반응뿐 아니라 캐릭터 선호도와 커뮤니티 반응까지 출시 전부터 확인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는 국내 주요 신작들이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보다 약 두 달 먼저 일본 이용자와 만난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국내 게임사들에 TGS가 단순한 일본 시장 홍보 무대를 넘어 신작의 첫 반응을 확인하고 글로벌 서비스 전략을 점검하는 ‘전초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대 들어 글로벌 확장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해외 게임쇼를 통해 초기 팬덤을 조기에 구축하려는 분위기”라며 “특히 서브컬처의 경우 일본 시장의 트렌드와 인기 순위, 커뮤니티 반응을 실시간으로 주시하는 경향이 있어 현지 흥행에 성공하면 글로벌 팬덤 유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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