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경쟁은 이제 대형 언어모델(LLM)의 성능 경쟁을 넘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등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가 전력과 에너지 인프라로 이어지면서 산업 구조와 자본의 흐름, 기업의 투자 전략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딜사이트는 ‘2026 경영전략 써밋’을 통해 AI 인프라 확장이 산업과 자본시장에 가져올 변화와 기회를 심층 분석했다. AI 전력 슈퍼사이클 시대, 국내외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준비하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피지컬 AI는 이제 시작됐고 이미 제품에 적용되면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딥엑스 사옥에서 가진 딜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로봇과 공장 자동화 등에서 AI 반도체를 탑재한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의 관건은 기술 구현보다 대량 양산으로의 전환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미 딥엑스 제품을 활용해 양산에 들어가거나 제품을 조립해 대리점에 공급한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공정 자동화 등 여러 분야에서도 실제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수십개 기업으로부터 주문받고 있지만 5년이나 10년 뒤에는 수십만개 기업이 피지컬 AI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본격적인 중흥기로 가기까지는 앞으로 5~10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딥엑스의 수주 단위도 수백개에서 수천개를 거쳐 1만개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딥엑스는 최근 1년 동안 약 1300만달러(약 190억원) 규모를 수주했다. 현재까지 매출로 인식된 금액은 약 75억원이다.
수주와 매출 인식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고객사가 파일럿 제품을 현장에 투입해 성능과 시장성을 검증한 뒤 본격적인 양산에 나서기 때문이다. 제품 주문 이후 부품 조달과 모듈 조립까지도 짧게는 2개월, 길게는 8개월가량 소요된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수백개를 조립하던 고객사가 현장 검증을 거쳐 수천개로 물량을 늘리는 방식”이라며 “최근에는 한 고객사로부터 약 1만1000개 규모의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수백개 제품의 양산 사례를 본 기업이 수천개를 주문하고 다시 이를 확인한 대형 기업이 수만개 단위로 들어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피지컬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경쟁력으로는 연산 성능뿐만 아니라 전력효율과 발열 관리가 꼽혔다. 데이터센터와 달리 로봇·드론·자동차 등은 제한된 배터리와 공간 안에서 AI를 구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팬이나 방열판을 장착하면 제품 무게와 전력 소모, 조립 비용까지 함께 늘어난다.
김 대표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배터리와 과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실제 제품에서 가치를 구현하기 어렵다”며 “저전력 기술로 과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량 양산과 시장 채택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재 로봇 기업들은 제품 개발과 개념 검증 단계에서 엔비디아의 GPU 기반 솔루션을 주로 사용한다. 데이터센터에서 학습한 AI 모델을 비교적 손쉽게 로봇으로 옮길 수 있고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생산량이 수천대와 수만대로 확대되면 가격과 발열, 배터리 사용 시간이 양산성을 좌우하게 된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GPU를 사용하면 로봇의 기능을 빠르게 실증하고 테스트할 수 있지만 양산 단계에서는 과열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며 “가격도 문제지만 과열로 안정성이 떨어지고 배터리 사용 시간이 짧아지면 제품의 생명 자체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딥엑스는 저전력 NPU와 함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해 피지컬 AI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GPU에서 구동하던 AI 모델을 NPU로 이전하려면 별도의 이식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이 고객사의 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를 위해 딥엑스는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SDK’ 개발에 착수했다. 고객사가 AI 모델을 NPU에 쉽게 이식하고 제품 개발부터 실제 적용까지 하나의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도구다. 현재 딥엑스의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지원하는 AI 모델은 약 450개다.
아울러 수익모델 역시 칩 판매에서 특허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단계적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초기에는 가격과 성능, 전력효율을 앞세워 고객을 확보하고 이후 원천특허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장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쿠다와 같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도전하겠다”며 “엔비디아가 쿠다를 통해 시장을 장악했다면 딥엑스는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SDK를 기반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시스템 반도체는 처음에는 저렴하면서 성능이 좋아야 선택받을 수 있지만 이후에는 특허로 시장을 확보하고 마지막에는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경쟁력이 된다”며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SDK를 통해 3~5년 안에 딥엑스를 단순히 값싸고 좋은 칩을 만드는 회사에서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바꾸겠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차세대 제품인 ‘DX-M2’도 피지컬 AI 시장을 겨냥한다. 딥엑스는 DX-M2를 통해 최대 1000억개 매개변수를 가진 생성형 AI 모델을 5와트(W) 수준의 전력으로 로컬 기기에서 구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10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에 설계를 넘겨 생산에 착수하고 내년 양산을 준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기기에서 발생하는 AI 연산의 상당 부분을 데이터센터로 보내지 않고 로컬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서버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실생활의 문제를 100분의 1 수준의 자원과 전력,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AI 구현 방안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딥엑스는 이르면 내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상장 시점 자체보다 피지컬 AI 시장에서 딥엑스가 어떤 기업으로 평가받느냐를 우선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상장은 회사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 성장 과정 가운데 하나”라며 “가장 빠른 시점을 생각한다면 내년 말을 검토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시점보다 모멘텀과 회사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국내 상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당시 매출과 상장 요건, 회사의 정체성에 따라 코스피와 코스닥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오는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릴 딜사이트 '2026 경영전략 써밋'에서도 관련 내용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