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한달 새 두 차례에 걸쳐 장남 구형모 LX MDI 대표에게 지주사 지분을 증여했다. 증여 지분은 991만5000주로 798억원 상당이다. 이미 LX홀딩스 최대주주로 승계 구도를 굳힌 구 대표는 이번 증여를 통해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시장의 관심은 증여세 납부로 쏠린다. 짧은 기간 대규모 지분 증여가 이뤄짐에 따라 증여세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 대표가 보수와 배당 등을 통해 이를 납부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11일 구 대표에게 LX홀딩스 보통주 381만5000주를 증여했다. 지분율로 5%이며 증여일 전일 종가 8040원을 적용한 가치는 306억7260만원이다.
이로써 구 회장 지분은 944만1261주에서 562만6261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한 지분율은 12.38%에서 7.38%로 낮아졌다. 구 대표 지분은 1536만9748주에서 1918만4748주로 지분율은 20.15%에서 25.15%로 올라섰다.
앞서 구 회장은 8월에도 610만주(7.85%)를 구 대표에게 넘겼다. 당시 증여로 최대주주가 구 회장에서 구 대표로 바뀌었다. 두 차례를 합치면 한달새 991만5000주가 이동한 셈이다. 증여 직전 20.37%였던 구 회장의 지분은 7.38%까지 낮아졌다.
구 대표는 2021년 12월 850만주를 처음 증여받았고 2023년에도 157만주를 추가로 받았다. 이번 두 차례를 더하면 부친으로부터 넘겨받은 주식은 2000만주에 육박한다.
증여세 재원 마련 방식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유 지분을 세무서에 담보로 제공하고 연부연납할 가능성이 크다. 구 대표는 2021년 증여분에 대한 세금을 내기 위해 2022년 3월 보유 주식 719만6000주를 강남세무서에 담보로 제공했다. LX홀딩스 발행 주식의 9.43%에 해당하는 규모다. 같은 시기 딸 구연제 씨도 442만1000주(5.8%)를 삼성세무서에 맡겼다. 두 건 모두 계약 기간이 담보 해지 시까지로 설정돼 있다. 현재 담보로 묶인 물량은 1161만7000주, 지분율 15.23%다.
연부연납은 증여세를 최장 5년에 걸쳐 나눠 내는 제도로 국세청에 납세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구 대표가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택하면 기존 719만6000주에 추가로 담보 물량이 설정될 수 있다. 연부연납 기간에는 납부세액에 이자상당액도 붙는 만큼 증여 규모가 커질수록 장기간 부담해야 할 세금과 이자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보유 주식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으나 지분율을 높여 최대주주에 올라선 상황에서 주식을 되파는 데는 지분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증여세 규모는 주가에 연동된다. 상장주식 증여재산가액은 증여일 전후 2개월의 종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는 20% 할증이 붙는다. 과세표준 30억원 초과분에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가액 기준 세부담은 최대 6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
현 주가 8050원(16일 종가)을 단순 적용하면 이번 두 차례 증여분 991만5000주의 가치는 798억원, 증여세는 479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구 대표가 받을 배당금은 지난해 보통주 결산 배당금인 주당 290원을 적용하면 연 55억원 수준이다. 5년에 걸쳐 나눠 내더라도 배당만으로 증여세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 구 대표가 이끄는 LX MDI는 비상장사로 개인별 보수가 공시되지 않는다.
지분 승계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구 회장은 여전히 562만6261주, 지분율 7.38%를 쥐고 있다. 현 주가 기준 453억원어치다. 이 지분까지 추가로 증여할 경우 272억원가량의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주가가 오를 경우 향후 추가 증여에 필요한 세금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LX홀딩스 상반기 말 연결 자본총계는 2조1170억원으로 발행주식총수 7774만5975주로 나눈 주당순자산은 2만7229원이다. 현 주가는 이 수준의 30%에도 못 미친다. 주가가 주당순자산 수준인 2만7229원까지 오른다고 가정하면 562만6261주의 평가액은 1531억원으로 뛴다. 이를 향후 증여한다고 가정할 경우 세부담도 918억원 안팎까지 늘어난다.
구 대표가 지주사가 아닌 LX MDI 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도 향후 추가적인 경영 승계가 이뤄질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최대주주에 올라선 만큼 향후 정기 주주총회에서 LX홀딩스 등기임원으로 선임될지 관심이 쏠린다.
증여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LX홀딩스 측은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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