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출범 5년차를 맞이한 LX그룹. 2021년 5월 LG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외형도 재계 내 존재감도 몰라보게 커졌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 행보가 성장의 발판이 됐다. 출범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LX그룹의 재계 순위는 43위까지 올라섰다. 세대교체도 가시화하고 있다. 구본준 회장이 어느덧 70대 중반에 접어든 사이, 30대 후반인 장남 구형모 사장은 이달 중 지주사 LX홀딩스 최대주주에 오르며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선다. 새로운 변화를 앞둔 LX그룹의 현재와 향후 행보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구형모 LX MDI 사장이 LX그룹의 지주사인 LX홀딩스로 복귀할지 관심이 쏠린다. 아버지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지분 증여로 LX홀딩스 최대주주에 오르지만, 정작 대외적으로 이렇다 할 경영 능력이 드러난 적은 없어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구형모 사장이 LX홀딩스 최대주주 등극을 계기로 대표이사까지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그는 아버지 구본준 회장에게서 지분을 증여받아 최대주주에 오른다. 1951년생인 구본준 회장이 올해로 74세에 접어든 데다, LX홀딩스 대표이사 임기도 내년 3월 만료를 앞둔 점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또 다른 LX홀딩스 각자대표인 노진서 사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되며 임기가 2028년 3월까지 3년 연장됐다.
1987년생인 구형모 사장은 올해로 39세다.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외국계 컨설팅업체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이후 2014년 4월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해 신사업개발담당과 전략기획팀을 거쳤다. 2021년 5월 LG그룹에서 LX그룹이 계열분리하던 시점에 맞춰 LX홀딩스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11개월 만인 이듬해 3월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신설 자회사 LX MDI 대표를 맡으며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4년 11월에는 사장에 올라 지금까지 LX MDI를 이끌고 있다.
구형모 사장의 이력은 사촌형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궤적과 닮아 있다. LG가(家) 4세인 두 사람은 일찌감치 경영 수업을 받으며 경영 전면에 나설 준비를 해왔다.
1978년생인 구광모 회장은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했고, 이후 지주사 LG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다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학업을 중퇴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 2009년 LG로 복귀했다. 이어 2018년 6월 부친 구본무 회장 별세로 LG그룹 회장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침착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구형모 사장은 2024년 11월 사장 승진 당시 회사 정기임원인사 자료를 통해 처음으로 얼굴이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두 사람이 밟아온 경로는 다르다. 구광모 회장은 10년 넘게 LG전자와 LG를 오가며 부친인 구본무 회장 아래서 실무를 익혔다. 반면 구형모 사장은 LX홀딩스에 합류한 지 1년 반 만에 LX MDI로 자리를 옮겨 대표를 맡았다. 부친 곁에서 배우기보다 기획과 컨설팅 등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영역에 곧바로 배치된 셈이다. LX MDI 설립 당시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후계자를 위한 자리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구형모 사장은 후계 구도 자체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LX홀딩스와 LX MDI에서 쌓은 실무 경험은 신사업 기획 등으로 다소 한정적이었다. 업계 안팎에서 구형모 사장이 LX홀딩스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총수에 오르려면 지주사에서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경험이 먼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구형모 사장이 이끄는 LX MDI는 지난 2022년 12월 LX홀딩스가 지분 100%, 자본금 50억원을 출자해 설립됐다. 그룹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 컨설팅, IT·업무 인프라 혁신, 미래 인재 육성 등을 담당하는 경영개발원 역할을 맡는다. 종업원 수는 출범 1년차인 2023년 7명에서 2024년 22명, 지난해와 올해는 23명을 유지하고 있다. 업종은 경영 컨설팅 및 공공관계 서비스업으로 시작해 2024년 5월 직원훈련기관이 추가되며 대표 사업이 기존 경영자문에서 교육으로 확대됐다.
공시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한 LX MDI의 실적을 살펴보면 설립 이듬해인 2023년 매출 85억4400만원, 영업이익 2억7100만원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매출이 76억2200만원으로 전년보다 10.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억1300만원으로 89.3% 늘었다. 지난해에는 매출 98억5300만원, 영업이익 7억4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각각 29.3%, 46.0% 증가한 금액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출범 1년차와 비교해 뚜렷하게 개선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룹 계열사에 기댄 성장이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LX MDI 매출에서 계열사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92~93%에 달했다. 지난해만 봐도 LX인터내셔널(28억7500만원), LX하우시스(28억1300만원), LX판토스(17억9500만원), LX세미콘(10억2500만원), LX MMA(5억8600만원)에서 나온 매출을 합치면 90억9400만원으로, 전체 매출(98억5300만원)의 92.3%에 이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도 LG전자에 있다가 지주사로 옮겨 경영수업을 받았고, CJ그룹 등 다수 대기업에서도 오너 2세가 비슷한 경로를 밟아온 만큼 구형모 사장도 LX홀딩스로 복귀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무엇보다 그룹 핵심 계열사를 두루 다룰 수 있는 지주사에서 그룹 전반을 살피는 경험은 향후 총수 역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결국 실질적인 경영 성과가 뒷받침돼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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