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K-금융의 글로벌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진출은 이제 주요 금융사에 단순한 기회 모색이 아니라 핵심 사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탄탄한 해외 실적은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선순환적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딜사이트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세계 각 거점에서 펼쳐지는 국내 금융사의 현지 사업과 전략, 그리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편집자주]
[싱가포르=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이 글로벌 투자은행(IB) 거래의 ‘참여자’에서 ‘주선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른 금융회사가 발굴한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거래를 발굴하고 금융을 주선해 기존 이자수익에 금융주선수수료 등 비이자수익을 더한다는 전략이다.
기업금융과 역외금융, 무역금융 중심의 사업구조였던 싱가포르지점은 IB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기존 IB조직을 아시아IB센터로 확대하고 인수금융과 인프라금융, 데이터센터 등으로 투자 영역도 넓히는 중이다. 최근 몇 년간 건전성과 자본적정성 관리에 무게를 두며 주춤했던 자산 성장에도 올해부터 다시 시동을 건다.
양승용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장은 최근 싱가포르 본점에서 딜사이트와 만나 "현재 기업금융, 역외금융, 무역금융, IB 등 크게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 중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가 IB"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기업금융과 무역금융의 안정적인 기반을 유지하면서 IB와 금융주선 역량을 강화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디론 참여 넘어 직접 딜 만든다…IB 새 성장축으로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의 IB 전략은 크게 두 갈래다. 첫 번째는 신디케이트론을 발판 삼아 인수금융과 인프라금융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최근엔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로도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성장산업과 연계된 금융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는 IB 영업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과거에는 다른 금융회사가 발굴·주선한 신디케이션에 참여해 이자수익을 얻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거래 초기 단계부터 직접 딜을 소싱하고 금융을 주선하는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직접 거래를 발굴·주선하면 기존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에 금융주선수수료 등 비이자수익을 더할 수 있다. 거래 초기부터 고객과 관계를 맺어 후속 거래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단순히 대출자산의 규모를 키우는 것에서 벗어나 수익원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기존 싱가포르 IB조직을 아시아IB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IB 거래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해서다. 조직과 인력도 함께 보강했다.
IB 확대와 함께 거래 선별과 위험관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IB 거래는 일반 기업대출보다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서다. 우량 차주와 글로벌 스폰서 중심으로 거래를 선별하는 이유다. 필요할 경우 신디케이션을 통해 대출을 다른 금융기관과 나눠 위험을 분산한다.
양 지점장은 "과거엔 싱가포르지점이 기업금융과 역외금융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갖추는 게 중요했다"며 "앞으로는 여기에 IB와 금융주선,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사업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산 성장 다시 시동…아시아 점포와 공동 영업 확대
IB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으면서 올해 자산 성장에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싱가포르지점의 총자산은 2024년 18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7억8000만달러로 줄었다. 최근 몇 년간 외형 확대보다 건전성과 자본적정성 관리에 무게를 둔 결과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올해 총자산 목표는 20억달러다. 지난해 말보다 약 12% 늘어난 규모다. 기존 기업금융을 기반으로 역외금융과 IB 거래를 늘려 최근 주춤했던 외형 성장세를 다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영업수익은 연간 2000만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엔 일시적인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다소 부진했지만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 확대에 맞춰 조달 기반도 넓혔다.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올해 MTN(Medium Term Note) 프로그램에 가입한 뒤 지점 설립 이후 처음으로 채권을 발행했다. 예수금과 차입금 중심이던 조달 수단을 채권시장까지 넓히면서 기업금융과 IB 확대에 필요한 외화자금 조달 기반을 강화한 셈이다.
자산과 조달 확대의 또 다른 축은 아시아 지역 네트워크다. 우리은행은 최근 싱가포르에 아시아지역본부를 신설했다. 싱가포르·홍콩·도쿄·시드니 지점과 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 현지법인을 연결해 지역 내 영업전략을 조율하고 점포 간 협업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1980년 10월 문을 연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에는 현재 주재원과 현지 전문인력을 합쳐 약 40명이 근무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지역본부와 아시아IB센터, 싱가포르심사센터 등 지역 단위 기능이 더해지면서 단일 해외 영업점에서 아시아 사업의 거점으로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기업금융과 IB, 리스크관리, 내부통제 등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력도 보강하고 있다.
싱가포르지점 입장에서는 자체 영업망을 넘어 아시아 각국의 우리은행 점포를 새로운 딜 소싱 채널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이 현지 기업의 금융 수요를 발굴하면 싱가포르지점의 외화자금 조달 역량과 글로벌 금융기관 네트워크, IB 기능을 결합해 거래를 함께 추진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싱가포르에서 확보한 거래를 해당 국가 현지법인과 연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고객 기반도 넓힐 계획이다. 한국계 기업 중심으로 구축한 기업금융 기반은 그대로 유지하되 아시아 지역 우량기업과 글로벌 기업,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싱가포르를 주변국 금융수요와 글로벌 자금시장을 잇는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양 지점장은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차별화된 경쟁력과 견고한 리스크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기업금융과 무역금융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IB와 금융주선 역량을 강화하고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주변국의 금융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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