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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던진 질문, 한국은 꺼내지도 않았다
박관훈 차장
2026-09-18 08:25:00
‘이해충돌’ 검증에 멈춘 美…논의조차 없는 韓 디지털자산기본법
이 기사는 2026-09-17 08:46:04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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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박관훈 차장]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첫 본회의 관문을 넘지 못했다. 찬성 49표, 반대 50표. 법안을 본회의로 올리는 데 필요한 60표에 11표가 모자랐다. 민주당 의원 전원과 공화당 의원 4명이 반대표를 던졌는데, 이들이 공통으로 꼽은 명분은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사업에 따른 ‘이해충돌’ 문제였다. ‘법안의 수혜자가 법을 만드는 데 개입해선 안 된다’는 논리였다.


공화당도 일정 규모 이상 이해관계가 있는 공직자는 자산을 처분하거나 백지신탁에 맡기는 수정안을 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적용 대상을 자녀까지 넓히고 매각을 의무화하자고 요구하면서 합의는 끝내 불발됐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의원은 부결을 예상하고 막판에 반대표로 돌아섰다. 상원 규칙상 표결에서 이긴 쪽만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 법안 하나가 통째로 발이 묶일 정도로, 미국 여야는 “룰을 만드는 사람이 공정한가”를 놓고 끝까지 치열하게 맞붙었다.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도 기약 없이 멈춰 서 있긴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는 9월 중순이 지나도록 정부 최종안조차 국회에 내놓지 못했다. 당초 9월 초 제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업계에서는 10월 국정감사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에서 은행에 지분을 얼마나 허용할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어디까지 제한할지를 둘러싼 이견이 있다고는 하는데, 정작 그 이견이 무엇을 놓고 누가 어떻게 맞서고 있는지는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가뜩이나 늦어진 입법에 “결정권자들의 이해관계 충돌 문제까지 짚자”고 하면,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는 업계의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연내 처리마저 불투명하다는 비관론이 팽배한 마당에 논쟁거리를 하나 더 얹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이 껄끄러운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 입법을 멈춰 세운 그 핵심 쟁점이,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과거 공개된 공직자 재산 공개 자료에 따르면,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은 한때 12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었다고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밈코인 ‘남국토큰’ 50억개도 포함돼 있었다. 백악관 재직 중 논란이 된 트럼프의 사례와 평면적으로 비교할 순 없다. 그러나 입법과 정책에 몸담았던 인물이 자기 이름을 건 코인까지 보유했던 전례가 한국에도 이미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사례 하나로 “한국도 부패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 진짜 문제는 룰 메이커를 검증할 ‘시스템’ 자체가 없다는 데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정하고, 거래소 지분 한도를 정하는 이 법은 수조원대 이권을 특정 기업에 몰아주거나 배제할지를 결정하는 막강한 규정이다. 그런데 정작 이 룰을 설계하고 인허가권을 쥘 사람들 스스로가 이 시장과 어떤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지 밝히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깐깐한 목소리는 국회에서도, 당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티가 안 날수록 곪기 쉽고 손대기도 까다롭다. 감독 당국에서 일하다 관련 업계 임원이나 자문역으로 옮겨가고, 다시 그 반대 경로를 타는 회전문 인사는 이 바닥에서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정책을 빚어내는 자리에 누가 앉아 있는지, 그 구성이 왜 항상 비슷한 결인지 아무도 묻지 않는 침묵은 위험하다.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지연이라면 그 시간은 결코 아깝지 않다. 다만 지금 한국의 논의에는 “심판은 공정한가”를 묻는 이 최소한의 물음표조차 실종돼 있다. 룰이 굳어지기 전인 지금이 이 불편한 질문을 꺼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일단 뼈대가 굳어지고 나면, 그 틀 안에서 단물을 빠는 이들이 제 손으로 룰을 뜯어고칠 리 만무하다.

미국 상원에서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왜 통과되지 못한 거야?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관련 이해충돌 문제 때문에 부결되었어요. 찬성 49표, 반대 50표를 기록하며 본회의 상정에 필요한 60표에 11표가 모자랐어요. 민주당 의원 전원과 공화당 의원 4명이 반대표를 던졌는데, 이들은 법안의 수혜자가 법을 만드는 데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어요.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도 입법이 늦어지고 있다는데, 현재 상황이 어때?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도 입법이 지연되며 멈춰 있는 상태예요. 금융위원회는 9월 중순이 지나도록 정부 최종안을 국회에 내놓지 못했어요. 당초 9월 초 제출 가능성이 있었지만, 업계에서는 10월 국정감사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요. 현재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 내 은행 지분 허용 범위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을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미국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논의 중이라는데, 한국은 어때?
한국에서는 아직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논의한 적이 없어요. 다만 과거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12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보유했던 사례가 있었어요. 당시 김 전 비서관은 자신의 이름을 딴 밈코인인 '남국토큰' 50억개를 포함해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어요.
기사에서는 현재 한국의 입법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문제라고 보고 있어?
룰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시장과 어떤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지 검증할 시스템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나 거래소 지분 한도를 정하는 것은 막대한 이권과 직결되는 일인데, 정작 정책을 설계하고 인허가권을 쥘 사람들이 시장과 어떤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지 밝히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논의는 국회와 당국 모두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의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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