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로보택시 선두 기업들이 한국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에서 완전 무인 상용화를 마친 빅테크들이 잇따라 한국 법인을 세우거나 합작 체제를 구축하며 진출 채비를 끝냈다.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가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이, 안방 시장의 주도권을 통째로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의 로보택시 기업들이 잇따라 한국 현지 법인을 세우거나 국내 기업과 손잡고 사업 실증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국 내 치열한 검증을 거친 완전 무인(레벨4) 기술력을 앞세워, IT 인프라가 잘 갖춰지고 교통이 복잡한 서울을 새로운 시험대이자 해외 주요 진출지 중 하나로 낙점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중국 로보택시 3강으로 꼽히는 포니AI와 바이두, 위라이드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포니AI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국내 기업 포니링크와 합작사 퓨처링크를 세운 데 이어, 올해 8월에는 퓨처링크와 전략적 협력 협약을 체결하며 구체적인 목표가 담긴 사업 구상도 제시했다. 7세대 로보택시 200대를 국내로 들여와 오는 2028년까지 완전 무인 상용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10대로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자기인증 절차를 밟고, 이후 190대를 추가 도입해 서울 등지에서 200대 규모의 로보택시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 설립된 포니AI는 2024년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2022년 중국에서 자율주행 택시 운행 면허를 취득했다. 현재 베이징과 광저우 등에서 상업 운행 중이며, 일반 도로 누적 주행거리는 1억km를 넘어섰다. 한국에 투입될 로보택시 차량은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크폭스 알파 T5' 기반이다. 포니AI는 이 차량뿐 아니라 토요타 'bZ4X', 광저우자동차그룹 '아이온V' 등 3종으로 7세대 로보택시를 양산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포니링크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퓨처링크는 지난해부터 포니AI의 자율주행 키트를 장착한 현대자동차 '코나' 기반 차량으로 강남 일대에서 실증을 이어왔다. 이번 협약으로 개조 차 대신 중국산 자율주행차가 들어오게 됐다.
바이두는 지난 4월 한국에 로보택시 사업을 위한 법인을 세우며 국내 진출 채비를 마쳤다. 법인등기에 따르면 바이두는 지난 4월30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바이두아폴로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1억원, 표준산업분류상 업종은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으로 등록됐다. 대표이사 겸 사원으로는 양난 바이두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그는 바이두의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고'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자율주행 연구개발에 착수한 바이두는 2017년 오픈소스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를 공개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고'는 현재 6세대 전용 차량 'RT6'를 앞세워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20여개 도시에서 운행 중이다. 현재 전 세계26개 도시에서 아폴로고를 운영 중이다. 지난 2월 회사의 실적발표에 따르면 아폴로고의 누적 이용 건수는 2000만건을 넘어섰고 누적 주행거리는3억km 이상, 이 중 완전 무인 주행만 1억9000만km에 달한다. 당시 바이두는 중국 본토와 홍콩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 첫 진출 지역으로 한국을 꼽으며 한국 진출을 암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주요 로보택시 사업자인 웨이모도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웨이모는 지난 7월24일 서울 서초구에 '웨이모코리아 유한회사' 설립 등기를 마쳤다. 자본금은 1억5000만원이며, 법인 목적에는 자율주행 시스템·소프트웨어의 개발·공급·자문업과 자율주행 기술 기반 여객자동차 운수업 등이 담겼다. 등기상 대표이사는 스티븐 한 웨이모 전무가 맡았다. 한 전무는 이달 7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모빌리티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내년과 그 이후를 바라보며 런던과 도쿄를 포함해 해외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한국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웨이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오스틴 등 15개 도시에서 상업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영국 런던과 독일 뮌헨 등에서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진출 소식도 알렸다. 내년부터 도쿄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상용 운행을 시작해 운행 대수를 100대까지 순차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중국의 또 다른 로보택시 강자 위라이드도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법인을 설립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토니 한 위라이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3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향후 진출을 검토 중인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2024년 10월 나스닥에 상장한 위라이드는 같은 달 중국 지리자동차의 상용차 브랜드 파리존과 함께 개발한 로보택시 전용 모델 'GXR'을 공개했고, 이듬해 2월 베이징에서 완전 무인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광저우에서 GXR로 24시간 완전 무인 로보택시 상업 운행에 들어갔다. 올해 7월 말 기준 위라이드가 세계 각국에서 운영 중인 로보택시는 1800대를 넘어섰으며, 로보버스(무인 버스)와 로보스위퍼(무인 청소차)를 포함한 레벨4 전체 차량은 3400대에 달한다. 현재 13개국 60여개 도시에서 자율주행차를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레벨4 차량 5000대(로보택시 2600대 포함)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들 기업이 한국 진출을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국 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활로가 필요한 데다, 한국이 기술 검증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내 한 자율주행 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자국 내 경쟁이 워낙 치열해지다 보니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중에서도 한국은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도심 교통도 복잡해서 기술 검증하기엔 딱 좋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웨이모도 미국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한국을 꽤 매력적인 시장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특히 우리는 아직 이렇다 할 로보택시 사업자가 없다 보니 먼저 들어온 곳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차량 안전 기준 인증과 면허 취득, 기존 택시업계와의 이해관계 충돌 등 넘어야 할 제도적 난관이 적지 않아 실제 도심 유료 상용화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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