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KB금융그룹 차기 수장 자리도 ‘KB맨’에게 돌아갔다. 외부 출신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렸지만, KB금융은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을 선택했다. 외부 후보에게 경쟁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2014년 이후 최종 선택은 내부 출신에게 맡겨온 승계 흐름이 다시 이어진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후보 개인의 역량과 별개로 은행과 비은행을 아우르는 방대한 사업구조와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내부 후보의 경쟁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을 낙점했다. 2차 숏리스트에 함께 오른 양종희 현 회장과 외부 출신 권 전 우리은행장은 고배를 마셨다.
회추위는 이 부문장을 차기 수장으로 추천한 배경으로 본원적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꼽았다. 지주 부문장과 은행장을 맡으며 쌓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의 전문성에 더해 재무·전략·글로벌 부문에 대한 높은 식견과 통찰력을 갖춘 ‘완성형 CEO’라는 설명이다.
이번 선택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KB금융이 외부 인사를 최종 경쟁군까지 올렸음에도 다시 내부 승계를 택했다는 점이다. KB금융은 지주 출범 초기 외부 출신 회장이 연이어 수장을 맡았지만, 2014년 윤종규 전 회장 취임 이후에는 내부 출신이 회장 자리를 이어받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실제로 2014년 회장 인선 당시 2차 숏리스트에는 하영구 당시 한국씨티은행장이 내부 출신 후보 3인과 경합했지만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이 최종 낙점됐다. 2017년에는 윤 전 회장을 비롯한 최종 후보군이 모두 내부 출신으로 구성됐다. 2020년과 2023년에는 외부 출신인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잇따라 숏리스트에 진입했지만 각각 윤 전 회장과 양종희 현 회장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올해 권 전 행장까지 외부 인사가 꾸준히 최종 경쟁에 참여했지만 2014년 이후 회장 자리는 모두 KB 내부 출신에게 돌아간 셈이다.
KB금융도 외부 후보가 내부 후보보다 그룹에 관한 정보 접근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보완하는 절차를 운영해왔다. 과거 회장 인선에서는 외부 후보에게 내부 경영자료를 제공하고 인터뷰 시간을 추가로 배정하는 등 내부 후보와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 장치를 마련했다. 외부 후보를 단순히 형식적인 경쟁군에 포함시키기보다 실질적인 경쟁 여건을 만들려는 취지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최종 후보를 가리는 단계로 갈수록 단기간의 자료 제공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조직 이해도’가 내부 후보의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KB금융처럼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사업구조가 복잡한 금융그룹일수록 그룹 내부에서 장기간 축적한 경험과 업무 연속성이 CEO 경쟁에서 상대적인 우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은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을 비롯해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라이프생명,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등 다수의 비은행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비은행 계열사의 그룹 이익 기여도는 44%로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다. 그룹 순이익의 절반 가까이가 은행 밖에서 창출되는 만큼 회장에게는 은행뿐 아니라 증권·보험·카드·자산운용 등 서로 다른 업권을 조율할 수 있는 그룹 차원의 사업 이해도가 요구된다.
권 전 행장 역시 금융그룹을 이끌 역량이 부족한 외부 후보로 보기는 어렵다. 우리은행에서 경영지원과 IB그룹장 등을 맡았고 우리PE자산운용 대표이사와 롯데카드 고문 등을 거치며 금융업 전반에서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24년 iM금융그룹(옛 DGB금융그룹) 회장 인선에서도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린 만큼 금융지주 회장 후보로서 이미 한 차례 검증을 받았다. 다만 금융권 전반에서 쌓은 폭넓은 경험과 별개로 ‘KB’라는 특정 조직과 사업구조에 대한 축적된 경험에서는 내부 후보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KB금융의 CEO 자격요건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KB금융은 최고경영자에게 금융회사 CEO에 준하는 리더십 경험과 업무 전문성·도덕성을 갖추는 동시에 그룹의 비전과 가치관을 공유하고 장·단기 건전경영에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부 후보에게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만 그룹 비전과 사업구조에 대한 이해는 오랜 기간 KB에서 경력을 쌓은 내부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영역이다.
이번 인선을 단순히 ‘안정을 위한 내부 승계’로만 보기도 어렵다. 회추위는 현직인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이 부문장을 선택하면서 선정 이유로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직접 제시했다. 외부 인사를 통한 변화보다 조직을 잘 아는 내부 인사를 전진 배치해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쪽을 택한 셈이다.
결국 KB금융은 외부에 경쟁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최종 승계에서는 다시 내부를 선택했다. 2014년 이후 이어진 내부 승계의 연속성 위에 세대교체라는 변화를 얹은 선택이다. 이재근 체제가 내부 출신의 강점인 조직 이해도와 업무 연속성을 살리면서 회추위가 주문한 변화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차기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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