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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회장 경쟁자는 어디로…'기울어진 운동장' 금융지주 승계
이세정 기자
2026-08-26 07:30:00
③직전 회장 선임서 경쟁한 전직들, 연임 때 잇단 후보군 탈락…'경쟁자 차단' 논란
이 기사는 2026-08-24 14:1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향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관치금융을 막기 위해 자율성을 확대했지만 그 자리를 소수 내부 인사의 폐쇄적인 권력구조가 대신했다는 문제의식이다. 금융지주 회장의 권한과 CEO 승계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왔다. 딜사이트는 금융지주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고 승계되는지, 이를 견제할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은행장은 금융지주 회장으로 가는 가장 유력한 경로 가운데 하나다. 그룹 내 자산과 이익, 인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를 이끌며 경영 능력을 검증받는 자리인 만큼 회장 선임 때마다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그런데 현직 회장과 실제 경쟁했던 은행장 출신 인사들이 퇴직한 뒤 다음 승계 경쟁에서는 후보군에서 사라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KB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현직 회장이 처음 선임될 당시 경쟁했던 전직 내부 경영진들이 퇴직 이후 해당 회장의 연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우리금융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났다. 반면 BNK금융에서는 전직 은행장이 퇴직 이후에도 현직 회장과 다시 경쟁할 기회를 얻었다. 금융지주마다 전직 내부 인사의 후보군 재진입 여부가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현직에 있을 때 유력한 내부 후보였던 인물이 퇴직과 함께 외부 인사로 분류돼 별도의 추천 절차를 거쳐야 하는 후보 관리 방식이 실질적인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BNK금융 사례는 전직 경영진에게 다시 검증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내부·외부라는 형식적 분류보다 실제 경쟁력을 갖춘 전직 후보가 퇴직 이후에도 승계 무대에 다시 오를 수 있는 경로가 실질적으로 열려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미지=제미나이 생성)

◆KB금융 회장과 경쟁한 허인·박정림, 이번엔 후보군 밖으로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6명의 숏리스트를 대상으로 1차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이달 27일 후보군을 3명으로 좁히고, 9월11일 2차 심층 인터뷰를 거쳐 최종 1인을 확정한다. 앞서 회추위는 20명(내·외부 각 10명)의 롱리스트를 12명으로 압축한 뒤 6명의 1차 숏리스트를 확정했다. 내부 후보로는 양 회장을 비롯해 이재근 부문장, 이창권 부문장, 이환주 국민은행장이, 외부 후보로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익명 1인이 포함됐다.


이번 후보군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은 포함된 후보보다 빠진 후보에 가깝다. 직전 회장 선임 과정에서 양 회장과 경쟁했던 허인 전 KB금융 부회장과 박정림 전 총괄부문장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 전 부회장은 국민은행장을 4년간 역임한 뒤 KB금융 부회장을 지냈다. 박 전 총괄부문장은 증권업계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2019년부터 2023년 말까지 KB증권 대표 겸 KB금융 자본시장 부문장을 맡았다. 두 사람 모두 2023년 회장 선임 과정에서는 양 회장과 함께 유력한 내부 후보로 경쟁했다.


반면 이번 숏리스트에는 우리은행장을 약 1년간 역임한 권광석 전 행장이 외부 후보로 포함됐다. 은행장 재임기간만으로 후보의 경쟁력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직전 회장 선임 과정에서 경쟁했고 KB 내부에서 은행장과 부회장까지 지낸 전직 경영진은 빠진 반면 다른 금융그룹 출신 전직 은행장은 외부 후보로 검증 대상에 오른 셈이다.


허 전 부회장과 박 전 부문장이 이번 후보군에서 빠진 배경에는 퇴임 임원을 ‘외부 인사’로 분류해 후보로 관리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KB금융은 그룹 핵심 경영진을 중심으로 내부 후보군을 관리하는 한편 외부 후보는 별도의 외부전문기관 추천 등을 통해 발굴하고 있다. KB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인사라도 퇴직하면 내부 후보가 아닌 외부 후보로 분류된다. 외부전문기관 등의 추천을 받지 못하면 회추위의 검증 대상에 진입하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외부전문기관을 통한 후보 발굴 자체는 후보군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문제는 직전 회장 선임에서 이미 후보로 검증받은 전직 내부 경영진까지 퇴직 이후 일반적인 외부 인재와 같은 경로를 다시 거쳐야 하는 것이 실질적인 경쟁을 확보하는 데 적절하느냐다.


현직 경영진은 내부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후보로 관리되는 반면 전직 경영진은 퇴직하는 순간 후보 관리 경로가 달라진다. 현직 회장과 경쟁할 정도의 경력과 내부 경험을 갖췄더라도 외부전문기관 등의 추천을 받지 못하면 다음 승계 경쟁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현직과 전직 사이에 후보군 진입 단계부터 비대칭이 발생하는 셈이다.


KB금융의 과거 회장 선임 과정과 비교하면 이 같은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2014년 회장 선임 당시 1차 숏리스트에는 전직 임원들이 다수 포함됐고, 윤종규 전 회장 역시 KB를 떠난 상태에서 최종 후보로 발탁됐다. 당시에는 외부 출신 인사에 대한 경계가 강했던 만큼 전·현직 KB 출신 인사들이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당시는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으로 이른바 ‘KB사태’가 벌어진 직후였다. 두 사람이 모두 물러난 뒤 진행된 회장 선임에서는 전·현직 KB 출신을 폭넓게 후보로 검토했고 윤 전 회장이 최종적으로 선택됐다. 이후 KB금융은 경영승계와 내부통제 제도를 정비하면서 상시적인 내부 후보군 관리 체계를 강화해왔다.


제도가 정비된 이후 오히려 전직 내부 인사의 재진입 문턱이 높아지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직 내부 인사는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반면 퇴임한 임원은 외부 후보가 돼 별도의 추천과 검증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외부 후보를 모두 열어뒀다는 형식과 달리 실제 경쟁 가능한 후보군은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KB금융그룹 전경. (제공=KB금융)

◆우리금융선 이원덕 탈락…BNK금융은 안감찬 다시 경쟁


우리금융에서도 직전 회장 선임 당시 현직 회장과 경쟁했던 전직 은행장이 다음 승계 과정에서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은 2023년 임종룡 회장이 처음 선임될 당시 회장 후보로 경쟁했다. 우리은행장을 역임한 내부 출신 경영자로 그룹 경영 경험을 갖추고 있었지만 퇴직 이후 외부 인사로 분류됐고 임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는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차기 우리금융 회장을 선임할 당시 최종 후보군에는 임 회장과 취임 1년 차였던 정진완 우리은행장, 외부 출신 인사 2명 등 총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외부 후보 2명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임 회장 1기 출범 당시 경쟁했던 이 전 행장을 비롯한 주요 내부 출신 전직 경영진이 빠지면서 현직 회장과 실질적으로 경쟁할 후보를 충분히 확보했느냐는 평가가 뒤따랐다.


반면 BNK금융에서는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안감찬 전 부산은행장은 2023년 빈대인 회장이 처음 선임될 당시 회장 후보로 경쟁한 데 이어 빈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도 다시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BNK금융 임추위가 압축한 4명의 후보에는 빈 회장과 방성빈 부산은행장, 김성주 BNK캐피탈 대표, 안 전 행장이 포함됐다. 퇴직한 전직 은행장이 현직 회장과 다시 경쟁할 수 있는 검증 무대에 오른 것이다.


안 전 행장의 사례는 전직 내부 인사를 외부 후보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곧바로 경쟁자 배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퇴직 이후 후보 관리 경로가 달라지더라도 직전 회장 선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인사를 다시 발굴해 검증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BNK금융 사례 역시 현직 회장과 다른 후보 사이에 완전히 동등한 경쟁 여건이 조성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시 숏리스트에는 빈 회장과 함께 현직 계열사 CEO인 방성빈 행장과 김성주 대표가 포함됐다. 안 전 행장까지 모두 부산은행 출신이었다. 실제 후보군의 다양성과 경쟁성을 판단하려면 단순히 전직 인사가 포함됐는지를 넘어 각 후보가 현직 회장과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경력과 독립성을 갖췄는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BNK금융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 사실을 후보 접수 마감 이틀 전에야 외부에 공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부 후보들이 충분한 준비 기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후보군을 외부에 개방했더라도 실제 진입 기회가 충분히 보장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장 때는 1순위, 퇴직하면 '외부인'…승계제도의 역설


KB·우리와 BNK금융 사례를 비교하면 문제의 초점은 전직 내부 인사를 외부 후보로 분류하는 것 자체보다 이들이 퇴직 이후에도 실질적인 검증 대상에 다시 진입할 수 있느냐로 좁혀진다. KB금융에서는 직전 회장 선임에서 양 회장과 경쟁했던 허 전 부회장과 박 전 부문장이 이번 숏리스트에서 빠졌고, 우리금융에서도 임 회장과 경쟁했던 이 전 행장이 연임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BNK금융에서는 안 전 행장이 퇴직 이후에도 다시 숏리스트에 올라 빈 회장과 경쟁했다.


특히 은행장이라는 자리의 무게를 고려하면 퇴직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직 은행장의 경영 경험이나 회장 후보로서의 경쟁력이 곧바로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은 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자산과 이익, 인력 등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은행장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직접 경영했다는 점에서 통상 차기 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의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는 자리로 평가된다. 허 전 부회장과 이 전 행장, 안 전 행장 역시 은행장 경력을 갖춘 상태에서 각각의 회장 선임 과정에서 후보로 경쟁했다.


따라서 현직에 있을 때 유력한 내부 후보로 관리되던 인물이 퇴직하는 순간 외부 후보로 분류되는 것 자체보다 이후 다시 경쟁할 수 있는 후보 발굴·검증 경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후보의 경영 경험과 경쟁력이 퇴직과 동시에 사라지는 것은 아닌 만큼 재직 여부에 따라 후보 관리 경로가 달라지는 구조가 실제 경쟁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허 전 부회장과 박 전 부문장, 이 전 행장이 이번에도 반드시 후보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후보자의 참여 의사와 경영성과, 연령, 외부전문기관의 평가 등에 따라 후보군에서 제외될 수 있다. BNK금융처럼 퇴직한 전직 경영진이 다시 검증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양종희 회장이나 임종룡 회장 사례처럼 현직 회장과 경쟁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은 전직 경영진이 퇴직 이후 후보군에 다시 진입하기 어려운 사례가 나타나는 만큼 후보 관리 경로가 실질적인 경쟁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사 CEO 승계 프로그램은 상시적인 후보군 육성과 객관적인 평가를 원칙으로 한다. 외부 인재 역시 내부 인재와의 역량 비교평가를 통해 승계계획을 충실화하는 데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 후보와 외부 후보를 각각 다수 확보하더라도 현직 회장과 실제 경쟁할 경력과 경험을 갖춘 후보가 검증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후보 숫자 자체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승계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부와 외부라는 형식적인 구분보다 실제 경쟁력을 갖춘 후보에게 폭넓은 검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직전 승계 과정에서 이미 회장 후보로 검증받은 전직 내부 경영진이 퇴직 이후에도 후보 발굴·검증 과정에 다시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실질적으로 열려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현직 회장이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만큼 다른 후보들과 같은 조건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후보를 몇 명 확보했느냐보다 실제 경쟁 가능한 후보에게 공정한 검증 기회가 주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전·현직 후보를 나누는 기준이 적절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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