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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앞세운 정부, 금융지주 회장 임기 제한…엇갈린 정책 시그널
이세정 기자
2026-07-27 07:10:00
참호 구축 차단 명분에도 시장 자율성 논란…해외 투자자 반응 주목
이 기사는 2026-07-24 08:29:38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대 금융지주 전경. (제공=각 사)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재임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지만,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한편으로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CEO 연임에 제도적 제약을 강화하는 것이 시장 자율성 측면에서 엇갈린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 CEO의 장기 재임을 제한하기 위해 초임 3년과 연임 3년을 합쳐 최장 6년까지만 재임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아직 최종안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로, 이달 중 적용 대상과 시행 방식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단순히 CEO 임기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의 분산주주 구조 아래에서 현직 CEO가 사외이사 추천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실상 연임에 유리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이른바 '참호 구축'을 차단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반 기업처럼 절대적인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지주는 이사회와 회추위 운영이 CEO 승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금융당국이 이를 구조적인 지배구조 문제로 판단하는 배경이다.


제도가 실제 도입될 경우 금융지주 CEO 승계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양종희 KB금융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 황병우 iM금융 회장 등은 초임 임기 중이다. 반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2기 체제를 이어가고 있으며,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유일한 3연임 회장이다. 시행 시점과 경과규정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만큼 현직 CEO에게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는 최종안을 확인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경과규정에 따라서는 초임 회장에게 한 차례 연임 기회만 주어지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규제 방향이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정부는 자사주 소각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추진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지주 CEO 연임에 제도적 제한을 검토하면서 시장 자율성과 규제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모습이 됐다. 금융권에서는 두 정책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어떤 신호로 받아들여질지가 이번 개편안의 또 다른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며 기업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EO 임기에 일률적인 제한을 둘 경우 장기 자본정책의 연속성과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혼재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 79.35%, 하나금융 68.47%, 신한금융지주 61.46%, 우리금융지주 45.81%에 달한다. BNK금융과 iM금융, JB금융 역시 34~46.6% 수준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핵심 주주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금융지주의 경영 전략과 기업가치가 국내 정책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의 평가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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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 임기 현황. (그래픽=김민영 기자)

시장에서는 해외 기관투자자가 CEO 개인보다 독립적인 이사회와 자본배분 정책의 일관성,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만큼 획일적인 임기 제한이 시장 친화적 신호로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CEO 연임 기준을 법률로 명문화하는 것이 시장 자율성 측면에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엇갈린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역시 기업 지배구조를 평가할 때 획일적인 CEO 임기 제한보다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과 투명한 승계 절차, 주주권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해외 투자자들은 CEO 재임 기간 자체보다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CEO를 선임·평가하고 교체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더 중요한 평가 요소로 본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환원의 큰 방향은 CEO 개인보다 회사의 자본정책이 좌우하지만,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데 최고경영자의 역할도 중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에서는 연임 자체보다 연임 과정이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금융지주의 CEO 임기 제한이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시장 신뢰를 높일 수 있지만 긍정적 부분만 있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남은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본부장은 “금융지주의 CEO 임기 제한은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시장 신뢰를 높일 뿐 아니라 CEO 개인보다 시스템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본부장은 “성과를 낸 CEO를 교체하는 것은 주주가치 측면에서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며 “장기 전략이 중요한 금융산업 특성상 연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CEO들이 단기 실적 위주의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고, 대규모 조직의 잦은 리더십 교체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은 CEO 연임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연임이던 신규 선임이든 동일한 출발선에서 객관적인 경쟁을 거치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는 장기 재임 여부보다 연임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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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 (그래픽=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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