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법원이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배우자 이씨에게 회사 지분 35%를 넘기라는 1심 판결을 내리면서 20년 넘게 이어진 단독 주주 체제가 흔들리게 됐다. 이번 판결로 이씨가 비상장사인 스마일게이트 지분을 어떻게 현금화할지도 향후 지배구조의 변수라는 지적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이씨는 배당 요구와 함께 제3자 지분 매각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그동안 권혁빈 체제의 스마일게이트가 기업공개(IPO)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온 것과 달리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변경과 대주주 현금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달 9일 권 CVO가 배우자에게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를 현물로 분할하고 비율에 따라 부족한 부분 650억원은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인정한 스마일게이트 주식 가치는 7조1049억원으로 배우자에게 넘어가는 35% 지분의 평가액은 약 2조4867억원이다. 현금분을 합친 재산분할 규모는 약 2조5500억원으로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는 역대 최대 수준의 규모다.
◆ 흔들리는 독점권…합병분할 이씨 허락 필요
해당 판결이 대법원까지 확정될 경우 2012년 이후부터 유지해온 권혁빈 CVO의 스마일게이트 지분은 100%에서 65%로 낮아진다. 스마일게이트가 비상장사인데다 여전히 과반을 넘는 지분을 보유하는 만큼 경영권은 유지되지만 독점권은 사라진다. 특히 법원이 나눈 35% 지분은 회사법과 상법에 기반해 보면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핵심은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인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지분율이다. 법원이 이씨에게 33% 미만의 지분을 인정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문제를 앞으로 스마일게이트는 겪을 수밖에 없다. 권 CVO가 65%, 배우자가 35%를 보유하고 양측이 모두 주총에 출석해 특정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의사를 나타낸다면 기존까지는 권 CVO가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던 특별결의 사안을 더 이상은 자신의 뜻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상법상 67% 이상의 주주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안은 상당하다. 정관 변경과 합병-분할-분할합병, 영업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 양도, 자본금 감소,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이사의 임기 중 해임, 회사 해산 등을 모두 이씨의 동의 아래 추진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주목할 부분은 이씨 측이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권 CVO가 추진하는 주요 경영 의사결정을 저지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는 점이다. 이 씨는 사실상 특별결의 거부권(Blocking Minority)을 확보하는 서막을 알린 것이다.
◆ 이씨 35% 지분 유동화 가능성은
스마일게이트가 비상장사인 만큼 시장에서는 배우자가 넘겨받게 될 35% 지분의 처리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상장사 주식처럼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없는 지분인 만큼 배당을 통한 현금 수령이나 보유 지분을 제3자에 매각 혹은 유동화 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스마일게이트는 그동안 권 CVO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구조였던 만큼 회사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이해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배당을 실시하면 권 CVO가 전액을 가져가는 구조였다. 2021년에는 약 2450억원 규모의 특별배당을 받았으며 이후에도 2022년 300억원, 2023년 361억원, 2024년 564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다만 이씨가 지분 35%를 확보하더라도 배당 확대를 강제할 수는 없다. 회사의 합병·분할이나 정관 변경, 중요한 영업양도 등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필요한 사항인 만큼 이씨는 주요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해 제동을 걸 수 있다. 다만 배당은 보통결의 사항으로 지분 65%를 보유한 권 CVO가 결정권을 갖는다. 이씨가 배당 확대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결국 권 CVO와의 합의가 필요한 셈이다. 배당이 지분을 현금화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단기간에 2조원대 지분가치를 회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 IPO 신중한 스마일게이트...권 CVO 매입 가능성도
이씨가 향후 스마일게이트의 IPO 추진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35% 지분을 넘겨받더라도 직접 경영에 나서기는 어려운 만큼 비상장사 지분을 계속 보유하기보다 지분을 처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쪽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번 재산분할 과정에서 스마일게이트 기업가치가 처음으로 산정되면서 향후 IPO 추진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할 기준도 마련된 셈이다.
다만 회사 입장에서 IPO를 서둘러야 할 유인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스마일게이트는 IPO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앞서 업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대규모 현금 분할을 명령할 경우 권 CVO가 재원 마련을 위해 IPO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막대한 현금을 단기간에 조달하려면 상장을 통해 지분을 유동화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1심 판결에서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규모가 650억원에 그치면서 권 CVO 입장에서는 대규모 현금을 조달해야 할 압박을 덜게 됐다. 원치 않는 외부 자본 유입이나 경영 간섭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이씨가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는 제3자 매각이나 유동화 가능성이다. 다만 비상장사의 경영권 없는 2대주주 지분은 시장에서 투자 매력이 낮은 매물로 꼽힌다.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는 데다 최대주주와 별도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만큼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도 투자 매력을 높게 평가하기 어렵다. 특히 상장 이외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제한적인 만큼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분을 담보로 내놓고 현금을 조달해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씨가 보유하게 될 지분이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행동주의 기관투자가들이 다양한 제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권혁빈 CVO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대법원 판결을 받지 않을 상태라 법정 싸움을 지속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나 대법원 마저 1심 판결을 유지한다면 결국 권 CVO가 이씨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거란 예상도 나온다. 권 CVO 입장에서는 다시 100% 단독 주주 구조로 돌아갈 방법이지만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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