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회장은 1966년생, 은행 부행장 3명 중 2명은 1970년대생. KB금융그룹의 세대교체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되면서 관심은 연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인사로 옮겨가고 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이 부문장을 선택하며 직접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주문한 가운데 주요 계열사 CEO의 임기까지 대거 만료되면서 1970년대생 실무형 임원이 얼마나 전진 배치될지가 첫 인사의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부문장이 KB금융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발탁되면서 연말 대규모 정기 인사를 앞두고 주요 계열사 CEO와 지주 경영진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장 교체와 주요 계열사 CEO 임기 만료가 맞물린 만큼 예년보다 인사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추위가 이번 인선에서 '세대교체'를 직접 주문한 만큼 차세대 경영진의 전진 배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연말 인사의 최대 화두는 1970년대생 '젊은 피'가 어느 선까지 전진 배치되느냐다. 특히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의 임기가 연말 만료되는 데다 주요 계열사 CEO와 임원 인사가 맞물려 있어 이재근 체제의 첫 인사에서 세대교체 폭이 어느 정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자리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다. 이환주 국민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나는 만큼 연임 여부가 이재근 체제 첫 인사의 방향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이 행장은 1964년생으로 이 부문장보다 두 살 많지만 올해 차기 회장 후보군에도 포함됐던 만큼 연령만으로 거취를 예단하기 어렵다.
지주 핵심 경영진의 거취도 관심사다. 김성현 CIB마켓부문장(1963년생),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1965년생), 서영기 경영연구소 부소장(1965년생) 등 이 부문장과 비슷하거나 높은 연령대의 경영진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 새 회장이 자신의 경영 구상을 조직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과 보직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비은행 계열사도 인사 영향권에 놓여 있다. 이홍구 KB증권 대표와 성채현 KB부동산신탁 대표는 1965년생이며,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1967년생),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1968년생), 정문철 KB라이프생명 대표(1968년생), 빈중일 KB캐피탈 대표(1968년생),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1969년생) 등 주요 계열사 CEO 상당수가 1960년대생이다.
이들이 곧바로 교체 대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령보다 각 계열사의 경영 성과와 임기, 내부통제, 향후 사업 전략 등이 연임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회추위의 '세대교체' 주문이 곧 1960년대생 경영진의 일괄적인 퇴진을 의미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세대교체 가능성에 힘을 싣는 것은 이미 그룹 내부에 두껍게 형성된 1970년대생 임원층이다. 지주와 핵심 계열사의 부사장·전무·상무 라인에 1970년대생 실무형 인재가 대거 포진하면서 세대교체를 단행할 수 있는 내부 인력풀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KB금융지주 내 1970년대생 주요 임원으로는 조영서 전략담당 부사장(1971년생), 나상록 재무담당 전무(1972년생), 염홍선 리스크담당 전무(1971년생), 윤희승 보험담당 상무(1974년생), 주동욱 HR담당 상무(1975년생), 강승호 비서실장 상무(1975년생)가 있다. 전략과 재무, 리스크, 보험, 인사 등 그룹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향후 주요 부문장이나 계열사 경영진 후보군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국민은행의 세대교체 기반은 더 두껍다. 김영일 기관영업그룹대표 부행장(1972년생), 김현욱 기업고객그룹대표 부행장(1972년생), 박진영 브랜드홍보그룹대표 부행장(1972년생), 서기원 경영기획그룹대표 부행장(1972년생) 등을 비롯해 1970년대생 부행장은 총 18명이다. 전체 미등기임원 27명의 약 67%로, 이미 은행 경영진 3명 중 2명이 1970년대생인 셈이다.
이처럼 내부 차세대 후보군이 두꺼워지면서 연말 인사를 계기로 1970년대생이 계열사 CEO나 지주 핵심 부문장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 부문장은 회추위가 주문한 '세대교체'를 단순히 경영진의 연령을 낮추는 의미로 해석하는 데 선을 그었다.
이 부문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그룹 규모가 클수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며 "세대교체라는 의미는 나이가 아닌,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에게 힘이 집중되고 편중되기보다 지속가능한 프로세스로 움직이는 조직을 구성하는 데 방점을 두고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문장의 발언을 감안하면 첫 인사의 핵심은 '1960년대생을 1970년대생으로 바꾸느냐'보다 누구에게 어떤 권한과 책임을 맡겨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생 임원의 전진 배치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출생연도 자체가 발탁의 기준이 되기보다 실적과 전문성, 새로운 경영체제에 대한 적합성이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 부문장이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보다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을 강조한 만큼 인사와 조직개편이 맞물릴 가능성도 주목된다. 단순한 CEO 교체를 넘어 지주와 계열사 간 권한 배분이나 주요 부문의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손볼지가 이재근 체제의 색깔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점이 될 수 있다.
이 부문장 역시 국민은행장과 지주 글로벌·WM·SME부문장을 거친 내부 승계형 CEO인 만큼 외부 수혈보다 내부에서 검증된 차세대 인재를 발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1970년대생 후보군이 이미 주요 실무 보직을 맡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내부 승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인사 기준도 연령에만 맞춰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새 경영진에는 KB금융이 직면한 자본 효율성과 미래 성장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풀 역량이 요구된다. KB금융은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생산적 금융과 글로벌·비은행 등 새로운 성장동력에도 자본을 배분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단순 외형 성장보다 제한된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차세대 경영진 발탁의 주요 기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전략·재무뿐 아니라 디지털과 글로벌, 기업금융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1970년대생 임원들이 주요 후보군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핵심은 '젊은 경영진' 자체가 아니라 이재근 체제가 요구하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자본 효율성, 미래 성장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전면에 배치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변수는 '변화'와 '안정' 사이의 균형이다. 이 부문장 자신이 KB에서 30년 넘게 성장한 내부 출신인 데다 양종희 회장 체제에서 KB금융이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온 만큼 기존 경영진을 한꺼번에 교체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회장 교체 자체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세대교체라는 점에서 첫 인사에서는 핵심 CEO 일부를 유임해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면서 필요한 자리부터 1970년대생을 전진 배치하는 '선별적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이 부문장이 '나이보다 시스템'을 강조했음에도 회장 교체와 주요 CEO의 임기 만료가 동시에 맞물린 만큼 일정 수준의 인적 쇄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추위가 이재근 후보를 선택하면서 세대교체를 명확하게 주문한 만큼 연말 인사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재근 체제에서 세대교체 명분을 앞세워 1970년대생 젊은 피가 그룹 CEO로 수혈되는 대대적인 인사 쇄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근 체제 첫 인사의 관건은 '얼마나 젊게 바꾸느냐'보다 '누구를 어디에 배치해 조직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될 전망이다. 회추위는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주문했고 이 부문장은 '나이가 아닌 시스템'으로 답했다. 연말 인사에서 1970년대생 실무형 인재를 어느 자리까지 끌어올릴지, 동시에 의사결정 구조에 어떤 변화를 줄지가 이재근 체제의 첫 색깔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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