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3인 후보군에 들지 못했다. 그룹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현직 수장이라는 점에서는 아쉬운 결과지만, 이번 탈락만으로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행장은 아직 은행장 임기가 진행 중인 데다 은행과 보험, 지주를 두루 경험한 경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특히 양종희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이번보다 3년 뒤 차기 회장 인선이 이 행장에게 본격적인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달 27일 차기 회장 후보 6명을 대상으로 1차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했다. 내부에서는 양 회장과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이, 외부에서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최종 경쟁에 합류했다. 이 행장과 이창권 KB금융 부문장, 익명을 요청한 외부 후보 1명은 탈락했다.
이 행장의 탈락은 그룹 최대 계열사를 이끄는 현직 행장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KB국민은행은 KB금융의 이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장 자리는 그룹 최대계열사의 영업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검증받는 자리로 회장 후보로 올라서는주요 경로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이번 인선에서 이 행장이 최종 3인에 오르지 못한 배경을 단순히 경쟁력 부족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이 행장은 2025년 국민은행장에 올라 아직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서 경력을 쌓아가는 단계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국민은행장을 지낸 뒤 지주 부문장으로 이동한 이재근 부문장과는 경력의 단계가 다르다.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서 쌓을 경력이 더 남아있는 셈이다.
은행 실적 역시 이 행장의 향후 경쟁력을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기준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은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한 2조225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경력만 놓고 보면 이 행장은 회장 후보에게 필요한 조건을 상당 부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1년 주택은행에 입행해 KB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지냈고 지주 재무담당(CFO) 부사장을 거쳐 2023년 KB라이프생명 초대 대표에 올랐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 작업을 마친 뒤 2025년 국민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은행 영업과 경영기획뿐 아니라 지주 재무, 보험사와 은행 CEO를 모두 경험한 셈이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를 직접 경영한 경험이 없는 이재근 부문장과 비교하면 보험사 CEO 경력은 이 행장의 차별점이다. 이 행장은 KB금융에서 비은행 계열사 CEO를 거쳐 국민은행장에 오른 첫 사례이기도 하다.
앞으로 지주에서 그룹 단위의 사업을 총괄하는 경험까지 더할 수 있느냐도 주목할 부분이다. KB금융 회장 후보군에서는 개별 계열사 경영뿐 아니라 그룹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뤄본 경험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양 회장이 걸어온 길 역시 하나의 참고 사례다. 양 회장은 KB손해보험 대표를 지낸 뒤 2021년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해 약 3년간 보험, 글로벌, 디지털 등 그룹 주요 사업을 맡은 뒤 2023년 회장에 선임됐다. 이 행장 역시 향후 지주로 이동해 그룹 주요 사업을 총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경력의 마지막 퍼즐을 채울 수 있다. 양 회장과 순서는 다르지만 은행·비은행·지주를 모두 경험한 회장 후보로서 경력 구성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탈락보다 3년 뒤 이 행장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번 1차 후보군에 포함된 내부 인사 가운데 양 회장을 제외하면 이재근·이창권 부문장은 이미 계열사 CEO를 거쳐 현재 지주에서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이 행장은 국민은행장으로서 핵심 계열사 경영 성과를 추가로 쌓을 시간이 남아 있다.
물론 3년 뒤 인선 구도를 현시점에서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행장이 현직 은행장으로서 추가적인 경영 성과를 축적하고 향후 지주 경험까지 확보할 경우 이번보다 두터운 경력을 갖춘 채 다음 회장 인선에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번 최종 3인 탈락이 다른 내부 후보들의 탈락과 다소 다른 의미로 읽히는 배경이다.
회추위는 오는 11일 양 회장과 이재근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을 대상으로 2차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한다. 최종 후보자는 법령상 자격 검증과 이사회 추천, 주주총회 등을 거쳐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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